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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 맞고…아들에 팔 부러져도…"가족 어떻게 콩밥 먹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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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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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코로나 그레이존(상)

[편집자주] 코로나19로 공공이 분담하던 역할이 제기능을 못하면서 가정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거리두기와 비대면 일상화에 따른 부작용도 커졌다. 매 맞는 아이, 학대당하는 부모가 있어도 주변에서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홀로 살던 누군가 죽어도 알아채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코로나19가 만든 사각지대, 이른바 '코로나 그레이존'에 갇힌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짙어진 우리 사회의 그늘을 짚어본다.


한국만 줄어든 가정폭력 …답은 '코로나가 만든 그늘'


남편에 맞고…아들에 팔 부러져도…"가족 어떻게 콩밥 먹이나요"
학교가 상당 기간 문을 닫고 노인정, 양로원, 무료급식소도 폐쇄됐다. 코로나19(COVID19)가 발생하면서 공공이 분담하던 교육과 돌봄의 기능이 가정의 몫이 됐다.

가정의 역할이 커지면서 여러 부작용이 발생했다. 가정에서 모든 구성원들의 대부분의 활동이 이뤄지다보니 가정불화가 크게 늘었다. 더 나아가 아동학대, 존속폭행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졌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기본인 사회가 되다보니 가정은 더욱 철저하게 사적인 공간으로 남겨졌다. 부모에게 학대당하는 아이, 자녀에게 매 맞는 부모가 있어도 주변에서 알기가 어렵다. 사건이 발생한 다음에야 알려진다. 1인 가구의 경우 더 외롭게 죽음을 맞게된다. 코로나가 만든 사각지대, 이른바 '코레이존'(코로나 그레이존)이 커진 셈이다.

■ 지난해 가정폭력, 2년 전보다 9% 감소 …'폭력 있어도 신고 못하는 처지'

4일 보건복지부의 '2020년 아동학대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 접수는 2.1% 증가했다. 증가폭은 예년보다 낮았지만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82.1%)는 2012년 이후 가장 컸다. 43명은 학대로 인해 사망했다. 아동학대를 공식집계한 2001년 이래 가장 많은 숫자다. 존속폭행과 상해 등 존속범죄도 코로나19 발병 직전인 2019년(2428건)보다 7.5% 늘어났다.

어린이집, 학교 등이 문을 열지 않고 재택근무도 보편화되면서 가정불화가 빈번해지고 불화를 넘어 폭행 등의 범죄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자녀 양육에서 학교폭력이 가장 심각한 문제였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돌봄과 교육 모두가 가정의 몫으로 돌아오다보니 자녀 양육과 교육 자체가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됐다.

아동학대를 포함한 가정폭력 전체의 수치를 따져보면 오히려 감소추세다.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가정폭력신고건수는 21만8669건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 24만564건 대비 2만1895건(약 9%) 줄어든 수치다. 2020년(22만1824건)에도 전년보다 1만8740건 줄었는데 지난해는 그보다 3155건 더 줄어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약 25%가량 가정폭력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는 유럽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수치를 토대로 우리나라만 가정폭력이 줄었다고 결론내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외부노출이 줄어들면서 타인에 의한 신고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공간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게되다보니 피해자가 피해를 당해도 신고를 할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또 악화된 경제상황으로 '소득단절'로 인한 영향이 더 커지면서 신고를 더 망설이게된 상황도 있다고 지적한다. 가정폭력은 분명히 상존해왔는데 신고는 오히려 어려워진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 확진자 발생 청소년쉼터 신규 입소 중단…상담기관도 '휴관'

