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밭에 타이어 공장 일군 '넥센'..매출 2조에도 '양산' 터줏대감

넥센타이어 양산공장/사진제공=넥센타이어

넥센타이어 (9,060원 ▲20 +0.22%)는 2009년 경남 창녕군 마늘밭에 세계 최대 규모의 제2공장을 신설키로 했다. 약속한 투자액만 1조5000억원에 달한다. 당시 대기업 사업장 대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분위기에서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해외로 진출했던 기업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온다는 리쇼어링(Reshoring)이란 용어도 익숙하지 않았을 때다. 창녕공장은 이후 연간 1100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하는 사업장으로 급성장했다.

지금까지도 군(郡) 행정구역 사상 가장 큰 투자유치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배경엔 넥센타이어의 본사가 경남 양산시에 위치해 있다는 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내 타이어 시장을 삼분하는 기업 가운데 넥센타이어만 유일하게 본사가 지방 소도시에 있다. 현재도 넥센타이어 양산공장의 생산 규모가 창녕공장보다 더 크다. 양산공장의 경우 연간 1800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다. 이중 70%는 북미와 유럽 등 해외로 수출된다. 넥센타이어를 글로벌 20위 타이어 생산업체로 견인한 원동력이 된 셈이다.


넥센타이어가 양산시에서 직접 고용하고 있는 인원은 2000여명 정도이지만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간접경제 효과는 수치만으로 가늠하기 어렵다. 실제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부산과 달리 꾸준히 지역에 자리잡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양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2일 "넥센타이어 사업장이 없는 양산 지역 경제는 생각조차 어렵다"면서 "지역 직간접 고용과 수출로 인해 생기는 각종 경제효과, 지역 세수 등을 고려할 때 양산시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양산과 창녕에서 갈고 닦은 노하우는 2019년 넥센타이어가 유럽 체코에도 사상 첫 공장을 준공하는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특히 양산시에 더 이상 공장 증설이 어려워지자 새로운 사업장으로 해외나 수도권이 아닌 창녕군을 선택한데다 매출이 2조원이 넘는데도 본사를 양산시에 그대로 두고 있는 점이 지역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일권 양산시장이 관내 중견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넥센타이어를 챙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태생부터 경남 양산에서 시작했고 단 한 번도 본사를 수도권 등으로 옮긴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면서 "양산시 뿐만 아니라 창녕군에 공장을 신설해 지역경제에 다양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강조했다.

넥센타이어 등 탄탄한 기업 덕분에 지난해 기준 양산시의 재정자립도는 27.1%로 경남에서 김해시(28,85%)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일자리를 비롯한 부산시의 접근성 덕분에 인구도 꾸준히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2017년 양산시 총 인구수는 33만8535명에서 지난해 35만4726명으로 늘었다. 1만5000여명 늘어난 수치지만 같은 기간 부산광역시 인구가 12만명 가까이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매우 돋보이는 수치다.


양산시청 관계자는 "관내 인구가 늘어나는 주요 요인은 다양한 중견기업들이 자리를 잡고 있고, 주거환경이 개선된 점을 보고 젊은층이 유입되고 있다"며 "입지상 부산으로 출퇴근이 가능해 부산에서도 전입인구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