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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공감·합리성 결핍된 정책의 씁쓸한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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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명룡 바이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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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2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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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침 출근길 버스는 늘 만원이다. 한파에 두터운 옷을 입으면서 버스는 더 비좁아진 듯하다. 마스크를 끼고 있어 숨쉬기는 전보다 더 괴로워졌다. 코로나19(COVID-19)의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부터 일상이 된 출근길의 모습이다.

지하철 출근길 풍경도 버스나 다를 게 없다. 모두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지만 다닥다닥 붙어서 회사를 향하는 것만큼은 피할 수 없다.

이런 일상 속에서 방역당국은 지난 10일부터 3000㎡ 이상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물론 쇼핑몰과 대형서점, 농수산물유통센터 등에 대해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적용하기로 했었다. 48시간 이내 발급받은 PCR 음성확인서를 지참하지 못한 미접종자는 마스크를 써도 홀로 장보기를 못하도록 제한한 것이다. 백신을 맞지 않은 미접종자들은 생존에 필수적인 시설을 통제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반발했다.

당국의 정책은 과학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았다. 만원버스보다 대형마트가 감염의 위험이 크다는 것을 누구도 납득하긴 어려울 것이다. 결국 방역당국의 아집(?)을 꺾은 건 법원이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지난 14일 "백신 미접종자들의 마트 등 출입을 자체를 통제하는 불이익을 준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단했다. 법원 판단에 대한 여론은 매우 우호적이었다. 그 만큼 합리적이라고 본 것이다.

12~18세 청소년의 학원 독서실 방역패스 적용도 합리성과 공감이 부족했던 사례로 꼽힌다. 당국은 청소년들이 학원, 독서실을 이용하는데 방역패스를 적용하려 했다. 학원을 가는 게 당연한 요즘 세상에 백신을 맞지 않을 경우 학원을 못 가게하는 정책에 학부모들은 큰 혼란을 겪었다. 이 정책 역시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두 가지 정책은 미접종자의 접종을 유도하기 위한 이른바 토끼몰이 정책으로도 평가된다. 백신을 맞지 않으면 일상생활을 어렵게 하는 노골적 압박을 가하겠단 것이다. 결국 두 가지 정책은 국민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했다. 당국이 '백신 접종'이란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정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당국의 방역정책에 따른 여러 불편을 참아왔던 국민들이 반발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국민에 제대로 공감하지 못하는 정부 관료의 입장을 엿볼 수 있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 최근 예방접종대응추진단 홍모 팀장은 "임신 12주 이내 초기의 경우 산부인과 의사가 건강 등 이유로 백신 접종을 미루라 한다면 이는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뜻"이라며 "임신 초기 태아가 위험하고 예방접종을 못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다면 식당을 비롯한 방역패스 적용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닐 것이고 외출을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임신부 백신 패스 적용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백신을 맞거나 집에 있거나 해야하니 백신패스를 적용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임신부는 임신 초기 극도로 조심을 하게 된다. 감기에 걸려도 감기약을 제대로 먹지 않는 경우도 많다. 정기석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임신 초기 12주까지는 심장, 뇌, 폐와 같은 태아의 장기가 막 만들어지는 시기"라며 "어떤 약을 막론하고 안전하다는 확신이 없으면 임신 초기에는 안 쓰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백신접종과 백스패스 미적용이란 이분법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고귀한 생명을 잉태한 이들은 자신보다 새로운 생명에 대한 걱정이 더 큰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방역 당국 관계자들은 반발의 원인이 무엇인지, 이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한 흔적을 찾기 어렵다.

백신을 맞으라면 맞고, 식당 운영시간을 줄이라면 줄이고 시키는대로하니 국민의 피로도나 저항따윈 안중에도 없는 느낌이다. 만약 미접종자, 학부모, 임신부 몇명의 얘기에 귀 기울였더라도 이런 방역정책들이 나오지 않았을테니 말이다.

현실은 고려치 않고 책상 위에서 나누는 쓸데없는 의논을 뜻하는 탁상공론(卓上空論)이란 말은 아주 오래된 사자성어다. 예나 지금이나 공무원들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강력한 전파력을 지난 오미크론이 몰려오고 있다. 이를 제어할 정책적 판단이 부족한 당국자를 둔 국민의 삶이 더 위태로워지고 있다.

[광화문]공감·합리성 결핍된 정책의 씁쓸한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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