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안받겠다는 게 아니라 너무 가혹"…중기, 중대재해법 면책기준 절실

충청남도 천안에 위치한 신진화스너 공장에서 작업자가 근무하고 있다./사진=중소기업중앙회

"현장에서 위험하다고 스마트폰 보지말라고 하면 다음날 출근 안해버립니다. 일을 할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합니까. 뭐라고 말 못합니다. 처벌을 안받겠다는 게 아니라 너무 가혹하다는 얘깁니다. 노동법에 산업안전보건법, 환경법도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일 부담스럽습니다. 법에 치어 죽겠다는 생각이 듭니다."(이오선 부산청정표면처리사업협동조합 이사장·동아플레이팅 대표)

중소기업계가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사업주 면책조항을 신설하고 근로자 안전 비용지원 등 보완입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는 24일 오전 충청남도 천안시 금속 부속품(볼트 등) 제조업체 신진화스너공업에서 노동인력위원회 현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정적인 도입을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안전사고 발생원인에 따라 책임을 명확히 나눠야 한다는 게 중소기업계 핵심 주장이다. 안전장비나 현장 조치 미흡 등 근로자 부주의로 인한 사고에 대해 면책조항을 달라는 취지다.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무조건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업무상 사고책임을 사업주에게만 부가하는 건 '가혹한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보원 한국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삼흥열처리 회장)이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중소기업중앙회

정한성 한국파스너공업협동조합 이사장(신진파스너 대표)은 "안전 사고가 나는 걸 보면 사용자가 충분히 조치를 했음에도 근로자 부주의로 인한 게 60~70%정도 라고 한다. 안전사고를 사업주와 근로자가 같이 줄여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중소기업 사업주가 굉장히 부담이 되기 때문에 계속 사업을 할 수 있을까 생각까지 든다"고 강조했다.

인력난도 중소기업 대표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안전 설비에 투입되는 비용 뿐만 아니라 인력 자체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안전기사 등 자격증을 보유한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데, 급증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 김창웅 한국건설기계정비협회 이사장(카라인종합정비공장 대표)은 "중소기업에 오려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며 현장 근무자도 50~70대"라고 말했다.


고질적인 원·하청구조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안전시설이나 교육 등에 투입되는 비용이 늘어나더라도 원청에서 이를 반영해주지 않거나 하청을 준 협력업체에 떠넘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박길수 한국고소작업대 임대업협동조합 이사장(삼우 대표)은 "사고는 돈 때문에 일어나는 게 대부분이다. 빨리해야 적자가 안나기 때문이다. 납품단가를 높여줘야 하는데 시간만 줄인다"고 말했다.

나아가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명확한 안전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모호한 안전기준으로 현장에서 빈번하게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작업 중 스마트폰 사용금지 등 근로자 안전기준도 정해 부주의에 따른 책임을 명확히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주보원 한국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삼흥열처리 회장)은 "근로자가 지키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