가정의 역할이 커지면서 각종 부작용도 크게 늘었는데 도움받을 만한 방안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전문적인 상담기관에 상담을 받고 싶어도 상담센터들도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해 휴관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가정폭력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를 위해 운영중인 청소년쉼터는 지난해 12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신규 입소자를 받지 못했고 올해는 두달동안 18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일부 쉼터는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자녀를 양육 문제를 전문가가 상담해주는 TV프로그램 '금쪽같은 내새끼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코로나19 이후 죽음 역시 철저하게 사적인 영역으로 방치되는 경우가 늘고있다. 지역사회와 왕래가 줄어들다 보니 혼자 사는 사람은 죽음 이후에도 며칠 째 방치되는 고독사가 크게 늘었다. 노인의 영역으로 치부되던 고독사는 이제 연령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지원들은 제거되고 돌봄 등에 대한 부담이 오롯이 가정으로 환원되고 있다"며 "부담들이 가정으로 환원되고 복귀되면서 가족 구성원들의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부적절하게 표출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처음 2년에는 모두가 당황해서 아무도 이 부분에 신경쓰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비대면 상황에서도 사회적 지원이 복원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해야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가정폭력에 극단시도까지 했어도..."처벌 원치않아 엄마니까"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2년 전부터 엄마의 짜증이 부쩍 심해졌다. 손찌검을 하는 날도 잦아졌다. 욕을 하는 횟수도 많아졌고 술을 마시면 술을 뿌리기도 했다. 경기도에 사는 21세 여성 이밝음씨(가명)의 이야기다.

어머니의 신체적·언어적 폭력이 심해진 것은 이씨와 어머니가 집에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부터다. 그전에도 술을 마시면 욕을 하거나 술주정을 부리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심하지는 않았다. 이씨 어머니의 남자친구도 이씨의 학대에 가세했다.

참다못한 이씨는 결국 극단적인 시도를 했다. 중환자실에서 깨어난 이씨에게 경찰은 어머니에 대한 처벌 의사를 물었다. 이씨는 거부했다. 어머니에 대한 처벌을 거부한 이유를 묻자 이씨는 "엄마니까요"라고 답했다. 이씨는 어머니가 처벌받기 보다는 치료되기를 바랐다.

■ 극단적 선택 후 병원 이송되기도...우울증 약 먹을 수밖에

/삽화=이지혜 디자이너
/삽화=이지혜 디자이너
이씨의 기억속에 어머니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3학년때부터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이혼을 하면서 이씨의 어머니는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혼자 호프집을 운영했다. 하지만 잘 되지 않아 얼마 후 문을 닫았다. 그후부터 이씨의 어머니는 술로 상실감을 풀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속상한 일이 있을 때면 술을 마시는 일이 잦아지더니 언제부턴가 술을 마시면 이씨에게 욕을 하거나 손찌검을 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COVID19) 유행이 시작되면서 집에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어머니의 폭력은 더 심해졌다.

언제부턴가 어머니의 새 남자친구도 이씨를 때리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어머니의 남자친구가 집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이 지겨웠던 이씨는 어머니의 남자친구에 '엄마와 떨어져 지내면 안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자 어머니의 남자친구는 'X가지가 없다'며 이씨의 머리를 때리더니 던질 듯 의자를 번쩍 들어 올렸다. 같은 자리에 있던 어머니는 이 모습을 보고도 술잔만 기울였다.

지난해 6월 어머니의 남자친구가 이씨를 또 한번 때리자 이씨는 이들을 112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처벌을 원하냐'고 물었지만 이씨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어머니가 의지할 대상이 없다는 생각에 측은한 마음이 들어서다.

경찰이 다녀간 후에도 폭력은 계속됐다. 어머니의 알코올 의존증은 더 심해졌다. 먹던 술을 이씨에 뿌리는 버릇도 생겼다. 결국 이씨는 112에 한번더 신고를 했다.

출동한 경찰은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를 위해 이씨에게 "임시 쉼터로 가겠느냐"고 물었다. 이씨는 "집에 남겠다"고 했다. 이후에도 어머니의 폭력은 지속됐다.

