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정 변호사의 법률칼럼] 확진·격리자 사전투표사태 위헌·위법 소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기간동안 전국의 확진자·격리자 투표소에서 확진·격리 유권자들의 투표함으로 쇼핑백, 구멍 뚫은 골판지 상자, 플라스틱 바구니, 쓰레기 봉투 등이 등장해 대혼란이 빚어졌다. 이에 일부 유권자들은 '왜 내 기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못넣냐'고 항의하며 투표를 거부한 채 귀가하기도 했다.

김소정 대표변호사/사진제공=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

아수라장에 총체적 난국으로 비화된 이번 확진자·격리자 사전투표소 사태는 '제20대 대선 투표관리 특별대책'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싶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발표한 '제20대 대선 투표관리 특별대책' 매뉴얼에 따르면 확진·격리 유권자들은 투표 현장에서 선거사무보조원에게 신분을 확인받은 뒤 투표용지 1장과 임시 기표소 봉투 1장을 배부받는다. 이후 전용 임시 기표소에 들어가 기표한 뒤, 용지를 미리 받은 빈 봉투에 넣어 보조원에게 전달한다. 보조원은 참관인 입회 하에 봉투에서 투표지가 공개되지 않도록 꺼내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

그런데 위 매뉴얼로 인해 확진·격리 유권자들이 자신의 기표 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하였고, 그 과정에서 일부 기표된 투표용지가 공개되기도 했다.

헌법 제67조 1항은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ㆍ평등ㆍ직접ㆍ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4항은 '선거인은 투표용지를 받은 후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용지에 1인의 후보자를 선택하여 투표용지의 해당란에 기표한 후 그 자리에서 기표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아니하게 접어 투표참관인의 앞에서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헌법 제114조 제6항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선거관리·국민투표관리 또는 정당 사무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으며,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내부 규율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헌법과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중앙선관위의 '제20대 대선 투표관리 특별대책'은 위헌·무효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같은 국가기관이 제정한 명령이나 규칙에 대해 헌법 제107조 제2항은 '명령 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할 뿐이므로, 지금 당장 '제20대 대선 투표관리 특별대책'의 효력을 배제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결국 우리는 적어도 본선 투표에서는 중앙선관위가 스스로 확진·격리 유권자들의 참정권을 존중하고 보장할 수 있는 지침을 내놓기를 기대하는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크게 아쉬운 부분은 헌법기관이자 국가기관인 중앙선관위가 헌법과 법률을 정면으로 위반한 대책,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함으로써 대선 사전투표에서 투표장을 혼돈의 카오스,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는 점,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제20대 대선 투표관리 특별대책'의 위헌, 위법 사실을 미리 파악하지 못하여 초유의 사태가 초래되도록 방치하였다는 점이다./글 김소정 대표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