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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진 진입로, 좁은 입구...장애인 고려없는 '장애인 기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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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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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0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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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선 본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9일 오후 12시50분 서울 성북구 길음사회복지관에서 지체장애인 추경진(54)씨가 동행한 김향길 장애인활동지원사(66)의 도움으로 신분 확인을 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제20대 대선 본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9일 오후 12시50분 서울 성북구 길음사회복지관에서 지체장애인 추경진(54)씨가 동행한 김향길 장애인활동지원사(66)의 도움으로 신분 확인을 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제20대 대선 본투표가 한창인 9일 오후 12시50분 서울 성북구 길음종합사회복지관. 출입구 앞으로 전동휠체어 바퀴 소리가 고요하게 들려왔다. 흰색 털재킷을 껴입은 지체장애인 추경진씨(54)는 25년간 의지해 온 휠체어에 몸을 맡긴 채 익숙하다는 듯 투표소 출입구로 향했다. 휠체어에 앉아 몸이 낮아진 최씨와 자동체온측정기의 눈높이가 맞지 않자 사무보조원이 측정기에 달린 소형 모니터를 살짝 앞으로 기울였다. '정상체온입니다.' 추씨는 기기에서 나온 안내음성이 나온 뒤에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안내 받은 적 없는데 "다른 투표소 가세요"… 구석진 곳 세워진 '임시기표소'


투표소에 동행한 김향길 장애인활동지원사(66)의 도움으로 신분증 확인을 마친 추씨는 앞서 도착한 유권자들 뒤 대기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투표소에서는 "여기서 투표할 수 없다"는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추씨는 "안내가 없었다"고 했지만 사무원은 "(추씨가) 사시는 아파트 단지 경로당에 임시기표소가 있는데 그곳에서 하셔야 된다. 사전에 분명 안내를 드렸다"며 투표가 불가하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결국 오후 1시쯤 복지관을 나선 추씨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했다. 추씨는 아파트 단지 쪽으로 휠체어를 이끌며 "(대선후보) 기호 순으로 된 전단지는 우편으로 받았는데 임시기표소가 있다는 안내는 받은 적이 없다"며 "(휴대전화) 지도에도 여기(복지관)밖에 안나왔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 활동지원사도 "(추씨가) 사는 동 관리사무소에 갔더니 임시기표소는 자기들도 잘 모른다고 했다"고 말했다.

기표소를 찾아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오후 1시10분쯤 아파트 단지 입구에 도착한 추씨는 김 활동지원사가 경로당 위치를 확인한 뒤에야 기표소를 찾을 수 있었다. 추씨가 사는 아파트는 같은 아파트 단지임에도 임대주택과 일반주택이 따로 분리돼 있다. 이날 장애인용 임시기표소가 마련된 생활지원센터는 일반주택 앞에 위치해 있었다. 임대주택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센터까지는 휠체어로 약 5분 거리지만 경사가 심한 탓에 휠체어에 올라탄 추씨의 몸이 자꾸만 불안하게 흔들렸다.

9일 오후 1시15분쯤 임시기표소에 도착한 추씨의 모습. 장애인과 임신부를 위해 설치된 임시기표소는 출인구 안쪽 구석에 위치해 있고 기표소 앞으로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어 접근이 어려웠다. /사진=홍효진 기자
9일 오후 1시15분쯤 임시기표소에 도착한 추씨의 모습. 장애인과 임신부를 위해 설치된 임시기표소는 출인구 안쪽 구석에 위치해 있고 기표소 앞으로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어 접근이 어려웠다. /사진=홍효진 기자
추씨가 임시기표소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시15분. 겨우 찾은 기표소는 내부에 경로당이 위치한 생활지원센터 건물 출입구 구석에 놓여있었다. 투표를 위해 30여명 정도의 시민이 입구 밖까지 줄을 서면서 추씨의 휠체어가 자유롭게 드나들 공간은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비좁은 공간에 설치된 기표소를 말없이 바라보던 추씨의 미간이 순식간에 찌푸려졌다.

참다못한 추씨는 투표관리원을 향해 "이렇게 해놓으면 어떻게 들어가라는 거냐"며 "한 두 번도 아니고 투표할 때마다 이런 일이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옆에 있던 김 활동지원사도 "접근은 쉽게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을 얹었다. 이에 관리원은 "저희도 선관위에 항상 얘기하는데 (대책 마련이) 잘 안 되고 있다"며 "일단 신분을 확인하고 투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손을 사용할 수 없어 투표용 막대(투표용 도장을 고정한 뒤 입에 물고 투표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투명 막대)를 요구한 추씨는 입구에서 10분 가까이 기다린 뒤에야 겨우 기표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흰색 기표소 천막 틈으로 보이는 추씨의 뒷모습은 힘겨워보였다.

현장에 있던 또 다른 투표관리원은 기표소 위치를 최대한 고려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밖으로 빼두면 외부에서 (기표소 안을) 볼 수도 있으니 여기에 설치하는 게 가장 최선이라고 판단했다"며 "오늘 다른 장애인 분들도 몇 분 다녀가셨는데 그렇게 불만은 없으셨다"고 답했다.


"불편함 토로하면 '이게 어때서'란 표정… 장애 이해하려 노력해야"


9일 오후 1시12분쯤 추씨가 임시기표소가 설치된 생활지원센터를 찾아 경사로를 오르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9일 오후 1시12분쯤 추씨가 임시기표소가 설치된 생활지원센터를 찾아 경사로를 오르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오후 1시30분이 돼서야 투표를 마치고 귀갓길에 오른 추씨는 "(기표소를) 저렇게 두는 건 장애인 차별"이라며 "아무리 말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고 입을 열었다. 추씨는 "이전에 다른 지역구에서 투표를 할 때도 접근성이 좋지 않아 불편함을 느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며 "기표소 안에서도 책상 높이가 전체적으로 조절돼야 하는데 오늘 갔던 기표소는 그것도 안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선관위에서 장애에 대한 이해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현장에서 불편한 점을 얘기하면 사무원들이 다 '이게 어때서'라는 표정을 짓는다. 장애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너무 없는 것 같다"고 힘없이 말했다. 집으로 향하는 비탈길을 내려가는 추씨의 몸이 다시 양옆으로 흔들렸다.

현행 공직선거관리규칙은 "투표소는 고령자·장애인·임산부 등 이동약자의 투표소 접근 편의를 위해 1층 또는 승강기 등의 편의시설이 있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원활한 투표관리를 위해 적절한 장소가 없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는다"는 전제를 담고 있다. 투표소 입구에 이동약자를 보조할 투표사무원 등을 배치 또는 임시기표소를 설치하도록 돼 있으나 추씨가 방문한 기표소처럼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례도 여전하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투표소는 1층이나 승강기가 있는 곳에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면서도 "건물 관리자 협조나 투표소까지의 접근성 등을 고려할 때 적합한 건물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시기표소는 다른 유권자가 볼 수 없는 곳에 설치해야 하다보니 구석진 곳을 찾을 수밖에 없어 장소 자체의 한계가 있다"며 "다만, 투표소 설치 전에 장애인단체 관계자분들과 동행하면서 애로사항을 듣고 최대한 적합한 장소를 확보할 수 있도록 사전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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