결국 지난해 10월 이씨는 집이 있는 상가건물 4층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1층 천막에 부딪힌 뒤 땅에 추락한 이씨는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이씨는 "엄마와 엄마 남자친구가 술을 마시며 행패를 부리는 모습을 보고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년 가까이 이어진 폭력에 이씨는 지칠대로 지친 상황이다. 이씨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우울증 약을 복용해 지금도 2주에 한번씩 새 약을 처방받는다. 이씨는 "잘 때 가위에도 자주 눌리고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이씨는 디자인을 공부한다.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유망하지만 지속적인 폭력에 학업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이씨는 "엄마와 엄마 남자친구 때문에 집이나 밖에서도 공부에 제대로 집중하기 어렵다"고 했다.

■ "처벌은 원하지 않아...술이 문제"...하지만 알코올 중독치료 강요할 수 없어

이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정도로 힘든 나날을 보냈지만 어머니에 대한 처벌은 원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가정폭력으로 직접 경찰에 신고한 횟수만 4번이지만 모두 '처벌은 말아달라'고 말했다. 이씨는 "그래도 낳아주신 엄마인데 처벌당하는 건 싫다"며 "내가 감싸주고 싶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가정폭력은 피해자의 동의 없이 처벌할 수 없다.

경찰로선 형사 처벌 외 가정폭력 문제에 개입할 방법이 많지 않다. 경찰은 가정폭력 재발 우려가 있으면 1~6호로 이뤄진 임시조치를 신청할 수 있다. 임시조치에는 △피해자 거주지에서 퇴거 등 격리 △100m 이내 접근금지 △문자, 전화 등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등이 있다.

하지만 말그대로 '임시' 조치일 뿐이다. 현행법상 접근금지에 해당하는 임시조치 1~3호는 2개월 간 효력이 유지되며 최대 2회 연장할 수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를 위해 마련된 쉼터 역시 이씨의 입장에서는 임시 조치일 뿐이다. 이씨는 "어차피 집에 돌아가야 하지 않느냐"며 "어차피 엄마랑 평생 떨어져 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며칠 떨어져 지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말했다.

이씨가 원하는 건 어머니의 치료다. 어머니는 현재 '슬플 때 술을 마시는 건 알코올 중독이 아니다'라며 치료를 거부하고 있다. 현행법상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정신병원에 입원하려면 시장, 군수, 구청장의 허가를 받거나 보호자 2명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씨에 친언니가 있지만 2년 전 독립해 친모 입원에 동의를 하지 않는다. 이씨는 "엄마가 스스로 입원하지 않는 한 알코올 중독을 치료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강제치료 고민해야 할 시점"

전문가들은 이씨 어머니에 대한 치료를 강제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멈춰선 안된다"며 "가정폭력과 가스라이팅 등이 결합된 심각한 문제 같다. 이런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법적으로 경찰이 개입할 여지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콜학과 교수도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가정폭력이 비일비재하다"며 "당사자가 원치 않아도 강제로 치료할 법적인 근거를 조금씩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종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알코올에 대한 관대한 인식이 알코올중독에 대한 치료를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블랙아웃 이른바 '필름끊김현상'에 대해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는 알코올 중독의 중요 지표로 사용하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블랙아웃을 술 마신 뒤 후일담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가 치료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전 교수는 "알코올 중독을 앓고 있어도 병원 진단에 대한 거부감, 진단을 받아도 부정하는 인식이 치료를 방해하는 근본적 원인"이라며 "지역사회 인식 개선과 더불어 알코올 중독 치유센터에 쉽게 접근해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강제치료에 대해서는 인권유린의 소지가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은 "강제치료는 잘못하면 인권유린이 될 수 있다"며 "가정폭력이 사건화되면 처벌하는 과정에서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들 콩밥 먹일 순 없잖아요" 자식에 맞고 사는 부모들, 매년 2000명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서울에 사는 홍철수씨는(63세 가명) 지난해 6월 20세 아들에게 폭행을 당해 팔이 부러졌다. 수술을 요하는 상황이지만 충격이 너무 컸던 탓에 마음을 추스리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잠시 미루고 있다.

