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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동물의 왕국'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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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24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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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학 대표
이윤학 대표
아프리카에는 스프링복(Springbok)이라고 부르는 영양이 있다. 성격이 온순하고 조심성이 많은 초식동물로 군집생활을 한다. 사자나 표범과 같은 천적들이 공격해오면 서로 경고음을 울리며 생존해간다. 평상시에는 서로 의지하며 평화롭게 살아가지만 무리가 점점 커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수천 마리가 떼지어 다니기 때문에 후미에 있는 영양들은 신선한 풀을 먹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그래서 후미에 있는 스프링복들은 신선한 풀을 먹기 위해 좀 더 빨리 앞으로 이동하려 하고 이로 인해 선두의 양들도 점차 빨라지기 시작해 무리의 전체 이동속도에 가속이 붙기 시작한다. 결국 영양들은 뛰기 시작하고 마침내 미친 듯이 무리 전체가 달린다. 이 광란의 질주는 절벽이 나타나서야 끝나는데 이미 이때는 멈출 수도, 되돌아갈 수도 없다. 결국 수많은 영양이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어서야 끝나는 '스프링복의 비극'이 발생한다. 원래 후미에 있는 스프링복이 조금씩 빨리 움직일 때 목적은 신선한 풀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것이 무리 전체 광란의 질주로 치달으면서 원래 목적을 모두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

얼마 전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주 청약이 있었다. 기관투자자의 경쟁률이 2023대1을 기록해 청약규모만 무려 '1경5000조원'을 기록했다. 꿈에서도 보지 못한 금액이다. 이어진 일반인 청약에도 114조원이 몰리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열기였다. LG화학에서 배터리사업을 물적분할하면서 만든 신생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 기관투자자들의 허수청약이다. 자본금 5억원의 자문사가 7조원 넘게 청약하는 등 증거금 면제를 방패로 과도한 허수청약이 남발됐다는 것이다. 이런 허수청약에는 몇 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첫째,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청약 희망수량대로 배정된다면 초대형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는 무엇보다 시장교란 가능성이다. 상당수 기관투자자는 많은 물량을 받기 위해 공모가 밴드의 상단, 혹은 그 이상으로 청약가격을 쓰기 때문에 가격이 공정하게 형성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정상적으로 청약하는 공모주펀드 등에는 배정물량이 적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기관의 허수청약은 이후 청약하는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즉, 과도하게 높은 기관의 허수 경쟁률로 개인들이 기업가치를 호도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특히 1주라도 더 받기 위해 노력하는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관의 허수청약은 '공정성'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고 한 랄프 웬저가 '얼룩말과 펀드매니저의 공통적인 고민거리'를 말한 적이 있다. 첫째, 둘 다 이익을 추구한다. 얼룩말은 신선한 풀을, 펀드매니저는 수익을 얻으려 한다. 둘째, 둘 다 위험을 싫어한다. 얼룩말은 사자 밥이 될 수 있고 펀드매니저는 해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둘 다 무리 지어 다닌다. 얼룩말은 생존을 위해, 펀드매니저는 비슷한 생각과 안목으로 무리 지어 다닌다.

스프링복과 얼룩말, 동물의 왕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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