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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렉서스도 힘들다는 독일, 기아가 '대박' 친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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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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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26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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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에너지대전환-탄소중립 로드를 가다: 독일편(하)

[편집자주] 화석 연료에서 청정 에너지로, 탄소중립을 향한 인류의 위대한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주요 국가들이 기후 변화로 인한 온난화로부터 지구를 구해내기 위한 에너지대전환의 큰 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은 청정 에너지가 구현하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치열한 경제 전쟁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수소 등 청정에너지와 탄소중립 이슈를 주도해온 머니투데이는 2022년 새해를 맞아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중동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의 탄소중립 현장을 돌아보는 '에너지대전환-탄소중립 로드를 가다'를 연재합니다.


환경파괴 주범이 '수소경제 심장'으로…함부르크의 역발상


무어부르크 석탄 화력 발전소/사진제공=바텐팔
무어부르크 석탄 화력 발전소/사진제공=바텐팔
함부르크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선정 '수소경제'를 실현할 최적의 도시다. 수소만으로 도시 전체를 운영하는 수소경제는 '돈'과 '지리적 요건'이 동시에 맞아떨어져야 한다. 초기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재원을 투자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에,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가 그린수소를 충분히 생산할만큼 잠재력이 큰 지역이어야 한다는 것.

역설적이게도 친환경 에너지 비중이 독일 내에서도 높은 축에 속하는 함부르크 지역의 한 화력 발전소가 이러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무어부르크(Moorburg) 석탄 화력 발전소다. 이미 이곳은 2020년부터 가동이 중단됐다.

지난달 2일 오후 3시 독일 함부르크 주(州)정부 사무실에서 만난 옌스 케르스탄 환경·기후·에너지·농업부 장관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이강준 기자
지난달 2일 오후 3시 독일 함부르크 주(州)정부 사무실에서 만난 옌스 케르스탄 환경·기후·에너지·농업부 장관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이강준 기자
지난달 2일 오후 3시 독일 함부르크 주(州)정부 사무실에서 만난 옌스 케르스탄 환경·기후·에너지·농업부 장관은 "(그린수소 생산 최적지에 있는) 무어부르크 발전소를 재건축해 수소허브의 중심지로 만들 것"이라며 "함부르크를 독일을 넘어 유럽 최대 규모 그린수소 생산지로 탄생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어부르크 발전소는 2007년 해상풍력 등 재생 에너지 기업 바텐팔이 부지를 매입해 건설했다. 2015년 가동이 시작돼 800MW(메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했다.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은 연간 850만톤에 이를 정도로 함부르크 지역 공해의 주범이었다.

무어부르크를 품은 함부르크가 수소경제 핵심 도시로 부상한 건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6월 독일 연방정부는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 수소경제 리더로 발돋움하기 위해 '독일 국가 수소전략(Die Nationale Wasserstoffstrategie)'를 발표했다.

독일 국가 수소전략/사진제공=독일 연방정부
독일 국가 수소전략/사진제공=독일 연방정부
이 전략에는 크게 △독일 수소 시장 확대를 위해 70억 유로(약 9조4660억원) △유럽연합(EU) 내 수소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20억 유로(약 2조7046억원) 지원 △2030년까지 독일 내 5GW(기가와트) 규모 수소 생산 설비 설치 △2035~2040년까지 5GW 규모 추가 설치 등이 담겼다.

흥미로운 점은 독일 뿐 아니라 수소 파트너십을 위해서라면 다른 나라의 사업이라도 독일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수소경제가 탄소 배출 제로(0)인 '그린수소'로만 돌아가야 진정한 탄소중립이 가능하다는 정부의 판단 때문이다.

그린수소는 풍력·수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특정 지역·국가에서만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독일 내에서 최대한 생산기반을 마련하되, 부족한 수소는 이웃국가에게서 수입을 해서라도 오로지 그린수소로만 수소경제를 운영하겠다는 복안인 것. 그러기 위해선 독일 뿐 아니라 주변 국가들까지 수소 인프라가 어느정도 발전해야 한다.

