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연금·공무원 월급 더 주겠다"…'경제파탄' 달래기 나선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직면할 경제 위기를 예고하는 한편 해법을 제시했다. 100년 만에 국가부도 위기에 놓였는데도 국제사회의 전방위 경제제재로 벌어질 상황을 모두 예상했다는 듯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동요하는 국민들을 안심시키려는 제스처로 풀이된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전날 주요 각료들과 화상 회의에서 "러시아는 증가하는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라는 쉽지 않은 상황을 맞을 것"이라며 "하지만 나는 그것을 숨기지 않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가 국제사회 경제제재에 맞설 정도로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돈을 찍어 내지 않아도 경제 문제를 충당할 자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국제 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배제와 외환 보유고 동결 등으로 자금이 묶여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해외 중앙은행에 예치한 자금을 쓸 수 없게 된 상황에 대해서는 불만도 나타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각국 준비금을 훔칠 수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가 알게 됐다"며 "앞으로는 금융 자산 대신 금과 토지, 원자재와 같은 유형 자산을 통해 준비금을 저장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요 각료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AFP

푸틴 대통령은 이날 어려워진 경제상황과 관련 다양한 해법을 내놨다. 그는 "물가가 오르면 국민 소득과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며 "연금 등 사회적 편익을 늘리고 공무원 임금도 올리라"고 지시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기업들에게 재정 지원을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앞서 푸틴은 루블화 붕괴를 막기 위해 중앙은행에 9.5%인 기준금리를 20%로 2배 이상 인상하도록 조치한 바 있다.


러시아에 남아 있는 외국 기업들에는 확실한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당근책도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그 가신들의 용서할 수 없는 압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남아 계속 영업하고 있는 외국기업을 높이 평가한다"며 "앞으로 그들은 확실한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산업군에서 러시아에 대한 수출·수입을 제한하는 금수조치가 시행된 데다 글로벌 기업 300여곳이 러시아 사업을 철수·중단하는 보이콧에 나선 것과 관련한 언급도 있었다. 푸틴 대통령은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소비재를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라며 "특히 필수 의약품의 적절한 공급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러시아 시베리아에 위치한 한 슈퍼마켓의 모습.(사진출처: 데일리메일 홈페이지 캡쳐) 2022.03.09.

러시아 국민들이 시장 개방 체제가 붕괴되는 상황에 대비해 생필품을 쓸어 담는 '패닉 바잉'에 나서면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소비지출이 1조루블(12조7000억원) 증가한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당국자들은 수동적인 가격 규제를 배제하는 대신 수출용 물품을 내수 시장으로 전환하는 것을 포함해 공급을 절대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