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살 돈 10억 몰빵···신라젠을 살려주세요" 개미의 눈물

신라젠 소액주주들이 2월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신라젠 거래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2022.2.8/뉴스1 유승관 기자

"적게는 3000만원에서 수십억원까지…아파트 청약할 돈과 자녀 교육비용, 노후자금까지 신라젠에 투자한 사람이 부지기수입니다. "

이성호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 대표는 18일 "오늘 신라젠 상폐결정을 앞두고 거래재개를 희망한다"며 "상장 이전에 발생한 사건으로 거래 정지와 상장 폐지가 된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신라젠은 대주주가 엠투엔으로 바뀌면서 1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받는 등 개선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2심 격인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이날 오후 신라젠의 상폐 여부, 개선기간 부여 여부 등을 심의·의결한다. 지난달 18일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 폐지 결정을 내리면서 20일 이내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상장폐지 또는 유지, 개선기간 부여 등을 심의·의결 받아야 한다는 코스닥 상장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 대표는 "신라젠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은 신라젠의 항암제 임상 성공에 대한 믿음이 있는 투자자들"이라며 "공부를 끝낸 투자자들은 종목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재산의 70% 이상을 몰빵한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2019년 신라젠 임상 중단 권고가 나왔을 당시 신라젠 주가는 4만5000원대였고 시가총액은 3조원이었다. 거래정지 기준 현재 시총은 8000억원 후반으로 쪼그라들었고 소액 주주들이 이미 피해(평가손실)를 본 금액만 2조원 규모다.
신라젠은 췌장암, 간암 등에 적용 가능한 바이러스 면역항암제 펙사벡을 개발한다며 2016년 코스닥에 상장한 바이오벤처기업이다. 2018년 주가가 13만원을 돌파하며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올랐다. 하지만 대표이사의 횡령·배임 등으로 2020년 거래 정지 후 상장폐지의 기로에 섰다.

신라젠은 코스닥에서 상징성이 큰 기업이다. 코스닥 개인 주주 비율 1위 기업으로 지난해 기준 신라젠의 개인 주주 16만5000여명이 전체 지분의 92.61%를 보유하고 있다.

또 한국에서 처음으로 3세대 항암제인 '면역항암제'(1세대 세포독성함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를 개발한다고 밝힌 기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가 자기자본없이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신라젠을 인수한 혐의로 2020년 5월 검찰에 구속되면서 신라젠은 거래 정지됐다.

문은상 전 대표는 2014년 3월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자본 없이 대출로만 350억원 상당의 신라젠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불법 인수해 회사를 인수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에 벌금 350억원을 선고받았다. 또 문 대표는 구속영장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신라젠의 펙사벡 임상시험이 중단될 것이라는 미공개 정보를 인지하고 2019년 8월 보유한 신라젠 주식을 내다 판 혐의도 받았다.

소액주주들은 문 전 대표가 회사를 인수한 것은 신라젠이 상장된 2016년 이전의 일로, 그로 인해 상장 폐지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 대표는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며 검찰은 2심에서 문 대표에게 20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신라젠주주연합이 지난달 1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앞에서 거래재개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경영진의 횡령·배임 등으로 1년 8개월 간 주식 거래가 중지된 신라젠의 거래재개 여부가 이날 결정된다.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결과 상장 적격성이 인정될 경우 신라젠의 주식거래는 19일부터 재개된다. 상장 폐지 결정이 나오게 되면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어 상장 폐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 등을 결정한다. 2022.1.18/뉴스1

한편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은 지난 14일달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대전환위원회에 '신라젠 코스닥 거래정지 해제 주주 요청서'를 내며 신라젠 거래정지의 조속한 해제를 요구했다. 아울러 주주연합은 지난 9일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 거래소 관계자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미공개 중요정보 이용금지) 위반 혐의로 서울청에 고발했다.

이 대표는 "전 재산을 신라젠에 투자했고 죽을 생각도 100번 넘게 했다"며 "오늘 상폐결정이 나올 경우 주주모임은 신라젠 상장 당시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 팀장과 공시 팀장 등을 모두 고소할 예정"이라며 "손병두 이사장 자택 시위 또한 재개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주권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상장폐지가 결정될 경우 이의신청을 통해 코스닥시장위원회는 20일 이내 다시 상장폐지여부 또는 개선기간 부여를 심의 및 의결하게 된다. 이에 따라 다시 한번 상장 유지와 상장폐지, 1년 이내 개선기간 부여가 결정되게 된다.

한편 신라젠의 지난해 매출액은 2억5000만원으로 전년비 84.8% 감소했다. 매출액은 2억원대에 불과한 가운데 영업적자로 202억원을 기록해 적자가 계속됐다. 당기순손실 또한 15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