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대신 최대주주 상대로 1인시위한 임차인 '명예훼손 무죄'

/사진=뉴스1

법적 건물주 대신 건물주의 최대주주를 지칭하며 '내쫓는', '갑질' 등 표현이 적힌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하다 고소당한 임차인에게 명예훼손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재판부 정종건 판사는 지난 10일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은 뒤 불복한 건물임차인 A씨의 정식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건물 한 층을 빌려 산후조리원을 운영하다 임대료를 연체한 A씨 측은 건물주의 강제집행이 임박하자 2020년 9월3일 조리원이 입주한 건물 앞에서 피켓을 들고 1인시위에 나섰다.

계약상 건물주는 '제이앤지산(지산)'이었지만, 당시 지산의 최대주주인 '코데즈컴바인(코데즈)'이 건물에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있었다고 본 A씨는 피켓에서 코데즈를 건물주로 지칭하기로 했다. 실제로 코데즈는 지산의 85% 지분을 갖고 있었다.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건물주 갑질! 산모와 신생아를 내쫓는 상장사 코데즈컴바인 각성하라! 힘없는 임차인 사망선고"라고 적은 피켓을 목에 걸었던 A씨 측은 1인시위를 하다가 결국 고소를 당했다.


고소장을 낸 코데즈 측은 건물주가 아닌데도 A씨 측이 회사를 건물주로 지목하며 비난하는 피켓을 거리에 내보여 허위사실에 의해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검찰도 A씨의 행위에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약식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정식재판 청구에 따라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검찰의 결론을 무죄로 뒤집었다.

정 판사는 "건물의 소유자는 지산이지만, 코데즈는 지산 주식의 85%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해 지상권 행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산 대표로부터 코데즈가 건물을 관리하고 있고 자신은 권한이 없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는 A씨 측 법정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이어 '건물주'라는 표현에 대해 "법률상 소유자 외에도 친족·계약관계 등에 따라 대상물건의 처분·관리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는 자까지 포함하여 지칭하는 경우가 흔한 것이 현실"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정 판사는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표현인 '갑질', '내쫓는' 등의 표현은 의견이 아닌 사실의 적시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측은 지난 18일 판결에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