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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면 91년생 한 푼도 못 받는다…현실이 된 '국민연금 고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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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선일 기자
  • 안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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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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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나이의 경제학 (上)

[편집자주] 기초연금은 65세부터 나온다. 현재 62세인 국민연금 수급 연령도 2033년엔 65세로 올라간다. 그런데 법으로 정해진 정년은 60세에 그친다. 은퇴 후 5년 동안 연금도 없이 버텨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정년을 연장하면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든다. 청년과 노년 사이의 딜레마다. 앞으로 5년을 결정할 대선을 앞두고 모든 세대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본다.


"73세까지 일하고 싶다"는데…청년표심에 눈치보는 대선주자들


이대로면 91년생 한 푼도 못 받는다…현실이 된 '국민연금 고갈론'
"청년 세대가 선호하는 공무원·대기업·공공기관 등은 정년 연장을 자중하자. 대신 60세 퇴직 이후 연금 받기 전까지 연간 120만 원의 장년수당을 드리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정년 연장은 법으로 강제하기 어렵다. 노인 등 가장 어려운 계층은 추가 급여로 보듬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저출산·고령화로 향후 우리나라의 일할 수 있는 인구가 급감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이미 일손이 부족해진 '노인대국' 일본은 정년 연장으로 문제 해결을 꾀하고 있다. 연금 고갈과 고령층 빈곤 문제까지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다.

문제는 정년을 미룰 경우 청년들의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2030 청년층의 표심이 간절한 대선후보들이 정년 연장에 미온적인 이유다. 청년 실업과 연금 고갈·노년 빈곤이란 문제 사이에서 정년 연장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세대갈등'을 막는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가오는 '100세 시대'

이대로면 91년생 한 푼도 못 받는다…현실이 된 '국민연금 고갈론'
100세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장래인구추계(2020~2070년)'에 따르면 신생아의 기대수명은 중위(중간값) 추계 기준으로 올해 만 84.1세에서 2070년 91.2세로 높아질 전망이다. 중간이 91세이니 100세 넘기는 사람도 수두룩해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법적 정년은 여전히 60세에 머물러 있다. 사실상 70세 정년 시대로 가는 일본, 일찌감치 정년을 폐지한 미국·영국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통계청이 지난해 7월 발표한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55~79세 인구 1476만6000명 중 "장래에도 일을 하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은 68.1%(1005만9000명)에 달했다. 이들이 계속 근로를 희망하는 연령은 평균 73세까지로 집계됐다.

얼핏 보기에 이들의 바람은 현실이 된 듯하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인구구조 변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18년 기준 한국의 실질은퇴연령(40세 이상 근로자의 평균 은퇴 연령)이 남녀 모두 72.3세로 36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했다.

문제는 한국의 정년이 60세라는 점에 비춰볼 때 이들이 일을 하는 마지막 약 10년은 기존 직장이 아닌 비교적 열악한 조건의 일터에서 근무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예정처에 따르면 남성 기준 한국의 정상은퇴연령(22세에 노동시장에 진입해 중단 없이 일한 근로자가 연금을 손실 없이 수령할 수 있는 연령)은 61세로 36개 OECD 회원국 중 35위였다. 남성 기준 36개 OECD 회원국의 평균 정상은퇴연령은 64.2세다.

예정처는 "한국은 (남성 기준으로) 연금 수령이 가능한 연령이 지나서도 평균적으로 약 11.3년간 일을 한다는 의미"라며 "연금의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고령층 인구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또한 예정처는 "법적 정년이 60세라는 점을 함께 고려할 때 자신이 전문성을 쌓은 직종이 아닌 다른 일을 하는 고령층 규모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70세 정년으로 가는 일본, 정년 폐지한 미국·영국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공동취재사진) 2022.01.19.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공동취재사진) 2022.01.19.
예정처가 언급했듯 문제의 근본에 정년제가 있다. 정년제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규정됐다. 60세 정년은 2013년 권고 사항으로 도입된 후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됐다.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우선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생산연령인구(15~64세) 부족 문제가 불거졌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인구(65세 이상)는 2020년 815만명(전체 인구 중 15.7%)에서 2049년 1901만명(39.8%)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 3738만명에서 2030년 3381만명, 2070년 1737만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정년상 은퇴 시기와 연금 수령 시기 간 차이로 은퇴자의 생활고 문제도 발생한다. 60세 정년은 그대로이지만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현행 62세에서 2033년 65세로 높아진다. 정부가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65세 이상이면서 소득 하위 70%에 해당해야 받을 수 있다.

세계 주요국은 이미 정년 연장에 나섰다. 예정처에 따르면 일본은 현재 정년이 65세인데, 지난해 4월부터 70세 정년을 권고하는 내용으로 '고연령자 고용안정법'이 개정·시행됐으며 추후 의무화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독일도 65세였던 정년을 2029년까지 점진적으로 67세로 연장한다. 미국과 영국은 연령에 따른 고용 제한을 차별로 정의해 이미 정년을 폐지했다.

