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섣불리 줍줍 마요"…'최악의 한주' 서학개미를 위한 조언

이제 하산할 때일까. 미국 뉴욕증시가 최악의 한 주를 보냈다. 금리 인상 공포에 기업 실적 부진 우려가 더해지면서 주요 지수는 추락을 거듭했다. 위험 자산에서 발을 빼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암호화폐) 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미국 증시에 영향을 받는 한국 등 다른 나라 증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글로벌 증시 줄줄이 휘청…'대체 자산'이라던 코인도 추락22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지난 한 주 7.6% 하락하며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확산된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나스닥은 4주 연속 하락하며 고점 대비 15.5% 추락한 상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한 주간 5.7% 떨어지며 2020년 6월 이후 처음으로 200일 이동평균선을 하향 돌파했다. 같은 기간 다우지수는 4.6% 내렸다.


연초부터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긴축 공포가 시장에 휘몰아치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월가에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3월을 시작으로 금리를 4차례 정도 올린다고 보는데, 큰 폭의 인상 주장과 1월 인상설까지 일부에선 나온다. 이 영향으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주중 1.9%까지 상승했다. 짐 캐런 모건스탠리 자산운용 글로벌 채권부문 전략가는 "시장은 이미 매파적(통화 긴축적)인 이야기로 가득하다. 연준이 1월 깜짝 금리 인상을 발표하거나 3월 인상 폭이 예상보다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감해진 투자자들은 기업 실적이 이미 높아진 주가를 뒷받침할 수 있느냐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특히 고금리에 취약한 성장주들이그렇다. 주요 기술 기업 중 한 곳인 넷플릭스는 실적 발표 후 21일 하루 주가가 22% 폭락했다. 지난해 4분기 순익과 매출이 모두 예상치에 부합했지만, 신규 가입자 수가 예상치를 밑돌아 올해 회사 실적이 부진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아마존, 테슬라, 메타(페이스북) 등 실적 발표를 앞둔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5%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발 악재에 한국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맥을 추지 못한다. 코스피지수는 지난주 5거래일 중 20일을 제외한 4거래일 동안 하락했다. 지난 21일에는 0.99% 내린 채 거래를 마감하며 종가 기준 2020년 12월29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일본 닛케이, 대만 자취안지수 등 아시아 증시도 1% 안팎으로 동반 하락했다.


가상자산 시장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비트코인은 이날 한때 3만5000달러(약 4174만원)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달 초만해도 5만달러에 육박했던 가치가 한 달도 안 돼 1만달러 넘게 빠진 것이다. 암호화폐는 대체 투자수단으로 주목받으며 급등했으나, 요즘에는 주가지수와 연동되는 흐름을 보인다.

/그래프=김현정 디자인기자

증시 어디까지? 기술주 저가매수해도 되나전문가들은 미국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LPL 파이낸셜의 라이언 데트릭은 CNBC에 "금리 인상이 다가오고 역사적으로 변동성이 큰 해이기 때문에 시장이 더 급격한 기복을 보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야뉴스헨더슨 리서치 책임자는 마켓워치에 "연준이 팬데믹 기간 완화했던 통화 정책을 조정하면서 향후 3~6개월 정도는 시장이 불안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가 반토막 날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전망도 나온다. 2000년 닷컴 버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을 예측한 제러미 그랜섬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슈퍼 버블'을 겪고 있다"며 "S&P500지수가 현재보다 45% 가까이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많이 빠진 기술주에 대해서는 아직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제리 브락만 퍼스트아메리칸 트러스트 최고투자책임자(CIO) 겸 대표는 "지금 정상 작동하는 건 우량주"라며 기술주 저가매수를 노리지 말라고 권했다. 아오이핀 데빗 모네타 CIO는 넷플릭스 등 '재택' 관련주는 팬데믹 기간의 성장세를 보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 앤드루 슬리먼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한번 열이 식으면 오래 가기 때문에 성장주의 저가매수 유혹을 피하라"면서도 과거 닷컴버블 상황과는 달라 대형 기술업체들은 취약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전망을 좋게 본다.

이번 주 증시도 긴장 상태는 지속될 전망이다. 연준은 화요일(25일)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최대 기술주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이번 FOMC에선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지만 3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종료 이후 연준이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한 단서를 내놓을 수 있다. 월가는 대체로 연준이 오는 3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곧이어 거의 9조 달러에 달하는 대차대조표 축소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