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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라면 붓던 '똥군기' 이제 비대면으로…'카톡감옥' 갇힌 대학생들

머니투데이
  • 오진영 기자
  •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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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1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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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강원도 원주의 한 대학교 체육학과에 재학 중인 이모씨(21)는 지난주 새벽 3시쯤 갑자기 울리는 휴대전화 진동 소리에 잠을 깼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자 메신저 방에 초대돼 있었다. 학과 선배들이 개설한 이 방에선 이씨를 향해 "개념이 없다", "XXX 같은 자식" 등 폭언이 수십 건 날아왔다. 이씨가 한학번 선배를 보고 고개 숙여 인사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코로나19(COVID-19)로 비대면 수업이 늘었다지만 일부에선 여전히 선후배간 '군기잡기' 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육체적 가혹행위가 대부분이던 이른바 '똥군기'(상급자가 하급자를 부당하게 괴롭히는 일을 속되게 이르는 말)는 늦은밤 전화나 메신저를 보내는 '원격갑질'로 변질됐다.



팔굽혀펴기 수백개에 에어팟도 못 쓰는 후배들…신종괴롭힘은 '카톡감옥'


/사진 = 뉴스1
/사진 = 뉴스1

'군기문화'는 대학가 고질병 가운데 하나다. 선배들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휴학이나 자퇴, 입대를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화는 주로 체육·음악·미술 등 예술계열이나 간호학과 등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대부분이 전문 분야로 직업을 얻게 되는 폐쇄적인 학과에서 많이 발생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늘면서 선후배 교류는 줄었지만 체육·예술계열 학과는 대면 수업이 주를 이뤄 '군기문화'가 여전한 문제로 지적된다. 한 대학 체육학과에서는 1학년에게 슬리퍼와 모자, 에어팟 착용을 금지하고 술을 마실 때에도 선배에게 허락을 받게 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소재 체육대학에 재학하다 휴학한 오모씨(24)는 "체대생들 사이에서는 선배를 만났을 때 큰 소리로 90도 인사를 하지 않으면 '예의 없는 놈'으로 찍힌다"며 "찍히면 불려나와 1~2시간 훈계를 듣거나 팔굽혀펴기를 수백개씩 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나 페이스북 등 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앱에서 후배 신상을 공개하거나 한밤 중 메신저나 전화를 수십통 보내는 식으로 비대면 괴롭힘을 하기도 한다. 후배가 메신저 방을 나가더라도 끊임없이 초대돼 붙잡혀 오는 모습이 감옥과 같다고 해 '카톡 감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문제는 이런 '군기문화'가 관습화돼있어 피해를 입어도 문제제기하기 어려운 문화가 고착됐다는 점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20년 대학생과 대학원생 19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권침해 피해를 한 번 이상 경험했다는 응답은 전체의 46.4%로 집계됐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대학 내 구제절차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외부에 호소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대학 내 군기문화가 특정 개인의 일탈이라기보다는 '라인 조직'(지휘계통이 확립된 조직)의 뿌리깊은 고질병이라고 지적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선배를 하늘처럼 모신다'는 것처럼 쓸데없는 의례는 기강과는 다른 문제"라며 "위계를 분명하게 잡는 것은 중요하지만 쓸데없는 군기는 비합리적"이라고 했다. 이어 "위계가 필요한 상황에만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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