日 렉서스도 힘들다는 독일, 기아가 '대박' 친 비결은
유럽 전체의 수소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독일 연방 정부는 2020년 12월 연방경제에너지부 주도로 수소 관련 IPCEI(유럽 공동 관심 분야 주요 사업)을 발족했다. 총 23개 회원국 약 200개사로부터 사업안을 접수받았는데, 이중 함부르크 소재 12개 기업이 구성한 '함부르크 수소 연합(Wasserstoffverbund Hamburg)'의 프로젝트가 8개나 선정됐다.

8개 프로젝트 중 가장 핵심 사업은 그린수소 생산 시설을 마련하는 '함부르크 그린수소 허브' 사업이다. 무어부르크 발전소 인프라를 활용하는 게 골자다. 무어부르크는 독일 전역에 38만 볼트, 함부르크에 11만 볼트의 송전망이 이미 구축돼 있다. 또 함부르크 항구와 인접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데 쓰이는 바이오매스를 배를 통해 들여올 수 있다.

또 수소 연합 가입사 바텐팔의 육상·해상풍력 발전소도 가까워 무어부르크 발전소 자리에 들어설 예정인 그린수소 수전해시설에 전력을 직접 공급할 수 있다.

함부르크 그린 수소 허브 예상도/사진제공=Warme Hamburg
함부르크 그린 수소 허브 예상도/사진제공=Warme Hamburg

무어부르크 수전해시설(가칭)은 100MW의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설치용량을 갖출 예정이다. 세계 최대 규모로 시간당 2만톤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자동차 한 대가 2만㎞를 주행할 수 있는 양이다.

여기서 나온 수소는 총 길이 50㎞에 달하는 도시 파이프를 통해서 철강·구리·알루미늄·석유화학 등 중공업 공장에 전달된다. 수전해과정서 발생한 산소는 선(先) 장기 구매 계약인 오프테이크(off-take) 방식으로 판매한다. 이외에도 모빌리티·난방 에너지로 수소가 쓰이면 매년 9만2000톤의 탄소가 감축될 전망이다.

다만 무어부르크 수전해시설은 세계 최대 규모인데도 도시 전체를 돌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용량이다. 철강 공장만 해도 연간 450MW의 수소가 필요한데, 부족분은 모두 수입하겠다는 계획이다.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케르스탄 장관은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반드시 산업분야에 그린수소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함부르크 그린 수소 허브'를 중심으로 도시가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식 '빨리빨리 문화' 적용하니...獨서 대박친 기아



독일 프리트베르크에 위치한 기아 쾨글러 대리점/사진=이강준 기자
독일 프리트베르크에 위치한 기아 쾨글러 대리점/사진=이강준 기자
독일은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진출하기 가장 어려운 나라 중 하나다. 최초 내연기관차 등장 후 세계 자동차 시장을 독일산 브랜드가 휘어잡았기 때문이다. 미국서 날아다닌다는 렉서스도 유독 독일에서는 기를 펴지 못한다.

그러나 기아는 달랐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주요 독일 브랜드 판매량이 후퇴한 가운데 성장세를 보였다. 차의 고향에서 거둔 뜻깊은 성과다. 독일 연방도로교통청(KBA)에 따르면 독일의 작년 승용차 신규 등록대수는 262만대로 전년(292만대)보다 10.1% 감소했다.

메르세데스-벤츠(-25.7%), 아우디(-15%), BMW(-7.7%), 폭스바겐(-6.8%), 렉서스(-11.7%) 등 주요 브랜드는 판매량이 후퇴했지만, 현대차는 1.5%, 기아는 2.4%로 나홀로 성장했다.

지난달 3일 오전 10시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북쪽으로 약 30㎞ 떨어진 프리트베르크에서 만난 베른트 쾨글러 기아 대리점 대표는 "한국 브랜드라서가 아니다"라며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기아 그 자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인 덕분이다. 기아가 한국 브랜드인지, 현대차와 형제회사인지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기아의 성공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달 3일 오전 10시쯤 독일 프리트베르크에 위치한 기아 쾨글러 대리점에서 베른트 쾨글러 대표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이강준 기자
지난달 3일 오전 10시쯤 독일 프리트베르크에 위치한 기아 쾨글러 대리점에서 베른트 쾨글러 대표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이강준 기자

독일 프리트베르크에 위치한 기아 쾨글러 대리점 내부/사진=이강준 기자
독일 프리트베르크에 위치한 기아 쾨글러 대리점 내부/사진=이강준 기자
이곳은 프리트베르크 지역에서 2019년 지점 설립 이후 꾸준히 판매 1위를 지켰던 곳이다. 폭스바겐, 오펠, 포드 등 주요 경쟁 브랜드가 있는데도 프리트베르크 주민들은 기아차부터 찾는다.

