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에 우는 여행업…"다음 정부는 여행도 살려달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2년을 맞은 지난달 20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이 여전히 한산하다. /사진=뉴시스

국내 코로나19(COVID-19) 신규 확진자가 10만명을 돌파하며 여행업계 한숨도 깊어진다. 해외 각국이 입국제한을 완화하는 반면 국내에선 확진자 여행 정상화가 요원하기 때문이다. 대형 여행사 실적쇼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소·영세여행업체들의 폐업도 가속화하고 있다. 여행업계는 관광산업이 정부정책 우선순위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차기 정부에선 여행회복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18일 관련업계와 각국 관광청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들이 입국제한 조치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인기 여행지인 태국이 이달 들어 코로나 백신 접종자에 한해 사실상 외국인 전면 입국을 허용했고, 호주도 오는 21일부터 2년 만에 봉쇄를 풀고 관광객의 입국을 받기로 했다. 캐나다는 오미크론이 정점을 지났다고 보고 입국자 PCR(유전자증폭) 검사 및 격리 폐지를 결정했고, 미국 하와이도 봄부터 여헹제한 완화를 검토 중이다.

2년 동안 해외여행이 막혀있던 상황에서 인기 해외여행지로 향하는 하늘길이 열리면서 여행심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행수요 확대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 이달 들어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며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 거리두기 등 고강도 방역조치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입국의 경우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음성 확인을 받더라도 7일 간 격리를 해야한단 점에서 실질적인 여행은 어려운 상황이다. 트래블버블(비격리 여행권역)이 체결돼 무격리 입국이 가능한 사이판을 제외한 해외여행이 전무한 이유다.

한 대형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 관계자는 "학업이나 직장인의 휴가사용 등을 고려할 때 자가격리는 해외여행을 막는 가장 치명적인 리스크"라며 "해외에서 격리 제한을 완화하더라도 국내 사정이 달라지지 않으면 여행은 불가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설명했다.

당초 올해부터 회복을 점쳤던 여행업계는 절망적인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한 달 간의 짧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닥친 오미크론 여파로 12월부터 다시 시작한 자가격리령이 예상 외로 길어지고 있어서다. 방역 위기감이 커지며 여행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여행 생태계 회복 '골든타임'을 거의 놓쳤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한국여행업협회, 한국중소여행사연합회 회원들이 지난달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여행업 생존대책과 회복 방안을 요구하는 총궐기 대회에서 모형 비행기를 날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년 내내 매출 '제로(0)'에 허덕이면서 생존을 위해 '제 살 깎기'식 자구책을 쓴 여행사들이 더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하나투어 (57,500원 0.00%)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401억원으로 전년 대비 63.3% 줄었고 영업손실은 1238억원으로 적자폭을 키웠다. 서울 종로구 본사 사옥을 팔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벌였는데도 코로나 첫 해보다 실적이 악화했다. 모두투어 (16,430원 ▼530 -3.13%), 노랑풍선 (7,070원 ▼20 -0.28%) 등 다른 여행사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여행산업 구조가 소수 대형여행사와 이들의 상품을 중개하고 모객을 맡는 대리점 역할을 하는 소규모 여행사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중소·영세 여행사 폐업도 늘고 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기준 여행사업체 수는 전년보다 741개 감소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휴업 등 2년 가량 버텼지만 더 이상 사업 영위가 어렵다는 판단으로 폐업하는 곳도 상당수"라고 진단했다.

여행업계에선 차기 정부가 방역지침 개선을 통한 여행산업의 조속한 회복지원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한국여행업협회는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국민의당, 정의당 4개 주요 정당 선거대책위원회에 △여행업 피해에 따른 손실보상법 적용 △입국시 격리면제 또는 격리기간 축소 △백신여권 제도 도입 신설 등을 골자로 한 정책공약 반영 요청서를 전달했다.

여행업협회 측은 "여행업계는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시작된 정부의 지속적인 여행자제·자가격리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손실보상법에서 제외됐고 정책 우선순위에서 여전히 배제되고 있다"며 "여행업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서비스산업 고용창출에도 기여하는 만큼, 붕괴된 생태계를 조속히 복원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혁신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