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부동산 사령탑' 국토부→서울시 힘실려..시장중심 '신호탄'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유엄식 기자
박종진 기자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3.20.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84명의 인수위원회 명단을 확정한 가운데 부동산 정책 '사령탑'을 사실상 서울시가 맡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제2분과에 배정된 부동산 분야에는 인수위원 없이 5명의 전문·실무위원 등으로 꾸려졌다. 박근혜 정부시절 인수위에는 서울시 출신이 한명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2명이 포진했다. 이와 달리 국장급 1명, 과장급 1명 파견 나간 국토교통부는 이번에는 전문위원 1명만 들어갔다.

달라진 인수위 구성을 고려할 때 윤석열 당선인이 서울시에 힘을 실어주면서 향후 부동산 정책을 정부 주도가 아닌 서울시 등 지자체 권한 확대에 초점을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민간 전문가 참여로 규제완화 쪽으로 방향을 확 틀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인수위' 서울시 0명·국토부 2명→'윤석열 인수위' 서울시 2명·국토부 1명

21일 인수위 측에 따르면 부동산 정책을 담당할 경제2분과 전문위원에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김성보 서울시 주택정책실장, 백원국 국토교통부 국토정책관 등이 포함됐다. 아울러 실무위원은로는 정종대 서울시 주택정책실 주택정책지원센터장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김용수 전문위원 등이 들어갔다.

심교언 교수는 윤석열 당선인의 선거 캠프에 참여했던 민간 전문가로 대표적인 규제완화론자로 꼽혀왔다.

이와함께 서울시에서는 전문위원 2명이 포함된 것도 특징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인수위에 참여한 서울시 공무원이 없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서울시에서 전문위원급을 포함해 총 5명을 파견 보냈으나 역시 부동산 정책쪽 인사는 없었다. 이와 달리 이번에는 윤석열 당선인이 오세훈 서울시장 추천을 받아 2명의 전문위원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김성보 실장은 서울시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인물로 문재인 정부의 8·4대책 당시 공공주도 재건축 정책을 공개 비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에는 시장 안정화 대책과 함께 잠실주공5단지 등 민간 재건축사업의 정상화에 공을 들였다. 정종대 서울시 센터장은 김성보 실장이 외부에서 발탁한 인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출신 실무형 전문가로 분류될 수 있다.

인수위서 '약진' 한 서울시와 달리 국토부 비중은 과거 정부 대비로는 줄었다. 국토부는 이번에 전문위원으로 백원국 국토정책관(국장)이 참여한다. 과거에는 통상 국토부에서 국장급 1명, 과장급 1명이 참여하는게 관례였다. 국토부는 이번 인수위에도 국장급 2명, 과장급 2명 등 2배수 후보를 추천했으나 결과적으로 국장급 1명만 참여하게 됐다. 인원수로만 보면 국토부가 서울시보다 작다.

특히 백원국 국장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주도한 인물로 보기 어렵다. 백 국장은 균형발전 정책 중심의 국토정책관을 맡고 있으며 직전 도시재생사업기획단 단장, 주거복지정책관,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청장 등을 지냈다. 경기도 파견으로 주택토지실장을 지냈으나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깊숙이 관여하지는 않았다.

중앙정부 힘 빼고 지자체 권한 세진다..공공주도 2·4 공급 대책 힘빠지고 서울시 '신통기획' 탄력 받을듯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밑그림'을 그릴 인수위 조직 구성을 볼 때 서울시가 주도권을 쥐고 민간 출신 심교언 교수의 발언이 힘을 받는 상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정책이 포함된 경제2분과에는 부동산 전문의 인수위원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전문위원급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전문위원은 국토부 보다는 서울시 비중이 더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간의 정부 주도의 부동산 정책에 '힘'이 확 빠지고 지자체의 자율 권한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대로 시장 친화적인 부동산 정책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택공급이 공공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확 바뀔 것으로 예상됐다. 문재인 정부가 드라이브 걸었던 공공주도 2·4 대책이 구심점을 잃을 대신 서울시가 밀고 있는 민간주도 '신속통합기획 민간정비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공공임대주택 대신에 서울시 중산층을 위한 장기전세(상생주택)가 확대되는 한편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 등 정비사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크게 보면 결국 재건축 규제 완화와 민간 주도의 공급 확대로 수렴될 수 있다"면서도 "250만 가구 공약 중 역세권 첫집주택이나 청년 원가주택을 하려면 공공 참여도 필요하기 때문에 무조건 민간에만 의지하는 방향으로만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