홍씨는 중소기업에 다니다 얼마전 은퇴했다. 은퇴 전까지는 업무 특성상 지방으로 발령받아 근무하는 일이 많아 그동안은 가족과 떨어져 지낸 시간이 길었다.

은퇴 후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데다 코로나19로 아들도 집에서 뒹굴거리며 방황하고 있는 것을 보니 답답한 마음이 들어 아들에게 훈계했다. 이에 돌아온 것은 격분한 아들의 폭행이었다.

문제는 이런 일을 겪고도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모르는 부모가 많다는 점이다. A씨는 "이런 모습을 보고 아내도 어찌할 줄 몰라 바라만 보고 있었다"며 "저도 어디서부터 바로잡아 나가야할지 몰라 수술도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존속범죄 2020년 2609건 달해…"부양 스트레스, 학대로 표출"

지난 5년간 발생한 존속범죄 건수. 존속범죄는 2017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진=김지영 디자인기자
지난 5년간 발생한 존속범죄 건수. 존속범죄는 2017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진=김지영 디자인기자
코로나19 이후 존속 폭행도 늘어나는 추세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존속폭행과 상해, 살인 등 존속범죄는 2020년 2609건 발생했다.전 해인 2019년(2428건)에 비해 7.5% 가량 늘어났다. 2017년에 비해서는 약 28.3% 증가한 수치다. 2021년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2016년에서 2017년으로 넘어오면서 소폭 감소했으나 그 이후로 증가추세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건 폭행이다. 존속폭행은 2020년 1851건으로 전체 존속범죄의 70.9%를 차지했다. 2019년 1661건에서 11.4% 가량증가했다. 수위 높은 존속 범죄도 종종 발생한다. 2020년 존속폭행치사 사건이 23건 발생했다.

존속살인 범죄도 2017년 25건, 2018년 44건, 2019년 35건, 2020년 28건 발생해 매년 수십 명의 부모가 자식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존속범죄는 일반 범죄보다 처벌이 강하다. 단순 폭행은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지만 존속 폭행은 5년 이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 벌금을 받는다. 살인도 일반 살인은 법정형의 하한선이 징역 5년이지만 존속살인은 징역 7년이다.

■ 자식 처벌 원치 않는 부모들…"자식에게 피해 줄 수는 없어"

전문가들은 신고된 건수만 2000여건이지 실제로는 그 수가 더 많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존속폭행이 발생해도 '사회적 체면때문에' 또는 '처벌을 원치 않아서' 등의 이유로 부모들이 신고를 꺼려하는 탓이다.

경찰에 신고를 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존속폭행 역시 단순폭행과 동일하게 피해자의 동의 없이 처벌이 불가능한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이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르신들은 일반적으로 '내가 피해를 받더라도 자녀한테 피해가 가면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며 "최근 '학대' 개념에 대한 인식이 어르신들 사이에서도 많이 퍼졌지만 그래도 자녀의 앞길을 막을까 폭행을 당하고도 참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존속 학대 증가가 사회적으로 자녀들의 부양 부담이 커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평균수명은 늘어나는데 비해 은퇴시기는 빠르고 부모를 부양해야할 자녀들은 취업이 어려운 게 최근의 현실이다. 이 가운데 부양에 대한 책임을 자식들이 오롯이 져야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폭력으로 갈등이 표출되기도 한다는 분석이다.

정 교수는 "존속 학대는 전통적인 부양 의무를 수행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그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부양 대상인 부모를 향해 폭력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 이전부터 존속폭행 등은 증가추세라 코로나19가 주된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코로나19 이후 어려운 경제적 여건 등으로 인해 심화되는 경향은 보인다"고 분석했다.

