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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사유상의 '등'을 꼭 봐야하는 이유…"충격, 머리가 하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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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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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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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터뷰 : ZZINTERVIEW 아카이브]3-⑥ '사유의 방'을 다녀간 사람들

[편집자주] '찐'한 삶을 살고 있는 '찐'한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유명한 사람이든, 무명의 사람이든 누구든 '찐'하게 만나겠습니다. '찐터뷰 아카이브'는 인터뷰 전문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사유의 방'. 우주에 떠있는 듯한 두 반가사유상./사진=국립중앙박물관(원오원아키텍츠)
'사유의 방'. 우주에 떠있는 듯한 두 반가사유상./사진=국립중앙박물관(원오원아키텍츠)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해 11월부터 온전히 반가사유상 두 점(옛 지정번호 기준 78호·83호)을 위해 마련한 '사유의 방'. 이미 연초 기준 10만명이 넘는 관객이 오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단순 국보급 유물을 전시한 공간이 아니다. 일단 같은 듯 다른 두 명작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세련되고 화려한 6세기 반가사유상(백제 추정), 단아하고 유려한 7세기 반가사유상(신라 추정). 유리장이 없어서 두 반가사유상의 질감을 100% 느낄 수 있다. 360도 어디에서도 볼 수 있어서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반가사유상의 미소와 자태를 감상하는 게 가능하다.

천장에는 2만개의 금속봉을 박아 별이 떠있는 우주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벽은 황토로 만들어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계피향을 넣어 속세와의 차별점을 뒀다. 바닥과 벽에 미세한 경사를 줘서 관객의 포커스가 반가사유상에 맞춰지도록 유도했다. 아름다운 반가사유상 두 점을 관람하며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사유의 방'을 추진한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지난 18일 '찐터뷰'와 만나 "1500년 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시간이 좀 멈춰있는 그런 공간이길 바란다"며 "반가사유상의 미소를 보고 받아들이는 것은 각자의 자유"라고 말했다.

민 관장은 "철학적 사고를 해도 되고, 멍 때려도 된다. '사유의 방'은 스스로 느끼고 대화하는 공간"이라며 "그 공간에서 절대로 누구를 가르칠 필요도 없다. 가르치고, 배우고…그런 공간으로 만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반가사유상은 반드시 뒷면까지 봐야 한다. 반가사유상을 감상할 때 1도씩 돌아보면 얼굴 표정이 다 바뀐다"며 " 돌면서 바뀌는 표정, 자세, 선을 감상하면 계속 감동을 받을 수 있다. 관객들도 당연히 그렇게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관객들은 이곳에서 자유롭게 감상하고, 사유하고 있었다. 다양한 환경의 다양한 사람들이 반가사유상 두 점을 탑돌이 하듯 돌아보며 깊은 생각을 하고,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반복했다.

굳이 공통점이 찾자면, 관객들이 반가사유상의 '뒷모습'을 감상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점, 또 온전히 '나'와 '현재'에 대한 사유를 하고 있었던 점이다. 그 사유는 반드시 철학적이지도 않았다. 각자의 위치와 상황에 맞는, 현실적인 생각에 가까웠다.

지난 21일자 '찐터뷰'를 통해 보도된 일부 관객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한다.


손잡고 '사유의 방'을 찾은 부자…10세 소년 "나는 누구인가"


- 아드님께 먼저 질문을 드린다. 전시를 본 느낌이 어떠했나.
▷이모군(10세)="되게 가치가 있는 거 같다. 반가사유상의 생각이 되게 깊어보였다."
▷이인희씨(이군의 아버지, 45세)="내가 '부처님이 오늘 저녁 뭘 먹으시나 생각하는 걸까'라고 했더니 아이가 '나는 누구일까. 나는 여기 왜 있을까' 이런 생각하는 거 같다고 하더라."

- 아드님 생각이 깊으시다.
▷이모군="여기 온 게 되게 뿌듯했다."

- 아버님은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
▷이인희씨="신비롭더라. 복잡한 사회에서의 생각들. 전시장이 내 머릿속 같기도 했다."

- 반가사유상이 삶에 영감을 줬나.
▷이인희씨="들어갔을 때는 고요한 느낌이었다. 넓은 곳에 반가사유상 두 개만 있으니까 외로운 느낌도 들더라. 세월도 느껴지고, 멋있고 신비로웠다."

- 어떻게 부자간에 보러오시게 됐나.
▷이인희씨="매스컴에 '사유의 방'이 나온 것을 보고 아이랑 온 거다. 아들이 오늘 방학을 했다. '사유의 방'은 내가 보고 싶어서 왔다. 아이는 세계관을 보고 싶어했다."

