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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다 팔아야 한다, 그래야 산다"…붕어빵 '노 타임 투 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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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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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1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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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터뷰 : ZZINTERVIEW]2-①붕어빵을 부탁해

[편집자주] '찐'한 삶을 살고 있는 '찐'한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유명한 사람이든, 무명의 사람이든 누구든 '찐'하게 만나겠습니다.
겨울엔 역시 따뜻한 붕어빵/사진=최경민 기자
겨울엔 역시 따뜻한 붕어빵/사진=최경민 기자
붕세권. '붕어빵'과 '역세권'을 합친 신조어다. 붕어빵집이 있는 곳은 조금 과장하면 근처에 지하철역이 있는 곳만큼의 메리트가 있다는 뜻에 가깝다.

붕어빵의 여전한 인기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붕어빵 포장마차를 거리에서 찾기 힘들어진 세태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치솟는 물가, 이윤을 남기기 힘든 구조 등으로 인해 붕어빵 장사는 사양 업종이 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거리와 골목에는 아직도 한파 속에 뜨거운 붕어빵 틀을 뒤집는 이들이 있다. 지난 10~11일 서울 각지에 위치한 그들을 인터뷰하며 "왜 아직도 붕어빵을 굽는지"를 물어봤다. '생존 때문'이라는 혹한의 날씨와 같은 답이 돌아왔다. 동시에 인터뷰를 마칠 때 "아들같은 사람이 고생한다"며 붕어빵 하나씩 쥐어주는 일도 많았다. 그렇게 따뜻한 붕어빵을 손에 쥐고 '찐터뷰'를 이어갔다.


'생존' 위해 붕어빵 틀 못 놓는 사람들


"나는 혼자 사는 영세민이다. 그냥은 살 수가 없으니까 이렇게 붕어빵 장사를 할 수밖에 없다."(홍경애, 78세 여성, 홍제동에서 경력 20년 이상)

"나와 우리집 아저씨가 각각 붕어빵을 팔고 있다. 내가 72세고, 남편이 76세다. 이 나이에 어디가서 뭘 하겠나. 둘이 붕어빵을 팔아 전기요금도 내고, 용돈할 정도를 겨우 번다."(이름 밝히기 거부한 A씨, 72세 여성, 목동에서 경력 20여년)

붕어빵을 계속 파는 이유는 비슷했다. 붕어빵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줄어들었지만, 세월이 흘러 다른 일을 배우기 힘든 60~70대들이 주로 붕어빵을 팔았다. 반죽과 팥소를 붓고 빵틀을 한 번씩 뒤집으면 되는 붕어빵 굽기는 이들이 가진 거의 유일한 생존전략에 가까웠다. 그것도 10월에 시작해 3~4월이면 그만둬야 하는, 5~6개월짜리 생존전략이었다.

은평구의 한 슈퍼마켓 주인인 성기숙씨(여, 70세)는 자신의 가게 앞에서 붕어빵을 5~6년째 팔고 있었다. 그는 "주변에 편의점과 대형마트가 생긴 후에 슈퍼마켓이 하락세가 됐다. 장사가 신통치 않아 붕어빵을 팔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 팔리기 보다는 장사할만한 게 이거 밖에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문제는 붕어빵의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밀가루, 팥 뿐만 아니라 가스 가격까지 뛴 게 결정적이다. 상인들에 따르면 3일 정도쓰는 LPG(액화석유가스) 20kg들이의 가격이 올 겨울들어 1만~2만원 정도 오른 상황이다. 가스 만으로 한 달에 10만~20만원 정도의 추가비용이 생긴 셈이다. 하루 2만~3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도 힘들 수 있는 장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홍경애씨는 "세상이 갈수록 우리같은 사람들이 살기 좋아져야 할 건데,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다"며 "어떻게 예전이 더 살기가 좋을 수 있나"고 토로했다. 역시 홍제동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는 최종원씨(남, 74세)는 가스값 문제를 지적하면서 "팔아봐야 뭐하겠나. 이제 그만두려고 한다. 다른 거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그의 포장마차 매대에는 붕어빵 외에 김, 콩 등 각종 농수산물들이 올라와 있었다.


그래도 붕어빵 틀은 돌아간다…"기어이 다 판다"


붕어빵 장사는 치열한 일이었다. 오전 9~10시에 나와 반죽과 팥소를 공급 업체로부터 받고, 빵 틀을 데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주변 청소는 기본이다. 포장마차 주변을 깔끔하게 해두지 않으면 주민들의 신고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사는 보통 오후 9시 무렵까지 이어진다. 붕어빵 틀의 높이가 있기 때문에 앉아있기도 힘들다. 한 겨울의 칼바람도 포장마차를 뚫고 들어온다.
서울 은평구의 한 골목에서 약 15년 동안 붕어빵을 팔아온 설정이씨/사진=최경민 기자
서울 은평구의 한 골목에서 약 15년 동안 붕어빵을 팔아온 설정이씨/사진=최경민 기자
수익성도 떨어지고, 몸도 고되지만 붕어빵 틀은 오늘도 돌아간다. 은평구 응암오거리 인근 골목에서 약 15년 동안 붕어빵 장사를 해온 설정이씨(여성, 64세)와 다음과 같이 대화를 나눠봤다. 그는 아침에 받은 반죽 등 물량을 모두 당일 내 소비할 때까지 파는 악바리 상인이었다.

