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인혁·BJ잼미 극단선택 내몬 '손가락 살인'…난 안걸리겠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4일 경기 수원시 자택에서 배구선수 김인혁(27)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인이 명확하고 유족도 원하지 않아 부검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김인혁은 지난해 8월 "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경기마다 수많은 메시지와 악플을 보내는데 진짜 버티기 힘들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유튜버 잼미(27·본명 조장미)도 비슷한 시기 세상을 등졌다. 지난 5일 트위치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잼미의 삼촌이라고 밝힌 작성자가 "장미는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며 "수많은 악플과 루머 때문에 우울증을 심각하게 앓았고 그것이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 됐다"고 적었다.

동갑내기 두 사람이 악성 댓글(악플)로 대표되는 인터넷 상의 비방을 견디다 못해 세상을 떠났다. 이들은 생전에 각각 다른 이유로 악플에 시달리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나 두 사람을 겨냥한 악플은 잦아들지 않았고 결국 이들을 죽음까지 몰고갔다.

인터넷상의 악성비방을 견디다 못해 세상을 등진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2019년에는 설리와 구하라가 한 달 간격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에도 악성비방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7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발생 건수는 2015년 4337건에서 2020년 9140건으로 5년 사이 두 배가 됐다. 이에 따라 해당 혐의로 검거된 인원도 2015년 6430명에서 2020년 1만 3738명으로 2.13배 증가했다.


포털 사이트는 악성 비방 문제에 나름의 해결책을 내놨다. 네이버와 다음은 각각 2019년 3월과 10월 악성 댓글을 방지하기 위해 연예뉴스 댓글을 없앴다. 네이트도 2020년 7월부터 연예 뉴스에서 댓글 서비스를 종료했다. 연예뉴스 댓글의 역기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의견을 반영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악성비방은 트위터,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유행을 따라 곳곳으로 파고들었다.

성동규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포털에서는 연예뉴스 댓글을 금지시켰지만 여전히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경쟁적으로 상대방을 비방하고 상처 주는 글과 영상이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김태연 변호사(태연법률사무소)는 "인터넷 사용자가 늘어나고 플랫폼도 다양해지면서 악플도 늘어났다"며 "포털사이트는 댓글 작성자가 쉽게 특정되지만 인스타그램 등은 수사 협조를 받기가 어려워 검거되는 비율이 낮기 때문에 '나는 안 걸리겠지'하는 생각으로 악용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전문가들은 악성 비방의 굴레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인식의 개선에는 제도적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교수는 "온라인상의 악성비방에는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구조적인 원인, 익명성에 기대 사회적 불만을 표출하려는 사회심리적인 원인, 미디어 환경과 정치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의 갈등을 봉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단기적으로는 규제를 강화해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미디어 영역에서 정책이 실제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사회적 인식 개선은 사법 제도나 규제가 강화될 때 함께 이뤄진다. 이미 자정 작용을 기대할 수 있는 선을 넘었기 때문에 외적인 장치가 도입돼야 한다"고 했다. 또 "폭력을 폭력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법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악성 비방 피의자의 검거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태연 변호사는 "악플을 쓰는 사람들을 실제로 보면 자기가 고소를 당해도 끝까지 (댓글을 작성)한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며 "소셜미디어에 악플을 작성하더라도 실제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