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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셋 키우고 중증 장애 극복…KAIST의 경이로운 졸업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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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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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2.1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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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학부 박혜린씨./사진제공=카이스트
전산학부 박혜린씨./사진제공=카이스트
"제 앞길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이 끊임없이 나타나겠지만, 저는 KAIST가 더 굳게 심어준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그 장애물들을 넘어설 것임을 의심치 않습니다"

오는 18일 열리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 학위수여식의 대표연설자인 전산학부 박혜린씨(24)는 이런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박씨는 중증 뇌성마비 장애를 안고 태어났지만 학업을 이어가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일반학교에 진학했고, 중증 장애 학생으로는 처음으로 2017년 카이스트에 입학했다.

대학 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은 수업 시간마다 강의실이 바뀌고, 다른 건물을 찾아가야 하는 일이었다. 엘리베이터는 늘 사람을 가득 태운 채였고,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을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때로는 고작 두세 계단 때문에 눈 앞의 입구를 포기하고 멀리 돌아 휠체어 진입로를 찾았고, 그마저도 자동문이 아니면 홀로 열기 어려웠다. 어머니의 도움을 받았지만, 첫 학기만에 몸무게가 10㎏이나 빠졌다.

박씨는 장애물을 없애기로 마음먹었다. 개선점을 학교에 적극 건의했고, 카이스트는 빠르게 부응했다. 그의 건의로 장애인 주차구역 위치와 크기가 바로 잡혔고, 휠체어를 위한 경사로가 설치됐다. 졸업 필수 요건인 '체육 교과목 이수' 항목에도 예외 규정이 마련됐다. 당시 학생생활처장이던 류석영 교수(현 전산학부장)는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의 필요성을 머리로 아는 것과 체감하는 건 다르다는 것을 혜린이를 통해 배웠다"고 말했다.

이후 박씨는 2017년 12월 대통령 장학생에 선발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고, 우수한 성적을 바탕으로 수리과학과에서 전산학과로 과감하게 전공을 바꿨다. 그는 오는 3월 카이스트 전산학부 석사 과정에 진학해 프로그래밍 언어를 연구할 계획이다. 그는 "소수 중에서도 소수의 삶을 살면서 보편적인 학생들과는 다른 관점을 갖게 됐다. 내 눈에만 보이는 뭔가를 발견해 우리 사회를 좋은 변화시키는 연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물 걷어내고 출산·연구 병행한 '최초의 학생들'


바이오및뇌공학과 채새롬씨./사진제공=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채새롬씨./사진제공=카이스트
학위과정 6년 간 두 번의 출산과 세 아이 양육까지 소홀함이 없었던 박사 졸업생도 있다. 최새롬(34)씨는 미국에 거주하던 중 가까운 친척들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며 '암을 공부하겠다'는 마음을 굳히고 '빌 게이츠 장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UC버클리에서 분자생물학을 전공했다. 이후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과학교육학 및 줄기세포학 석사학위를 각각 취득하고, 2016년 2월 카이스트에 바이오및뇌공학과에 입학했다.

"왜 한국에 다시 돌아왔느냐"는 질문에 최씨의 대답은 간명했다. "그 곳에 하고 싶은 연구가 있어서"다. 최씨가 진학한 '시스템생물학 및 바이오영감공학 연구실'은 생명 현상의 원리를 시스템 차원에서 규명하는 기초 연구, 또 이를 제어하기 위해 수학모델링이나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 생물학 실험 등과 융합하는 '시스템생물학(Systems Biology)' 연구가 창시된 곳이다. 그는 "기초 연구로 암 치료법을 알아가는 동시에 수학적 모델링으로 그 방법의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카이스트 진학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최씨는 미국에서 첫 아이 낳고 열흘 만에 한국으로 와 입학 면접시험을 봤다. 또 밤늦게까지 연구해도 모자란 박사 과정이었지만,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 퇴근했다. 교내 어린이집의 아이를 데리러 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연구실에서도 낯선 모습이었다. 최씨가 아이를 키우며 학위 과정을 이수하는 첫 번째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곧 둘째 아이도 생겼다. 하지만 조광현 교수는 "아무 걱정 말라"며 축하하며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최씨는 "조 교수님이 아이 셋을 키우는 여성 과학자를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만들어주셨다"고 말했다.

졸업을 준비할 즈음 세 번째 생명이 찾아왔고, 덕분에 논문 초안은 산후조리원에서 작성했다. 악성 유방암 세포를 호르몬 치료가 가능할 정도의 완화된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해낸 졸업 논문은 국제적 권위의 학술지 '암연구(Cancer Research)'에 게재됐다. 최씨는 "이렇게 중요한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겨 영광"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최씨는 졸업 후 조 교수의 제안으로 바이오 테크놀로지 회사 창업을 준비 중이다.

경이로운 두 졸업생 이외에도 올해 학위수여식에선 카이스트에 AI대학원 발전기금을 쾌척한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의사 과학자 인재 양성을 지원한 장성환 삼성브러쉬 회장이 각각 명예과학기술학박사 학위와 명예경영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한편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은 학위수여식에 메타버스 아바타기업 갤럭시코퍼레이션의 기술 기부로 제작한 아바타로 등장할 예정이다. 또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참여해 우수 졸업자를 시상하고 격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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