해마다 존속 폭행의 수는 늘어가지만 피해자 보호 대책은 부실하다. 박소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부장은 "접근금지처럼 자식을 부모와 분리하는 임시조치가 마련됐지만 가해자가 자립할 형편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며 "자녀가 나갈 수 없다는 걸 아는 부모가 스스로 나가기를 선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가정폭력 쉼터가 여성 전용인 경우가 많아 노인 남성이 자녀에 폭행당하면 길거리로 내몰리는 일도 있다. 박 부장은 "쉼터 시설이 주로 여성 피해자를 위한 경우가 많아 부부가 갈라지는 일도 생긴다"며 "남성 피해자들은 노숙인 쉼터 등을 찾아야 할 수도 있고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남편에 수십년 맞아도...'처벌 말아요' 한마디에 손발 묶이는 경찰




2010년 결혼한 이미소씨(가명)는 몇년 전부터 남편과의 이혼을 생각해왔다. 남편의 폭력이 반복되면서다. 경찰에 신고를 해보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다시는 안 그러겠다"는 남편의 말을 믿고 용서를 해준 것이 십여차례에 달한다. 하지만 이후에도 남편의 폭력은 계속됐다.

이 씨는 최근에는 이혼 생각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상황이 나빠졌기 때문. 이 씨는 "요즘에는 나가서 식당 서빙 자리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남편의 폭력 때문에 이혼을 하루에도 열두번씩 고민하지만 요즘에는 그럴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 가정폭력 신고 중 검거는 단 20%...중도 개입이 어려운 경찰들

남편에 맞고…아들에 팔 부러져도…"가족 어떻게 콩밥 먹이나요"
4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는 21만8669건에 달한다. 하지만 모든 가정폭력이 처벌로 이어지진 않는다. 현행법상 가정폭력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정식 수사를 개시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기 때문이다. 2018~2020년에 가정폭력 신고 중 피의자가 검거된 건수는 16.8%~20.8% 수준이었다.

제주도에 사는 A씨의 경우도 아내가 처벌을 원치 않아 사실상 방치됐다가 결국 살인을 저지른 사례다. A는 2020년 아내를 때려 재판에 넘겨졌지만 재판 과정에서 아내가 '처벌을 원치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징역형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하지만 A씨의 폭행은 지속됐다. A씨는 지난해 11월 아내가 '왜 집에 늦게 들어오느냐'고 항의하자 화가 나 흉기를 집었고, 아내가 현관을 열고 도움을 요청하자 흉기로 찔렀다.

경찰 관계자는 "가정 내 폭력인 만큼 피해자가 가해자에 생계를 의존하는 일이 많다"며 "처벌을 원치 않는 일이 많은데 그러면 수사 자체를 시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폭력이 반복돼도 마찬가지다. 경찰이 중간에 개입하지 못해 가정폭력이 강력범죄로 커지는 사례는 쌓인다. 지난해 9월에 서울 강서구에서는 49세 남성 B씨가 아내를 장인 어른이 보는 앞에서 흉기로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내는 결혼 생활 동안 B씨의 폭행을 당했지만 처벌보다 이혼을 원했다. B씨는 이혼 소송 취하를 요구했지만 아내가 거부하자 화가 나 아내를 살해했다. B씨는 지난 16일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물론 피해자가 심하게 다쳤다면 상해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개시할 수도 있다. 아울러 지난해부터는 경찰이 피해자 신청없이도 접근금지 등 가정폭력 임시조치를 내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피해자 동의 없이 가해자를 수사하거나 임시조치를 내리기에는 경찰이 느끼는 부담이 크다. 경찰 관계자는 "가정폭력은 부모와 자식 간 사생활의 측면이 있지 않나"라며 "그러다보니 피해자의 의사 없이 경찰 자체 판단으로 수사를 개시하거나 임시조치를 내리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 강력범죄 어떻게 막나..."피해자 안전 확보 후 처벌 의사 물어야"

