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최후통첩' D-1…"명분 잃은 파업, 주체·절차도 없어"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조합원들이 15일 서울시 중구 CJ대한통운 본사앞에서 CJ 대한통운 규탄 집회를 갖고 택배요금 인상분 이윤 빼돌리기, 주6일제·당일배송 등 독소조항 부속 합의서에 끼워넣기, 저상탑차 문제 등의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2022.2.15/뉴스1

본사 무단 점거를 이어가는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지부(택배노조)가 최후통첩을 날리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CJ대한통운이 직접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단식 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인데 당초 노조가 요구한 대화는 물론, 파업의 절차와 방법 모두 불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우체국·롯데·한진·로젠택배 소속 택배노조 조합원 7000명은 오는 21일 서울로 집결해 택배 노동자 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는 경고성 파업으로, 노조는 이날까지 CJ대한통운이 직접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파업을 전 택배사로 확대한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도 노동자대회 직후 물·소금을 모두 끊는 아사단식에 돌입하기로 했다.

택배노조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며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총파업에 나섰다. 지난 10일에는 조합원 200여명이 CJ대한통운 본사를 기습 점거했고, 지난 15일부터는 택배노조 조합원 1000여명이 서울로 상경해 투쟁 중이다.

CJ대한통운 측은 사회적 합의는 제대로 이행했다며 노조 측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해왔다. 최근 노조의 본사 점거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과 관련해서는 재물손괴, 건조물 침입, 영업방해 혐의 등으로 택배노조를 고소했다. 이날은 보건당국에 노조가 방역체계를 붕괴시키고 있다며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섰다.
파업 54일, 본사 점거 10일…명분, 주체, 방법, 절차 잊은 파업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지부(택배노조) 소속 노조원이 10일 오전 11시20분쯤 CJ대한통운 본사에 무단 침입을 시도하는 모습./사진제공=CJ대한통운

택배노조 파업이 54일, 본사 점거는 10일을 맞으며 노조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은 싸늘하다.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 CJ대한통운 본사 직원들로 구성된 CJ대한통운 노조, 비노조 택배기사로 구성된 비노조택배연합 등은 각각 성명을 내고 노조를 규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도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택배노조가 파업의 명분을 잃었다고 보고 있다. 택배노조가 사회적 합의 불이행을 근거로 파업에 나섰지만 지난달 국토교통부는 조사 결과 문제 없이 이행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조는 국토부 조사에 택배 인상분 내용은 없었다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지난해 택배인상금 대부분을 분배 없이 가져가면서 3000억원의 이윤을 봤다"는 입장이지만, 지난해 CJ대한통운의 택배부문 영업이익은 1983억원으로 나타났다. 노조가 주장한 액수의 66% 수준이다.

택배노조의 파업이 합법적인 쟁의행위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해 6월 CJ대한통운을 사용자로 인정하고 "노조와 직접 교섭하라"고 했는데, 택배노조는 이를 근거로 파업과 본사 점거에 나섰다.

CJ대한통운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고용부 역시 최종 판결 전까지 원칙대로 원청인 CJ대한통운이 사용자가 될 수 없기에 노조의 쟁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택배노조의 노사관계 당사자는 대리점주로, CJ대한통운은 노사관계 당사자가 아닌 제 3자다.

택배노조가 점거 중인 CJ대한통운 본사에 반입을 시도한 술병을 놓쳐 바닥에 떨어진 모습. /사진제공=CJ대한통운.

설령 CJ대한통운이 사용자로 인정되더라도 택배노조의 파업과 본사 점거는 불법이다. 당초 쟁의행위는 노조법에 따라 중앙노동위 조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노조는 지난해 7월 CJ대한통운에 대한 조정 신청을 했다가 이를 자체 취하했다. 아울러 노조법은 "(파업은)폭력이나 파괴행위, 생산 기타 주요 업무에 관련되는 시설을 점거하는 형태로 행할 수 없다"며 불법이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개입을 꺼리는 모양새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조의 건물 점거는 불법사항으로 경찰이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고 경찰에 공을 넘겼다. 경찰도 "노사 문제"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황용연 경총 노사협력본부장은 "CJ대한통운을 대상으로 한 택배노조의 파업은 주체, 방법, 절차에서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경찰은 노사관계라는 이유를 들어 방치하지 말고 택배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즉각적으로 공권력을 작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은 노조의 최후통첩에도 원칙대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노조와의 대화는 하도급법 위반이라 대화에 나설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