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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세수는 13월의 월급이 아니다[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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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김훈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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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2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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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홍남기 부총리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년 추가경정예산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홍남기 부총리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년 추가경정예산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요즘 정부는 마치 '13월의 월급'을 받은 직장인같다. 매달 알아서 세금을 떼이는 월급쟁이에게 매년 2월 들어오는 연말정산 금액은 나라가 주는 보너스마냥 느껴지기 마련이다. 통장에 월급보다 더 찍히는 숫자를 보며 소소한 사치를 부리는 것도 직장 생활의 몇 안 되는 즐거움이다. 냈어야 할 세금보더 '더' 낸 세금을 돌려받는다는 정산 개념은 잠시 잊어야 온전히 이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13일 재정동향을 발표하며 "지난해 11월 예상했던 것보다 10조원가량 국세가 더 건힐 전망"이라고 밝혔다. 최소 341조원 국세수입이 예상된다는 것으로, 282조7000억원의 지난해 본예산에 비해서 60조원 정도 초과세수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곧바로 "초과세수를 활용해 소상공인을 지원하라"고 지시했고, 기재부는 1주일만에 뚝딱 14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만들어냈다. 초과세수 60조원 중 31조5000억원은 지난해 7월 2차 추경에 썼고, 19조원은 올해 본예산 지출확대의 명분으로 썼으니 나머지 10조원도 살뜰히 쓰자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초과세수 기반 방역 추경'라고 이름지었다. 코로나19(COVID-19) 유행과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인한 소상공인의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명분이지만 초과세수를 곧바로 쓰겠다는 의중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가재정법상 결산 이전에 쓸 수 없는 초과세수도 11조3000억원어치 적자국채 발행으로 미리 땡겨쓰기로 했다. 재정당국 스스로 결산 이후에 미리 정해놓은 순서에 맞춰 남는 세금을 쓰라는 법 취지를 무너트린다.

지난해 역대급 초과세수는 객관적이어야 할 세수추계에 '집값잡기'라는 국정 목표를 들이부은 결과다. 코로나 시국에도 예상치 못한 경제 성장을 했다곤 하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같은 자산관련 세금은 정부의 바람대로 덜 들어오게 계산했다. 청와대를 포함한 온 나라가 집값을 잡겠다고 난리인데 일개 부처가 "집값이 오를 테니 양도세랑 종부세가 더 걷힙니다"라고 예상하는 건 관가에선 비현실적인 얘기다.

바꿔말하면 60조원 넘는 역대급 초과세수 이면에는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정책실패가 자리잡았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청와대나 정치권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언급없이 기재부의 부정확한 세수추계만 질타한다. 그러고는 곳간을 열어 지난해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전환 실패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악화된 소상공인 민심을 달래는 데 쓰자고 나섰다. 추경으로 인한 금리·물가 상승 압력과 취약계층 금융부담 상승에 대해선 또다시 땜질식 처방이 뒤따라와야할 판이다.

어쩌다 추경을 짜면 누구하나 옷이라도 벗어야할 것처럼 굴었던 불과 3,4년 전 풍경은 이제 생경하다. 사람사는 게 다 비슷하다지만 마이너스 통장으로 제 한몸 건사하는 직장인의 통장과 나라의 통장이 이토록 비슷하게 운용될까 싶은 마음에 걱정이 앞선다. 13월의 월급이 어디서 툭 떨어진 보너스가 아니듯, 나라의 초과세수 역시 그렇다. 직장인이야 잠시의 달콤함을 위해 진실을 외면해도 된다지만 정부가 미래세대의 나랏빚 부담을 모른 척해선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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