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죄는 줄었지만…'처벌받지 않는' 촉법소년 작년 1만1007건

/사진=넷플릭스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 '소년심판'은 연화지방법원 소년형사합의부에 새로 부임한 심은석 판사(김혜수)의 차가운 대사로 시작한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27일 기준 소년심판은 공개 이틀 만에 한국 TV쇼 부문 1위에 올랐다.

'소년심판'이 이끈 관심도와 별개로 한국 사회의 소년범죄 문제는 현재진행 중이다. 특히 촉법소년(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민 사회를 넘어 여야 대선 후보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는 서로 다른 의견을 내면서도 소년범이 교화되어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시스템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년범 줄어드는데, '촉법소년'은 오히려 증가1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 법률에서는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형사책임능력자인 '범죄소년'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책임무능력자인 '촉법소년' △10세 미만의 범법소년으로 분류한다. '범죄소년'을 제외한 소년 범죄자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소년사범은 꾸준히 하락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8만4026건이었던 소년사범 형사사건 처리 건수는 2020년 7만2344건, 2021년에는 5만5854건까지 감소했다. 코로나19(COVID-19) 상황임을 감안해도 소년범죄 감소세는 두드러진다.

촉법소년 처리 건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소년보호 총 처리 건수는 지난 2020년 3만8293건을 제외하고선 보합세를 보인다. 반면, 촉법소년 처리 건수는 2019년 9376건에서 2020년 1만112건, 지난해 1만1007건으로 확인됐다. 증가율은 각각 7.8%, 8.9%다. 또 지난해 소년보호 총 처리건수 대비 촉법소년 처리건수는 34.2%로 2020년(26.4%) 대비 급증했다.


최근 촉법소년이 범죄를 일으키고 나서 뻔뻔한 태도를 보인 사건도 있다. 지난 1일 울산에서 심야 시간대 무인 점포 결제기를 노려 절도 행각을 벌인 10대 촉법소년이 경찰에 붙잡혔다. 13세인 A군은 이 사건 이외에도 20여회 금품을 훔쳤다. A군은 체포 상황에서도 자신은 '촉법소년'이라며 경찰에 저항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후보 "촉법소년 연령 하향 약속"...전문가 "연령 낮추기 전에 교화 역량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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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사이에서는 소년범죄에 대한 엄중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소년범의 연령이 낮아지는 만큼 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선을 낮춰달라는 목소리도 쏟아진다. 대선 후보들은 일제히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해 10월 청년공약의 일환으로 촉법소년 연령을 현재 만14세에서 12세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달 27일 촉법소년 연령 조정을 약속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촉법소년 연령 상한선 조정을 놓고 의견이 나뉘면서도 현행법 체계가 소년 범죄자의 처벌에만 치중해 교화·사회화에 소홀하다는 데에는 입을 모았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소년교도소는 한 곳이고 이마저도 과밀한 상황이다. 소년범이 집행유예를 받거나 소년원에서 나오면 보호관찰이 진행된다. 문제는 2020년 기준 보호관찰관 한 명이 맡는 보호관찰 대상자는 123명에 이른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아이들은 1953년과 비교해 신체적 성장이 이뤄지고 정보 접근도 수월해졌다"라며 "본인들 나이대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이미 팽배하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소년범의 나이에 따라서 범죄 유형이 바뀌거나 더 많은 죄를 저지르는 건 아니다"라며 "나이가 기준이 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사법체계가 소년범을 제대로 교화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학교·가정에서부터 이어지는 소년범죄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승 연구위원도 "소년범죄자 중 1%만이 강력범죄 사범이고 99%는 가정·학교에서 떨어져 나간 비행 청소년 수준"이라며 "촉법소년 연령 하향으로 무조건 처벌 대상을 늘릴 것이 아니라, 작은 관심으로도 교화가 가능한 99명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