- '사유의 방'에서 한 사유는 어떤 것인가.
▷이인희씨="생각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 흘려보내자"는 사유도…소녀는 "수능에 통과했나?'


▷정경환씨(남, 62세)="문화적 자부심을 느꼈다. 다른 나라 정상급 인사가 와도 보여줄만한 전시다. 반가사유상의 미소가 모나리자를 능가하는 것 같다. 500여년 전 저렇게 정교하게 조각을 한 그 생각의 깊이, 만든 사람의 깊이가 느껴졌다. 그런 면에서 현대 기술과 견줘도 더 뛰어나다고 보인다. 전시장 시설물도 신경쓴 게 느껴진다. 다시 인생을 되돌아 보고 인생을 다시 더 깊게 되새겼다.

▷이성형씨(남, 62세)="문화가 선진국의 척도다. 공업, 산업의 발전이 선진국의 척도가 아니다. 저 정도의 아름다움을 전 국민이 공유했을 때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를 재조명하는 게 필요하다. 1500년 전 조각이 어떻게 지금까지 그 형태와 미소가 저렇게 온전히 존재할 수 있는지 신기하다. 그 시대 문화와 기술이 얼마나 수준이 높은지 실감했다."

▷정다혜씨(여, 36세)="모든 공간 자체가 밖과 분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들이 각자 감상하는 모습도 자세하게 보게 됐다. 모두 반가사유상을 한 바퀴씩 돌면서 감상하더라. 불상을 빙글빙글 돌며 각자가 소통하는 게 인상깊었다. 신년이 되니 생각도 복잡하고, 코로나19가 지속돼 갑갑한 상황인데, 다 흘려보내자고 생각했다. 두 불상의 미소도 톤이 다르다. 왼쪽(국보 78호)은 화려해서 풍요로운 느낌이었다. 오른쪽(국보 83호, 이상 옛 지정번호 기준)은 보다 마음을 편하게 하고 볼 수 있었다."
반가사유상의 알듯 말듯한 미소. 사진 오른쪽이 국보 83호, 왼쪽이 78호./사진=최경민 기자
반가사유상의 알듯 말듯한 미소. 사진 오른쪽이 국보 83호, 왼쪽이 78호./사진=최경민 기자
▷김유진씨(여, 23세)="일단 전시 공간을 꾸며놓은 게 좀 다르다고 봤다. 공간이 주는 느낌이 강렬해서 아무래도 눈길을 끌게 되고, 집중이 잘 되더라. 생각에 좀 잠기게 되는 느낌이 있었다. 성찰이나 그런 수준의 생각은 아니었다. 반가사유상 외관 디테일을 좀 자세히 보게 되더라. 외관적 아름다움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와 저걸 어떻게 만들었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 '저걸 어떻게 깎았을까', '마감은 어떻게 했을까' 이런 생각도 했다. 전공이 제품 디자인쪽이다."

▷최모양(11세)="좀 무섭기도 했는데 신비했다. 반가사유상이 고민하는 모습, 뒷모습이 재미있었다.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하는 거 같았다. 이런 공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반가사유상이 뭔가 좋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거 같았다. 수능에 통과한 거 같았다."


반가사유상의 '등'에 담긴 의미…"해탈한 초월자의 등"


▷이상인(구글 유튜브 UX 디자이너)="로댕의 대표작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무슨 고민이 있는지 심각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앉아 고심에 빠져있다. 그의 등은 근육이 잔뜩 긴장된 채 심하게 웅크리고 있다. 현세의 무게가 그를 짓누르는 듯해 안쓰럽기까지 하다."

"얼마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금동 반가사유상을 보았다. 앉아서 생각을 한다는 키워드를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공유하지만, 이렇게 다른 접근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특히 온화한 미소와 함께 날갯죽지를 늘어뜨린 두 반가사유상의 등은 평안함의 극치였다. 세상 모든 근심과 걱정을 해탈한 초월자의 등이었다. 머리가 하얘져서 부처의 열반한 등을 30분가량 더 넋을 놓고 보고 나왔었다."

"우리는 살다 보면 많은 도전과 장벽에 부딪힌다. 많은 경우 내가 해결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현실이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벗어나기 어려울지라도 마음만큼은 반가사유상의 초월과 여유를 잃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우리 존재 모두 화이팅."

※이상인 디자이너가 지난달 29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이 디자이너의 허락을 받고 글 내용을 기사에 활용했습니다.
"세상 모든 근심과 걱정을 해탈한 초월자의 등"/사진=최경민 기자
"세상 모든 근심과 걱정을 해탈한 초월자의 등"/사진=최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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