- 어떻게 붕어빵 장사를 하게 됐나.
▷"15년 전에 가구 사업을 하다가 실패했었다. 우연찮게 붕어빵 장사를 하게 됐다. 아는 사람이 붕어빵 장사를 했었다. 한 번 해보라고 하더라. 그래서 한 것이다.

- 만족스럽게 장사를 해왔나.
▷"그렇다. 재미도 있다. 어차피 망할 사업은 일찌감치 망해버렸지 않나. 이제 이걸 계속 해나가면 되는거다."

- 오후 9시쯤이면 퇴근하나.
▷"넘을 때도 있다. 장사라는 게 잘 되는 날도 있고, 안 되는 날도 있잖나. 낮에 장사가 안 되면 밤 늦게라도 파는 거다. 반죽이 다 떨어져야 장사를 끝낸다. 나는 기어이 다 팔고 들어간다."

- 겨울밖에 못하는 장사다.
▷"10월 중순부터 시작해서 4월 초까지 한다."

- 비시즌인 6개월 동안에는 어떻게 지내시나.
▷"할 수 있는 게 없다. 다른 장사도 안 한다. 겨울에 번 것으로 여름을 산다. 예전에는 여름에 아르바이트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몸이 안 좋다. 쉬어야 한다. 오래 서 있어서 다리가 안 좋다. 여름에는 겨울에 붕어빵 장사를 하기 위해 병원을 다녀야 한다."

꾸준히 찾아오는 손님들, 그리고 붕어빵을 오래 팔아오면서 생긴 자부심은 이들이 골목을 지키며 '생존의 붕어빵 틀'을 돌리게 도와주는 조력자인 듯 했다. 모든 붕어빵 상인들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단골손님들이 꾸준히 찾아온다", "우리집 붕어빵은 다른 곳보다 맛이 뛰어나다"고 했다.

목동의 붕어빵 상인 A씨는 "나는 팥소를 직접 만들어서 판다. 반죽은 찹쌀이라 연하고 부드럽다. 손님들이 먹어보면 다르다고들 한다. 멀리에서도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며 "그만 둘까 생각도 했는데 사람들이 붕어빵집이 없다면서 계속 찾아오더라"고 말했다.


붕어빵, 노 타임 투 다이


상인들이 골목에서 치열하게 버티는 한 붕어빵은 사라질 겨를이 없다. 마치 최근 나온 007 시리즈의 제목 '노 타임 투 다이(no time to die)' 처럼. 붕어빵의 인기 자체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13일 현재 인스타그램에 '#붕어빵'으로 검색하면 46만5000개의 게시글이 올라온다. '#핫도그'가 54만3000개다. 붕어빵이 겨울 한 철 간식임을 고려할 때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지표다.

사라져가는 붕어빵 포장마차의 지원군도 생겼다. MZ세대 젊은 개발자들은 붕어빵집을 찾아줄 수 있는 '가슴속 3천원'이라는 휴대폰 앱까지 만들었다. 이 앱에서는 40만명의 유저들이 붕어빵집 위치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고 있다. 기자도 이 앱을 이용해 붕어빵 집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복수의 유저들이 인증을 한 위치라면, 거의 100% 붕어빵 포장마차가 있었다. 붕어빵 상인들도 "손님들이 휴대폰을 보고 찾아오더라"고 언급했다.

'가슴속 3천원' 앱 개발자 유현식씨/사진=유현식씨 제공
'가슴속 3천원' 앱 개발자 유현식씨/사진=유현식씨 제공
팀원 5명과 '가슴속 3천원' 앱을 개발한 유현식씨(남, 30세)는 "붕어빵은 나도 좋아하고 팀원들도 좋아한다. 붕어빵을 어디서 파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해서, 처음에는 우리가 쓸 용도로 만들었다"며 "어릴 때부터 직접 붕어빵을 사먹었던 추억이 있었다. 앱 서비스를 하고 나서는 붕어빵을 너무 많이 먹은 거 같다"고 말했다.

2019년 만들어진 이 앱의 인기는 그 자체가 '붕어빵'에 대한 여전한 관심이다. 추운 겨울 하교길 혹은 퇴근길, '가슴속 3000원'을 내고 뜨거운 붕어빵 한 봉투 사가는 게 여전한 로망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유씨는 "앱 유저가 40만명인데, 예상하지도 못한 수준이다. 이런 반응은 상상도 못했다. 생각보다 일이 커져버렸다"며 "유저 수는 2020년 겨울에 급격하게 한 번 오르고,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생각보다 길거리 음식에 진심인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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