/사진=이지혜 디자이너
/사진=이지혜 디자이너
전문가들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피해자 말이 진심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건 가해자의 행위가 잘못되지 않았단 게 아니라 가해자가 처벌받는 게 소득 단절 등 가정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그렇다고 반의사불벌 조항을 폐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가정폭력은 피해자가 가해자에 연민을 느끼거나 생계를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신고가 처벌과 직결되면 신고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처벌 의사를 묻기 전 피해자가 심리적 안정을 되찾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정폭력은 가해자가 피해자와 언제든 맞닥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폭력범죄보다 훨씬 심각한 범죄"라며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을 냉각기간을 거치고, '내 삶이 안전하다' '더 이상 가해자가 날 폭행할 수 없다'는 상황 요건에 대한 신뢰를 얻으면 처벌 의사를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접근금지? 무시하면 그만"…가정폭력 피해자 못 지키는 '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9월30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67세 A씨가 친누나 집에 찾아가 "네가 경찰에 고소했냐"며 목을 조르려 한 일이 벌어졌다. A씨는 3일 뒤에도 사다리를 올라 2층 창문에 얼굴을 비추고 "왜 문을 안여냐"고 했다. 불과 한달 전 법원은 A씨에 '친누나 주변 100m에 접근하지 말라'고 명령했지만 소용 없었다. 친누나 집 앞에 A씨를 막아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가정폭력 피해자를 지킬 여러 차원의 조치가 마련됐지만 아직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접근금지는 구두 명령에 그쳐 가해자가 위반해도 이를 막을 실질적인 방법이 없다.

■ 임시조치 작년에 급증...위반 사례도 같이 늘어

남편에 맞고…아들에 팔 부러져도…"가족 어떻게 콩밥 먹이나요"
경찰은 가정폭력 범죄가 발생하면 현장에서 가해자·피해자 분리, 피해자 보호시설 인도 등 '응급조치'를 한다. 재발 우려가 있으면 '임시조치'를 검찰에 신청한다. 임시조치는 1~6호로 △피해자 거주지에서 퇴거 등 격리 △100m 이내 접근금지 △문자, 전화 등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등으로 이뤄졌다.

응급조치에도 범죄 재발 우려가 심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면 '긴급임시조치'를 하고 검찰에 사후적으로 신청할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와 경찰청에 따르면 임시조치와 긴급임시조치 신청 건수는 지난해 큰 폭으로 늘었다. 접근금지에 해당하는 임시조치 1~3호는 2020년 4003건에서 지난해 6697건으로 약 1.5배 늘었다. 긴급임시조치도 2020년 2567건에서 지난해 3864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관련 법이 개정돼 피해자 요구 없이도 경찰이 직권으로 임시조치를 신청할 수 있게 된 영향이 크다. 임시조치 존재가 많이 알려져서 시민들 요구가 늘기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큼직한 가정폭력 사건들이 언론에 보도돼 시민들이 임시조치 존재를 더 많이 알게됐다"며 "경찰관이 직권으로 임시조치를 신청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임시조치 위반 사례도 늘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임시조치 1~3호를 위반한 건수는 526건이으로 2020년(370건)의 약 1.5배 수준이다. 지난해 임시조치 신청 건수(6697건)와 비교하면 7.8%가 조치를 위반했다.

■ 가해자들 임시조치 무서운 줄 몰라..."감시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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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들이 임시조치 위반의 처벌 수준을 잘 모르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1월 관련법이 개정돼 임시조치를 위반하면 기존 과태료 처분에 멈추지 않고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형사처벌인 만큼 정식 재판을 받게 되고 전과기록도 남는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법률개정에도 조치 위반에 대한 가해자의 경각심이 커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도 "경찰의 가해자 유치장 유치 건수가 111건으로 증가한 점은 접근금지명령 위반에 대한 경찰의 대응 태도가 변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했다.

