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 최신원, 횡령·배임 혐의 '2235억→580억' 확 줄어든 이유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2235억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사진) 2022.01.27.

횡령·배임·사기 등 혐의로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1심 재판부는 그가 회사에 약 580억여원에 이르는 피해를 입힌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검찰이 추산한 2235억여원과는 대조되는 액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2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특가법)상 횡령·배임·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금융실명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최 전 회장에게 일부 유죄를 인정해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날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최 전 회장에 대해 "횡령·배임의 합계가 580억원에 이르는 거액으로 마땅히 사회적 지위와 위법의 정도에 비례하는 엄중한 책임을 받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반면 검찰은 앞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횡령·배임액을 총합계 2235억원으로 보고 최 전 회장에 대해 징역 12년과 벌금 1000억원을 내려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최 전 회장이 받은 7가지 혐의 중 3가지를 무죄로 판단했다.


최 전 회장이 총 3차례에 걸쳐 약 936억원 상당의 배임 혐의를 받게 된 SKC의 SK텔레시스 유상증자는 이 사건의 최대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유상증자가) 성공한 투자였는지 여부는 향후 경영상의 판단이 이뤄질 영역"이라며 "적어도 이 사건에서 당시 최 전 회장과 임원들의 임무위배행위·SKC의 손해발생·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현저히 부족하다"고 봤다.

또 300억원 상당의 배임 혐의를 받게 된 SKC의 SK텔레시스 관련 채무부담확약서(LOC)에 대해서는 "LOC 자체에 '보증서로 간주되지 않는다'라고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다"며 "SKC가 법적구속력 있는 의무를 부담하였다고 보기 어려워 무죄"로 판단했다.

275억원 상당의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게 된 신성장동력(KoFC)펀드 관련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대해서도 최 전 회장의 회사자금 유용이 당시 상황상 펀드 측에 판단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인이 되지 않았고, 손해를 입힌 사실이 없어 무죄라고 밝혔다.

또 260억원 상당의 배임 혐의를 받았던 ANTS의 2018년 8월 '유빈스' 인수도 재판부는 당시 최 전 회장이 "ANTS의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며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했다는 점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한편 최 전 회장이 회삿돈으로 가족·친인척·지인들에게 허위급여를 지급하고 회사 소유의 워커힐호텔 고급빌라 사용료를 낸 250억 상당의 횡령혐의에 대해서 재판부는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이중 "100억원 정도는 무죄"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최 전 회장이 △SK텔레시스로 하여금 최 전 회장 명의의 개인회사 '앤츠개발'에 155억원을 빌려줘 골프장 사업을 추진한 배임 혐의 △SK텔레시스 회사자금 116억9000만원을 개인 유상증자 대금으로 무단으로 빌렸다 갚은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이어 79만달러 상당의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139만달러 상당의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도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증거도 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최 전 회장이 "(회사 재산을) 마치 개인재산인 것처럼 사용했다"면서도 △상환과 공탁 등으로 금전피해를 회복한 점 △회장직에서 완전히 퇴진한 것으로 보이는 점 △평소 사회공헌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