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0살된 불닭볶음면…삼양식품의 행복한 '고민'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은 전세계 10명 중 4명이 먹어봤을 정도로 글로벌 대박을 터뜨리며 삼양식품을 재도약시켰다. 하지만 불닭볶음면이 올해로 출시 10주년을 맞이하면서 '포스트 불닭볶음면'에 대한 삼양식품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중동 장 진출 등 불닭볶음면의 성장여력이 남아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삼양식품에 따르면 불닭볶음면의 전세계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6월 기준 30억개를 넘어섰다. 면 길이로 추산하면 7800만㎞로 지구와 달을 101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불닭볶음면은 사실상 삼양식품을 다시 일으킨 제품이다. 동시에 10년 넘게 한 제품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지난해 불닭브랜드 매출은 삼양식품의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는 분석이다.

삼양식품도 컵라면 등을 포함해 15가지 종류의 불닭볶음면 파생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해외에서의 인기도 뜨겁다. 관세청이 밝힌 지난해 우리나라의 라면 수출액은 약 8016억원에 달하는데 불닭볶음면의 1~9월 수출액만 약 2300억원으로 4분에 1에 차지했다.

메가 히트 제품에 의존하는 것은 라면 업계의 고질적인 고민 중 하나다. 농심의 신라면, 팔도의 팔도비빔면, 오뚜기의 진라면 등 각 회사마다 장수하는 대표제품들이 매출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불닭볶음면은 국물 없는 매운 라면의 시장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며 독보적인 질주를 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매운 라면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며 "다른 매운 라면이 나오면 '불닭보다 맵다, 안 맵다'고 표현하는게 익숙할 정도"라고 했다.

삼양식품은 올해부터 중동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2023년까지 중동 지역 목표 수출액을 500억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이전까지 불닭브랜드의 수출이 미국, 중국, 동남아에 치중됐다면 올해는 중남미, 중동 등 더 많은 국가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자인=최헌정 디자인기자

하지만 삼양식품은 다른 경쟁사에 비해 불닭볶음면의 비중과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지나치게 높다는 데 고민이 있다.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전략을 추가하면서도 포스트 불닭볶음면 찾기에 열중하는 이유다. 지난 1월에는 짬뽕라면인 '바담뽕'을 출시했다. 지난해 12월엔 토마토케첩과 고추장을 사용한 라볶이라면 '뽀끼뽀끼크림라뽀끼'를 출시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타사처럼 카테고리를 넓혀야 한다고 꾸준히 생각해오고 있다"며 "국물면, 볶음면 등 여러 신제품을 출시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개발 비용도 늘리고 있다. 삼양식품의 연구개발비용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0.38%에 불가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올해는 좀 더 연구개발이나 신사업 비중을 늘리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