쾨글러 대표는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이 나올때마다 디자인이 완전히 변하는 게 기아만의 특장점이라고 봤다. 독일인 입장서 국산차들은 패밀리룩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때문에 신차에 대한 수요가 없는데, 기아가 이 점을 잘 파고들었다는 것.

쾨글러 대표는 "기아는 가격 정책, 디자인을 빠르게 바꾸기 때문에 다양한 소비층을 흡수할 수 있다"며 "독일인들은 똑같은 폭스바겐 골프를 너무 오랫동안 타왔다. 이젠 다른 차가 필요한 시기"라고 답했다.

독일 프리트베르크에 위치한 기아 쾨글러 대리점 주차공간. 전부 판매용 차량이다/사진=이강준 기자
독일 프리트베르크에 위치한 기아 쾨글러 대리점 주차공간. 전부 판매용 차량이다/사진=이강준 기자
그는 한국의 '백화점식' 판매 전략도 도입했다. 이 지점에만 약 600대의 신차 재고가 있는데, 다양한 모델·색상·트림을 전부 구비해놨다. 한 고객이 차량계약을 끝내면 상품화 과정을 거쳐 하루나 이틀만에 바로 차를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이런 한국식 '빨리빨리' 문화는 이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제대로 저격했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좋다는 게 쾨글러 대표의 분석이다. 초급속 충전 기능이 들어간 기아 EV6가 포르쉐의 저렴한 차와 가격이 비슷한데도 불티나게 팔리는 게 그 증거라는 설명이다.

대기기간도 한국과 비슷하다. 쏘렌토는 약 14개월, 스포티지는 12개월 등 반도체 공급난 영향으로 살 사람은 많은데 팔 차가 없는 상황이다. 쾨글러 대표는 "2025년에는 독일 소비자들 75~80%가 전기차를 사길 원할 것"이라며 "기아는 테슬라처럼 전동화에 있어서 열 걸음은 앞서 있다. 배터리만 잔뜩 넣어서 비싸게 파는 독일 전기차와는 궤가 다르다"고 했다.

독일 프리트베르크에 위치한 기아 쾨글러 대리점의 수리센터/사진=이강준 기자
독일 프리트베르크에 위치한 기아 쾨글러 대리점의 수리센터/사진=이강준 기자
기아의 독일 내 입지는 점점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독일 역시 다른 주요 자동차 시장처럼 차량 판매를 담당하는 '딜러사'의 역량이 브랜드 성공을 좌지우지하는데, 내로라하는 유럽 딜러 그룹사들이 기아와 공급 계약을 맺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유럽 메가 딜러 그룹 '페니시', '아박' 등이 폭스바겐 BMW 등을 주로 판매하는데 최근 기아와 계약을 맺기위해 물밑작업을 계속 해오고 있다는 게 현지 법인 설명이다. 딜러사는 팔릴만한 브랜드만 계약하는데, 기아는 이미 '성공할 수 밖에 없는 브랜드'로 인식이 널리 퍼졌다는 얘기다.

차값을 저렴하게 해서라도 최대한 판매대수를 늘리려는 타 브랜드와 달리 판매량이 좀 덜 늘어나더라도 한 대당 '비싼 차'를 팔자는 기아의 전략은 정확히 통했다는 분석이다. 쏘렌토, 스포티지 등 중형 이상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가 인기 품목인데 대부분 '풀옵션'으로 팔린다.

기아 독일 법인 관계자는 "기아를 찾아온 고객들은 똑같은 차가 있어도 풀옵션 차량을 고른다"며 "'당연히 기아차는 가성비 전략을 쓴다'는 오해가 많은데, 오히려 독일은 정반대로 프리미엄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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