◆청년 표심 잃을라...대선주자들, 정년 연장에 '신중'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2동경로당에서 어르신 정책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2022.01.19.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2동경로당에서 어르신 정책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2022.01.19.
정부는 정년 연장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관련 법 개정에 적극 나서진 않고 있다. 주요 여야 대선 주자들 역시 정년 연장에 비교적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자칫 정년 연장에 따른 피해를 볼 수 있는 청년층의 민심을 고려해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해 12월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청년들은 '있는 자리나마 정년을 연장해서 기성세대가 차지하면 우린 어떡하느냐'라고 생각해 세대 간 갈등의 원인이 된다"며 "청년 세대가 선호하는 공무원·대기업·공공기관 등은 정년 연장을 자중하고 청년이 관심을 굳이 갖지 않을 영역은 신속하게 정년을 연장해가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가 내세운 청년층 관련 공약은 이외에도 △임기 내 청년 고용률 5%포인트(p) 상승 △가상화폐공개(ICO) 허용 검토 등이 있다. 이 후보의 고령층 공약으로는 △60세 이후부터 공적연금 지급 전까지 연간 120만원 장년 수당 지급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 단계적 조정 △치아 임플란트 건강보험 확대 등이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 10일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정년 연장 문제는 기업에서 하는 것으로, 법을 통해 강제하면 청년이 일자리를 얻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지난해 12월에는 "아동, 노인, 장애인에 대한 추가 급여를 통해 가장 어려운 계층의 삶부터 보듬어가겠다"고 했다. 고령층 지원을 정년 연장보단 복지 강화 차원에서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윤 후보의 고령층 관련 공약으로는 △기초연금 급여 현실화 △요양병원 간병비 건강보험 급여화 △치매 등 노인질환 예방 지원 강화 등이 있다. 청년층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으로는 △가상자산 수익 5000만원까지 양도소득세 면제 △청년 원가 주택 30만호 보급 등을 제시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장애인 관련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1.19.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장애인 관련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1.19.



91년생은 못 받을 판인데…"선거 진다" 정치권서 내쳐진 '연금개혁'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우리 국민들의 노후 생활을 떠받칠 국민연금이 말라가고 있다. 저출산·고령화가 이대로 진행된다면 국민연금은 늦어도 2057년엔 고갈된다. 내는 돈을 늘리거나 받는 돈을 줄이지 않는 한 연금 소진은 피할 수 없다. 일각에선 정년 연장을 전제로 연금 수급연령을 미루는 방안도 거론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8년 내놓은 '국민연금 4차 재정추계결과'에 따르면 현 제도가 유지될 경우 국민연금기금은 오는 2057년 소진될 전망이다. 보험료 수입과 기금투자 수익을 더한 총수입보다 연금급여 지출이 많아 연금 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는 시점은 2042년이다. 이후 적자는 2057년 124조원까지 불어난다. 현재 만 30세인 1991~1992년생이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만 65세가 되면 연금을 지급할 돈이 적어도 기금 내에는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같은 전망조차도 낙관적인 것이라는 분석이다. 4차 재정추계에 적용된 출산율이 실제 나타난 것보다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8년 당시 연금고갈 시기를 추정하며 2020년 합계출산율을 1.24명으로 가정했다. 2030년은 1.32명, 2040~2088년은 1.38명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실제 2020년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정부 예상치보다 0.5명 적다. 출산율 감소추세는 이어지고 있어 극적인 변화가 없는 한 2030년, 2040~2088년 출산율 가정도 틀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국내총생산(GDP) 등 다른 변수가 변하지 않는다면 고갈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얘기다. 합계출산율이란 가임여성(15~49세) 1명이 평생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 지표를 말한다.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4차 재정추계가 발표된 지 2년 뒤인 2020년 '4대 공적연금 장기 재정전망'을 발표하고 연금기금 고갈시기를 2055년으로 추정했다. 정부 발표보다 2년 앞당겨진 셈이다. 국민연금기금 수지적자 시기는 2039년으로 4차 재정추계보다 3년 앞당겼다.

그럼 국민연금 고갈을 막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처럼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을 상향하거나 보험료율을 높이는 게 기본적인 방안이다.

정부는 지난 2018년 12월 4가지 시나리오를 국회에 제출하고 연금개혁을 시도했으나 실제로 추진하지는 않았다. 해당 안은 △현행 유지(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 9%) △현행유지, 기초연금 40만원으로 인상 △보험료율 12%, 소득대체율 45%로 인상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인상 등이다.

정부가 제시한 시나리오 중 1~2안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3~4안은 기금고갈에 대비해 보험료율을 올리되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국민들에게 주자는 안이다.

연금수급연령을 높이자는 주장도 나왔다. 정년연장과 병행해 연금수급 시작연령을 늦추고 기금부담을 덜자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수급연령만 67세로 상향 △수급연령 67세로 상향, 가입기간 2년 연장 △보험료율 12%, 소득대체율 45%, 수급연령 67세로 상향 △ 보험료율 14%, 소득대체율 45%, 수급연령 67세로 상향 △보험료율 18%, 소득대체율 45%, 수급연령 67세로 상향 등 안을 제시했다.

현재 청년들의 은퇴 후 삶을 책임질 국민연금이 고갈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정치권은 그에 걸맞은 책임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3월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연금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해 12월1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결국 많이 걷고 적게 줘야 한다"면서도 "어느 정당이든 연금개혁을 선거공약으로 내면 선거에서 진다"고 했다.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26일 KBS 일요진단에서 "연금개혁은 해야하지만 이해관계가 너무 심하게 충돌한다"며 "연금개혁은 해야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어떻게 하겠다는건 독선"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가장 적극적이다. 안 후보는 지난 11일 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이걸(연금고갈) 그대로 둔다는 건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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