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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인재, 여기 안넘어"…대기업 '남방한계선' 그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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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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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적 '디바이어던(Diviathan)' 上

[편집자주] 전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절반 이상의 인구가 몰려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수도권은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고 비수도권은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했다. 국가의 균형발전을 막고 있는 장애물로 일자리와 교육, 의료, 문화 등이 꼽힌다. 우리나라를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누는(Divide) 괴물(Leviathan)과 같은 존재들을 '디바이어던(Diviathan·Divide+Leviathan)'으로 규정하고 연속으로 짚어본다.


'북위 37도4분' 대기업 남방한계선은 그곳이었다


"'잘 나가는' 인재, 여기 안넘어"…대기업 '남방한계선' 그어봤더니
'북위 37도4분29.87초'

경기도 용인시의 남쪽 끝자락을 횡으로 가로지르는 이 경계는 대기업들의 '남방한계선'이다. 기업들은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남방한계선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다. 청년들도 이 선 위쪽에 있는 기업만 선호한다.

실제로 기업들 사이에선 '기흥라인(경기도)'을 남방한계선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삼성전자 (60,200원 ▲300 +0.50%)의 용인 기흥캠퍼스를 기준에 두고서다. 머니투데이가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회사의 본사 위치를 전수조사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했다.

■ 대기업 간판 붙은 1742개 소속사 전수조사 결과는

분석 대상 대기업집단 소속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5월 40개 대기업집단을 지정할 당시 나왔던 1742개다. 대기업집단은 재계서열 1위 삼성그룹부터 40위 코오롱 (25,750원 ▲50 +0.19%)그룹까지다. 소속회사 본사 위치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기업현황을 활용했다.

1742개 대기업 소속회사 중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곳은 908개(52.1%)다. 비수도권 중에선 충남(3.8%), 경북(2.9%), 전남(2.4%) 순으로 대기업 소속회사가 많았다.

대기업 소속회사의 본사 위치를 위·경도로 변환한 결과 평균 위·경도가 가르키는 곳은 경기 안성시 조일리였다. 위도상으로 북위 37도4분29.87초에 해당된다. 이 곳은 삼성 기흥캠퍼스와 불과 5~6km 떨어져 있다. '평균의 함정'이 있긴 하지만 대기업들의 평균 위치가 기흥라인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특히 국토의 남단, 심지어 제주에도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들까지 감안할 때 평균 위도를 경계로 북쪽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몰려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기업들의 남방한계선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다.

대기업 계열사들이 집중적으로 몰린 곳은 서울 강남이다. 서울 강남구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기업 소속회사는 237개다. 서초구(76개), 송파구(32개)까지 포함하면 서울 '강남 3구'에 위치한 대기업 계열사만 345개다. 서울 강남이 수도권 직장인들의 출퇴근 거리, 부동산 문제의 상징적 역할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 강남에 대기업 본사가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강남역을 중심으로 각 회사들까지 직선거리를 산출했다. 강남역에서 1742개 회사들까지의 평균 직선거리는 65.4km다. 이는 강남에서 경기 화성·평택 정도까지의 거리다. 서울에 있는 회사로만 한정할 경우 강남역에서 평균 거리가 7.2km에 불과하다.
"'잘 나가는' 인재, 여기 안넘어"…대기업 '남방한계선' 그어봤더니

■ 수도권 '양질의' 일자리 집중→청년들의 수도권 쏠림→지방소멸 악순환

대기업집단의 본사를 지방에 두고 있는 곳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제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카카오 (82,500원 ▼1,200 -1.43%)는 소속회사 118개 중 115개(97.5%)의 본사가 수도권에 위치한다. 넥슨의 지주회사도 제주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넥슨 소속회사 18개 중 15개(83.3%)는 수도권에 자리잡고 있다.

울산과 포항을 대표하는 현대중공업 (137,000원 ▼3,500 -2.49%), 포스코(POSCO (259,500원 ▲2,500 +0.97%))는 각각 39.4%의 소속회사가 수도권에 있다. 포스코의 경우 최근 신설하는 지주회사의 본사를 서울에 설치하려고 했다가 반발에 부딪혀 다시 포항에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전북 익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하림 (3,010원 0.00%) 역시 45.5%의 소속회사가 수도권에 있다.

