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모셔요"…강남으로 옮기고 보너스·스톡옵션 내놓는 e커머스

/사진=SSG닷컴

e커머스 업계가 사옥을 옮기고 기업문화를 바꾸는 등 '개발자 모시기'에 사활을 걸었다. e커머스 상품 판매를 위한 데이터 분석·활용이 중요해진 만큼 e커머스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IT(정보기술) 인력 확보가 필수적인데, 이들이 강남 판교 등의 지역을 선호하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은 최근 사내에 '본사 이전' 관련 의견 수렴 협의체를 만들고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현재의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센트로폴리스에서 강남구 역삼동 센터필드로 옮기는 방안이다.

기존의 중구 회현동 메사빌딩에서 공평동 센트로폴리스로 사옥을 옮긴지 만 2년만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의 논의라 급작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e커머스 관계자는 "SSG닷컴은 2020년 5월에 현재의 사옥인 센트로폴리스로 옮겼는데, 만 2년도 안돼 또 다시 사옥을 옮기려 한다는 건 그만큼 '우수 개발자 채용'이 절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기반의 e커머스 경쟁이 가열되면서 e커머스 업계의 우수 IT 인력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상품 판매를 위한 데이터 분석, 활용, 배치, 검색, 보안 등 모든 과정에 개발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수 인재들이 게임·IT업계로 몰리는 상황이라 e커머스들은 각종 유인책으로 인재 영입에 힘쓰고 있다. 특히 강남, 판교는 IT기업과 스타트업이 밀집해 이미 그곳에 터를 잡고 있는 개발자 채용이 용이하다.

SSG닷컴 관계자는 "IT 업계 트렌드·문화와 근무 환경 등을 고려해 개발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으로의 사옥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SG닷컴은 약 10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데, 이중 절반이 개발자다.
실제 최근 자리를 잡은 e커머스들은 개발자 채용을 위해 강남권에 둥지를 틀고 있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강남구 역삼동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건물에 자리를 잡았고, 롯데쇼핑의 e커머스사업본부로 롯데닷컴에서 새로이 출범한 롯데온은 2019년 송파구 신천동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사무실을 열었다. 쿠팡 역시 2017년 송파구 신천동 잠실 타워730으로 본사를 옮겼다. 티몬, 위메프, 지마켓글로벌 역시 강남구에 본사가 위치한다.


다만 SSG닷컴의 강남권 사옥 이전이 쉽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한번 터를 잡은 이상 먼 곳으로의 이전은 기존 직원들의 반발이 나올 수 있어서다. 한 e커머스 관계자는 "공평동 센트로폴리스 사옥 임대기간이 남은 데다가 종로 사옥 근처로 거주지를 이미 옮긴 직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나와 실제 이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미 강북권에 자리를 잡은 11번가 역시 다른 방식으로 개발자 선호 지역으로 진출했다. 11번가는 서울시 중구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에 본사가 있는데, 개발자가 늘면서 강남구 삼성동, 분당 수내동 등에 거점 스마트오피스(도심에 있는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대신 원격 근무가 가능하도록 주거지 인근 거점에 마련한 IT기반 사무실)를 구축했다.

e커머스 업계는 우수 개발자 영입을 위해 근무지 이전 외에도 여타 유인책을 내걸고 있다.

쿠팡은 개발자에게 추가 5000만원을 '사이닝 보너스'로 지급했다. 롯데온은 자기계발지원금을 제공하고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조직문화TF(태스크포스)를 설치했다. SSG닷컴은 개발자 전원에게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했다. 11번가는 신입 개발자 대상으로 하루 8시간씩 총 200시간 온라인 교육을 시행했고, 티몬은 직급 체계에 따른 호칭을 없앤 뒤 영어 이름을 부른다. 위메프는 직급 체계를 폐지하고 구성원 호칭을 '매니저'로 일원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