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세안 교두보'는 인도네시아…'잠재력과 세금 혜택'

현대자동차 인도네시아 공장 전경.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자동차의 인도네시아 공장이 준공되면서 아세안 시장 진출길이 열렸다. 아세안에서 생산한 제품을 아세안 내에 수출하면 관세 등이 면제된다.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아세안 시장 본격 공략에 나선다.


현대차는 1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브카시 시 델타마스 공단 내 위치한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준공식을 개최했다.

현대차는 아세안 지역의 풍부한 자동차 시장 잠재력을 보고 인도네시아 진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 지역의 인구는 약 6억명으로, 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필리핀·베트남 등 아세안 주요 5개국의 자동차 시장은 2025년 약 358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인도네시아는 인구 수가 세계 4위로, 총 2억7913만명에 달한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연 100만대 이상의 자동차가 판매된 아세안 최대 자동차 시장이기도 하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확산과 반도체 부품 부족 현상 등으로 판매가 주춤했으나 오는 2025년 이후 다시 연 100만대 이상 판매될 전망이다.

그동안 중국에서 부진했던 현대차는 이번 진출로 새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보다) 아세안 지역은 인구 수 대비 자동차 수가 적어 향후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며 "특히 인도네시아 정부가 전기차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각종 혜택을 주는 상황으로, 현대차 뿐만이 아니라 다른 완성차업계도 눈독을 들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아세안 국가로 수출할 경우 무관세 혜택을 받는다. 아세안 시장은 완성차에 대한 역외 관세가 국가별로 최대 80%에 이를 정도로 관세 장벽이 높다. 그러나 아세안자유무역협정(AFTA)에 따라 2018년부터 부품 현지화율이 40% 이상일 경우 협정 참가국 간 무관세 혜택이 주어진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를 맺었다. 이 협정에 따라 한국이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주요 품목 대부분의 관세가 즉시 또는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완성차 생산을 위해 쓰이는 철강 제품과 자동차 부품 등을 보낼 때도 관세로 인한 손실이 줄어드는 셈이다. 지난달에는 아세안10개국(인도네시아·베트남·태국 등)과 한국·일본·중국·호주·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참여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발효되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AFTA, CEPA, RCEP 효과 및 신남방정책의 결과로 핵심 파트너로 부상한 인도네시아에서 완성차를 생산 및 수출할 때 장기적으로 보다 많은 이점을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전기차 산업 발전을 위해 기업들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9년부터는 대통령령을 통해 인도네시아 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회사가 현지 부품과 인력 등을 활용해 현지화율 조건을 만족할 경우 부품 수입 관세·사치세(15%) 면제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지난 9월부터 인도네시아 카라왕 지역에서 배터리셀 공장을 건설 중이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합작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를 장착할 경우 인도네시아 정부가 제공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아세안 전기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이미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의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아이오닉·코나 일렉트릭을 총 605대 판매하는 등 전기차 시장에서 약 87%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향후 아이오닉5 양산에 들어가는 등 지속적인 전기차 판매로 선두 자리를 지킬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서 전용 전기차를 생산하며 아세안 각국의 친환경차 전환 정책을 촉진할 것"이라며 "일본업체들이 70% 이상 점유한 아세안 주요 완성차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