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4만 시대, 코로나19 먹는 약 '나이 제한' 왜 안 푸나

14일 서울의 한 약국에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진열돼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국내 코로나19(COVID-19) 신규 확진자가 5만명에 육박하면서, 중증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먹는 약(화이자사 팍스로비드)의 처방을 늘려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온다. 지금은 50세 미만 확진자는 코로나19 먹는 약을 처방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있어서다. 지난달 12세 이상에 허가가 났으나 당국에서 나이 제한을 걸어뒀기 때문이다.


9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4만9567명(국내 발생 4만9402명·해외유입 165명)으로 전일 대비 1만2848명, 전주 대비 2만9299명 늘었다. 전파력 강한 오미크론 영향이다.

그러나 중증화 방지 핵심인 '코로나19 먹는 약' 투약 대상에 여전히 연령 제한이 걸려있다. 현재 코로나19 먹는 약은 60세 이상과 50세 이상 고위험·기저질환자만 처방받을 수 있다. 이들 대상으로만 허가를 받아서가 아니다. 작년 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경증~중등증 12세 이상(40kg 이상) 환자 치료' 목적으로 코로나19 먹는 약 긴급사용승인을 해줬다. 이후 방대본 측에서 방역상황, 공급량 등을 감안해 투약 연령 제한선을 뒀다.

연령 기준은 첫 투약이 이뤄진 지난달 14일 65세 이상에서 22일 60세 이상, 이달 7일 50세 이상 고위험·기저질환자(당뇨·심혈관질환 등)로 꾸준히 낮아지긴 했다. 그러나 신규 확진자 수가 한주에 2배, 곧 3배 뛸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기준 완화 속도가 더디다. 더구나 코로나19 먹는 약은 빠른 투약이 중요하다. 당국에서도 첫 투약시 "화이자사 먹는 치료제는 입원 또는 사망을 88%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고 증상 발현 후 5일 이내 투약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부분이다.

코로나19 먹는 약 사각지대에 있는 50세 미만 확진자 수가 적지도 않다. 누적 확진자 수의 절반이 넘는다. 물론 치명률이 50세 이상과 차이가 크긴 하지만 신규 확진자 수 폭증→위중증 환자 절대 수 증가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현재 50세 미만은 확진 후에도 비대면 진료를 통해 발열, 인후통 등 코로나19 증상에 따른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 외에 다른 치료 방안이 없다.


우리가 코로나19 먹는 약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것도 아니다. 당국이 화이자사와 계약한 코로나19 먹는 약 물량은 총 76만2000명분이다. 이중 국내에 3만2000명분이 들어왔는데 지난 3일까지 1275명분 처방만 이뤄졌다. 처방률이 4%다. 저조한 처방률에는 연령 제한 외에 아미오다론, 에르고타민 등 병용 금기 의약품 성분이 28개(이중 국내 허가 있는 성분 23개)인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령 제한까지 걸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금 50세 미만이 코로나19 먹는 약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약이 쌓여있지만 이들에 약제 사용은 못하는 상황"이라며 "50세 미만도 성인병, 자가면역질환 등을 겪는 이들이 많아 위험하다. 호흡곤란이 와도 팍스로비드 처방을 받지 못해 중증, 사망으로 악화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 약은 12세 이상으로 연구가 됐다. 50세 이상 제한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연령 제한을 최소 18세 이상으론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염호기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전문위원회 위원장(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처방률이 지나치게 낮다"며 "처방 대상을 50세 미만으로도 낮추고 증상이 심한 사람들에 비대면 진료 후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질병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 "팍스로비드 관련한 내용은 금요일(11일)쯤 발표할 예정"이라고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