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등산 패션왕'을 잡아라...아웃도어 순위 각축전

소백산국립공원의 '등산복 패션왕 선발 대회'에 참여한 모습/인스타그램 캡쳐

#소백산국립공원은 지난해 가을 탐방객을 대상으로 '등산복 패션왕 선발 대회'를 열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MZ(밀레니얼·Z)세대의 등산 인증이 잇따르자 젊은 세대를 겨냥한 홍보를 강화한 것이다. 소백산국립공원은 패션왕 외에도 부담왕, 패션*러리스트 등을 선정해 웃음을 자아냈다.

우리나라 명산을 알록달록하게 물들였던 등산 패션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19(COVID-19)가 장기화되면서 젊은 세대들이 등산으로 눈을 돌린 영향이다. MZ세대는 강렬한 색깔 대신 화이트, 블랙 등 무채색이나 파스텔톤을 선호한다. 평상시에도 입을 수 있는 캐주얼 아웃도어다.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아웃도어 업계는 젊은 세대가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를 늘리고, 인기 있는 모델을 섭외하며 시장 쟁탈전에 나서고 있다.


업계 1위 노스페이스 쫓는 디스커버리...내셔널지오그래픽도 가세 2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웃도어 시장은 6~8개 브랜드가 이끌고 있다. 노스페이스가 오랫동안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오고 있지만 20%를 넘지 않아 브랜드 별 격차가 크지 않다. 노스페이스는 숏패딩 인기 덕에 지난해도 매출 1위를 유지했다. 노스페이스의 우리나라 판매를 맡고 있는 영원아웃도어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한 5000억 중반~후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K2와 함께 2위를 다투던 디스커버리는 지난해 매출이 껑충 뛰면서 노스페이스를 뒤쫓고 있다. 디스커버리는 지난해 매출이 22.5% 급증한 4407억원을 기록했다. 운동복으로도, 일상복으로도 입을 수 있는 애슬레져 상품을 강화하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젊어졌다.

/k2

K2도 수지를 앞세워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0% 성장한 4200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관측된다. 수지 하이킹화라는 별칭을 얻은 '플라이하이크 큐브'는 출시 한 달 만에 3만족 이상이 팔렸다. 수지 패딩으로 유명한 씬 에어 다운도 판매가 급증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도 최근 매출을 급격히 늘리며 빅3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을 영위하는 더네이쳐홀딩스의 매출은 2018년 1412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712억원으로 두배 이상 뛰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Z세대 교복으로 자리잡으며 중국 시장 진출까지 노린다.


블랙야크, 아이유 힘입어 이미지 변신 성공네파와 블랙야크는 지난해 매출이 3000억원대로 각각 5, 6위를 점유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성장성을 따진다면 블랙야크가 승기를 잡은 모습이다.

블랙야크 야크343 D GTX/블랙야크

블랙야크는 아이유를 모델로 채용하면서 남성적이었던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 젊은 여성 소비자를 사로 잡았다. 지난해 상반기 출시한 '블랙야크 343 D GTX'는 일명 '아이유 등산화'로 불리며 블랙야크 신발 중 단일 품목으로 역대 최대 히트작이 됐다. 하반기에 내놓은 '시트 다운 플리스' 중 아이유가 입은 라일락 색상은 출시 한달 만에 완판됐다. 등산 커뮤니티인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BAC) 도전자도 30만명을 돌파하며 2년 동안 약 두배로 급성장했다.

반면 네파는 숏패딩 열풍의 훈기를 쬐긴 했지만 지난해 tvN 드라마 '지리산'에서의 기업간접광고(PPL)가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았다. 8년간 함께했던 전지현과의 광고 계약도 종료했다.

7위인 아이더 역시 젊은 여성을 공략하기 위해 아웃도어 브랜드로는 이례적으로 광고모델로 아이돌그룹 에스파를 선택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아이더는 최근 Mnet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로 인기를 모은 노제를 새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다시 한번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나서고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는 운동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이 많다 보니 단순히 화제성보다는 운동을 해 본적 있는 인플루언서를 광고모델로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MZ세대를 잡기 위한 브랜드들의 '젊은 이미지 만들기'는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