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화재 이어 입건까지···잘나가던 에코프로비엠에 무슨 일이

/사진=뉴스1

상장 약 3년 만에 시가총액 10조원을 넘기며 코스닥 대장주로까지 거론됐던 에코프로비엠이 예기치 못한 암초에 부딪쳤다.


화재 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한데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받아 고용노동부 수사를 받고 있다. 중대 사고에 대한 책임자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회사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에코프로비엠은 24일 이차전지용 양극재를 제조하는 충북 청주 오창공장에 대해 생산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지난 21일 발생한 화재 사고로 인해 오창 일부 공장 건축물 및 기계장치 일부 소실이 있었으며 화재 조사에 따른 CAM4 공장의 일시적 생산중단 때문이다.

지난 21일 오후 3시쯤 해당 공장에서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 소방당국이 화재 진압에 나섰으며 당일 오후 7시가 넘어 진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불은 건물 4층 보일러실에서 전기보일러가 폭발하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됐으나 자세한 원인은 조사 중이다.

화재 당시 35~40명 가량이 건물 내 있었으며 대부분 자력으로 탈출하거나 구조됐다. 반면 탈출하지 못하고 고립됐던 직원 한 명이 소방당국의 수색 끝에 결국 숨진 채 발견되자 주변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에코프로비엠은 에코프로의 이차전지 소재 사업부문이 물적분할돼 2016년 신설된 회사다.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양극재 활물질을 전문 제조한다.

주 고객사는 현재 삼성SDI와 SK온 등이다. 에코프로비엠은 특히 니켈 함량 80% 이상의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 소재 국산화에 성공하며 높은 기술 자립도를 확보한데다 각형, 원통형, 파우치형 등 모든 배터리 타입에 대응이 가능하단 점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상장 당시 공모가는 4만8000원이었지만 현재 주가는 40만원이 넘는다.

에코프로비엠은 2008~2018년까지 청주에 CAM1~CAM4, CAM4N 공장 등을 지었고 이후 CAM5 공장부터는 포항에 증설해왔다.

업계에서는 화재가 난 CAM4/CAM4N 공장에서는 NCA 양극재를 주로 생산하며 전기차향 뿐 아니라 소형공구용도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화재 직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보고서 발간을 통해 "화재가 발생한 공장은 오창공장 총 생산능력 2만9000톤 중 1만7000톤 규모의 CAM4/CAM4N 라인으로 추정된다"며 "CAM1~CAM4N은 다품종 소량생산, 포항공장은 소품종 대량생산(의 특성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창공장은 주로 소형가전에 들어가는 NCA 양극재에 주력해 재가동까지 일부 공급차질이 예상된다"며 "인사사고 발생으로 인해 재가동까지 일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통상 최소한 한 개 분기(3개월)에 해당하는 재고 물량을 확보하기 때문에 단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본다. 사망자가 발생한 중대 사고인 만큼 신중히 사고 수습 추이를 먼저 지켜보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에코프로비엠 측은 포항 지역 내 증설중인 시설의 조기 양산을 통해 이번 화재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측은 "포항 지역 내 CAM5 및 CAM6의 생산계획 확대와 CAM5N의 연내 조기 생산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예정"이라며 "직접적 화재 피해가 있는 CAM4N 공장의 생산능력은 올해 계획된 당사 전체 생산능력과 CAM4의 재가동을 고려할 경우 그 영향이 중대치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24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생산중단의 상세한 여파 등에 대해 에코프로비엠 측에 문의했으나 답변이 없었다.

생산 중단된 공장의 2020년 연결 매출액은 8548억원으로 추정했다. CAM4와 CAM4N 공장 만의 정확한 매출 산정은 불가능하나 잠정 산정키론 3935억원으로 산정됐다.

화재에 관한 조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지난 화재 이후 22일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이 확인돼 즉시 입건, 철저히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화재 사고는 해당업체가 유해·위험 설비에 대한 공정안전보고서를 제출한 후 고용노동부로부터 적합 판정을 받기 전에 해당 설비를 가동하다가 발생한 사고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측은 아울러 공장 내 설비 유해·위험요인을 확인 및 개선시키기 위해 안전진단 명령을 내렸다.

생산중단의 상세한 여파 등에 대해 에코프로비엠 측에 문의했으나 답변이 없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이날 전 거래일 보다 7.7% 하락한 40만400원으로 장을 마쳐, 이틀째 큰 폭으로 하락했다. 앞서 화재가 발생했던 지난 21일 거래 때도 4.66%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