처벌 강화와 별개로 접근금지 명령이 지켜지도록 가해자의 위치를 추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접근금지 명령이 구두로 돼 있고 물적 조치는 없다 보니 가해자의 위반을 막기는 당연히 어렵다"며 "경찰이 24시간 경호를 할 수도 없는 만큼 가해자 위치를 추적해 경찰이 가해자보다 먼저 피해자 주변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찬걸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가해자에 접근금지 수준의 임시조치가 내려졌다면 범죄 행위도 어느 정도 소명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가해자에 GPS를 지급해 감시하는 등 피해자를 보호할 실질적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쉼터마저 문전박대…학대에 방치된 아이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등학교 3학년 이모씨(가명)는 가정폭력이 심해지자 지난해 12월쯤 여러 청소년쉼터에 입소 문의를 했지만 갈 곳이 없었다. 이씨는 "쉼터 내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서 불가능하거나 정원이 없다는 이유로 입소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러스트레이터 지망생인 이씨는 작업을 위해서 개인 컴퓨터를 쉼터에 반입하려고 했지만, 일부 쉼터는 "개인 컴퓨터를 놓을 공간이 없다"며 반입을 거절했다. 꿈을 포기하면서까지 쉼터에 입소할 수 없었던 이씨는 입소를 포기했고 다시 부모의 학대에 노출됐다.

청소년쉼터는 가정 밖 청소년에게 가정,학교, 사회로 복귀하여 생활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보호하면서 상담,주거,학업, 자립 등을 지원하는 시설이다. 하지만 일부 쉼터는 최근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확진자 급증으로 입소가 일시 중지되는 등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머니투데이가 지난달 16일부터 일주일간 수도권 단기·중기 청소년쉼터 19곳에 확인한 결과 이들 중 다섯 곳은 정원이 있어도 추가 입소자를 받을 수 없었다.

다섯 곳 중 네 곳은 쉼터 내 격리실이 사용 중이어서 신규입소가 일시중단됐고 한 곳은 쉼터 내 확진자가 발생해서 추가 입소자를 받지 못했다. 신규 입소자는 공용 객실에 배치되기 전 별도로 마련된 격리실에서 격리 기간을 거쳐야 한다. 다른 여섯 곳은 정원이 차서 입소할 수 없었다.

쉼터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서 신규입소가 일시중지된 곳도 있었다. 청소년 쉼터를 관리하는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전국 135개 청소년 쉼터 중 총 12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올해는 1~2월에만 18곳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입소자들의 객실 일부를 격리실로 대체해서 입소 정원이 감소하기도 했다. 경기도 시흥시의 한 쉼터 관계자는 "쉼터 내 격리실을 만들어서 기존 입소 가용 인원보다 적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한 청소년단기쉼터 관계자는 "코로나 전에 (쉼터를) 4인실 2개와 2인실 6개로 운영했지만, 현재는 2인실 방 하나를 신규 입소자 격리실로 쓰고 있다"고 밝혔다. 가용 인원이 20명에서 18~19명으로 5%~10% 줄어든 셈이다.

가정폭력 피해 아동을 쉼터로 연계하는 홍창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국장은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쉼터에 입소할 수 있는 정원이 많지 않아서 서울과 경기에 있는 가정폭력 피해 아동들이 경상도 전라도 등 지방까지 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한다고 해서 휴관을 하지는 않지만 신규 입소자는 입소가 중단된다. 여가부 관계자는 "예를들면 (격리 때문에) 정원 10명인 쉼터에 3명만 수용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면서도 "각 쉼터가 연계돼 있어 다른 곳을 소개해주기 때문에 쉼터에 제때 입소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전국 청소년쉼터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도 빈자리가 있어서 입소를 못 하는 상황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이는 사실과 달랐다.

여가부와 개발원 설명대로라면 입소가 불가능한 쉼터가 다른 쉼터로 연계를 해줘야 하지만 이들 중 두 곳은 쉼터 입소 가능 여부를 묻자 "불가능하다"고만 답했다. 다른 쉼터로의 연계조치는 없었다.

또 다른 쉼터 관계자는 "입소를 원하면 매일매일 전화를 해서 입소 여부를 확인을 해보거나 일시 쉼터에 전화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쉼터에서는 이같은 연계조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에대해 여가부는 "일부 쉼터 직원의 잘못"이라고 설명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쉼터 운영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연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적절한 분리 조치를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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