대기업들의 수도권 집중은 일반 기업과 비교해서도 심각하다. 통계청의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417만6549개의 모든 사업체 중 수도권의 비율은 47.03%다. 2009년 관련 비율은 46.84%였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인구이동통계를 보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청년들의 주요한 원인이 일자리와 학업인데, 수도권에서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통상 수도권에 일자리를 잡는다"며 "이런 인재를 공급받을 수 있는 대기업들은 가능한 수도권을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잘 나가는' 인재, 여기 안넘어"…대기업 '남방한계선' 그어봤더니
청년들이 취업하길 원하는 대기업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보니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일자리 불균형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보면 2018년 기준 수도권에서 대학을 졸업한 학생 중 수도권에서 취업한 비율이 88.3%다. 지방대학을 나와 수도권에 취업한 비율도 39.5%에 이른다.

허동숙 국토연구원 국가균형발전지원센터 부연구위원은 "정부도 기업의 지방이전을 지원하기 위해 혜택을 주고 있지만 효과는 의문"이라며 "최근 일과 휴가를 합한 '워케이션'(workcation) 개념도 나오고 있는데, 본사를 꼭 한 곳에 둘 게 아니라 분산하는 방향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그동안 대기업집단을 대표하는 회사의 본사 위치는 국토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많이 거론됐다. 하지만 대기업집단을 대표하는 회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것이 많았다. 가령 카카오의 본사는 제주지만, 사실상 경기도 판교가 본사 역할을 하고 있다.

분석대상을 대기업집단의 소속회사 전체로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대기업집단의 소속회사 리스트는 공정위가 지난해 5월 지정한 40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기준으로 했다. 이후 편입과 제외 등 변동이 있었지만 지정 당시 소속회사(1742개)를 분석대상으로 잡았다.

대기업 소속회사의 본사 주소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기준으로 확인했다. 전자공시시스템 상으로도 주소가 잘못 기재된 곳이 있었기 때문에 대조와 보정 과정을 거쳤다. 각 회사의 본사 주소는 공간적 의미를 살펴보기 위해 위·경도로 변환했다. 위·경도를 토대로 기준점과의 직선거리 등도 파악할 수 있었다.





대기업 쏠림에 '서울 사무실'서 일하는 직원만 87만명





"'잘 나가는' 인재, 여기 안넘어"…대기업 '남방한계선' 그어봤더니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81명으로 역대 최저기록을 갈아치웠다. 연간 출생아수는 26만500명에 그쳤다. 이 역시 역대 최저기록이다. 20년 전인 2001년 출생아수는 약 56만명이었다. 20년 동안 반토막난 출생아수는 '초저출산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다양한 요인이 저출산의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균형발전 측면에서 저출산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분석도 꾸준히 나온다. 청년들이 교육과 취업을 위해 서울로 쏠리면서 경쟁에 내몰렸고 그 결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결혼과 출산이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통계청의 인구통계에서도 이 같은 분석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을 시도별로 살펴보면 전국 17개 시·도 중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곳은 서울(0.63명)이다. 양질의 일자리, 특히 대기업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몰린 청년들이 내린 '합리적 의사결정'의 결과가 초저출산이다.

머니투데이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40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기업 소속회사 직원수는 총 142만5414명이다. 대기업 소속회사는 공정위가 지난해 5월 대기업집단을 지정할 당시의 1742개다.

"'잘 나가는' 인재, 여기 안넘어"…대기업 '남방한계선' 그어봤더니
전체 대기업 소속회사 직원 중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곳의 직원은 87만8168명(61.6%)이다. 전체 대기업 소속회사 중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곳의 비율이 52.1%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에 본사를 둔 회사일수록 많은 직원을 고용한 걸 알 수 있다.

경기도 역시 같은 양상을 보인다. 경기도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기업 소속회사는 327개(18.8%)다. 하지만 직원 비율은 23.6%다. 서울과 경기에 본사를 둔 대기업 소속회사 직원의 비율만 85.2%에 이른다. 비수도권 입장에선 인재 유출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2020년 발표한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이동과 향후 인구전망'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으로 유입된 인구의 전입 사유는 직업과 교육, 주택 순이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2020년엔 수도권의 인구가 처음 비수도권의 인구를 추월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수도권의 첨단기업을 중심으로 복지제도의 개선 등 엄청난 인재 유치전이 펼쳐지고 있다"며 "인력 문제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인데 수도권에서 '잘 나가는' 인재들이 지방으로 내려갈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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