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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 '48조 금고지기'에 쏠린 눈

머니투데이
  • 오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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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0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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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은행들이 가계와 기업 부문 못지 않게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분야가 바로 기관 영업이다. 전국 243개 광역·기초자치단체와 공공기관, 연기금, 대학 등의 예산 및 기금을 관리하는 '금고지기' 자리를 두고 해마다 은행업계에선 입찰 전쟁이 벌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전국 지자체(산하기관 및 시도 교육청 등 포함) 금고 규모만 2019년 기준으로 453조원에 이른다. 국내 대형은행 총자산에 육박하는 시장 규모다. 시도금고를 맡은 은행은 해당 지자체의 세정 파트너로서 대외 신인도와 신뢰성 제고라는 상징 자산을 얻을 수 있다. 저원가성 수신을 쉽게 확보하고, 우량고객 기반도 확대할 수 있어 부대이익이 무척 쏠쏠하다. 시중은행, 지방은행 가릴 것 없이 사활을 건 입찰 경쟁을 반복하는 배경이다.

# 불과 10여년 전 만해도 가계나 기업 부문처럼 기관 영업 분야에서도 전통적인 강자가 존재했다. 옛 상업은행이 전신인 우리은행은 1915년 경성부 금고 때부터 2018년까지 무려 104년간 국내 최대 기관 고객인 서울시 금고를 독점했다. 법원 공탁금 시장은 옛 조흥은행을 인수합병(M&A)한 신한은행의 아성이 여전히 강하다. 공탁금이 가장 많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989년 옛 조흥은행을 금고은행에 지정한 뒤 지금까지 신한은행에 관리를 맡기고 있다. 전국구 지역거점과 점포망을 보유한 NH농협은행과 지역 맹주인 지방은행들도 과거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지자체 시도금고 시장의 강자들이었다.

# 상황이 달라진 건 2012년 정부가 금고은행 지정에 공개입찰 제도를 도입하면서부터다. 입찰 문턱이 낮아지자 지금은 절대 강자도, 약자도 없이 금고지기들이 난립하는 춘추전국시대로 바뀌었다. 문제는 과열·과당 경쟁의 역효과다. '갑'인 지자체에 '을'인 은행이 퍼주는 거액의 약정 출연금(협력사업비) 논란이 대표적이다. 출연금은 금고은행이 지자체 자금을 대신 운용해주고 투자수익 일부를 출연하는 것을 말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2017년 말부터 2021년 말까지 지자체에 낸 출연금만 1조864억 원에 달했다. 다른 금고은행 선정 기준이 여럿 있지만 일종의 기부금이 당락을 좌우하다보니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이 벌어졌다.

# 48조원의 자금을 굴리는 서울시 금고은행이 다음달 설명회를 시작으로 5월쯤 최종 결정된다. 2018년 새 금고지기로 처음 선정된 신한은행과 주요 은행들이 모두 입찰전에 뛰어들 태세여서 벌써부터 과열 경쟁 우려가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과도한 출연금 논란이 일자 2019년 출연금 배점을 4점에서 2점으로 줄이고 금리 배점을 15점에서 18점으로 늘리는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출연금이 아닌 이자 경쟁을 유도하자는 취지에서다. 과거 복마전식 혼탁 경쟁을 떠올리면 출연금 과당 경쟁의 유인을 줄였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한 편에선 '금리 덤핑' 경쟁으로 옮아갈 수 있다는 또 다른 우려도 없지 않다. 과도한 금리 경쟁은 은행에 돈을 맡기는 선의의 일반 고객들의 피해로 돌아갈 수도 있다. 서울시 금고지기 선정 과정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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