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무보수' 홍보대사 흔쾌히 수락…경찰은 '고심중'

가수 겸 방송인 헨리씨는 지난 16일 서울 마포경찰서의 학교폭력 예방 홍보대사로 위촉됐다./사진제공=마포경찰서

가수 헨리가 경찰의 '학교폭력 예방' 홍보대사로 위촉되자 반발 여론이 거세다. 과거 친중 논란을 빚었는데 공적 임무를 맡겨도 되느냐는 것이다. 경찰은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헨리 위촉을 철회할지 검토 중이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16일 헨리를 학교폭력(학폭) 예방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포스터와 영상을 만들어 야외 전광판에 띄우고, 함께 마포구의 학교들과 홍대입구역 등 번화가를 방문해 학폭 예방 캠페인도 벌일 계획이었다.

홍보대사는 '무보수 봉사활동'이다. 헨리는 활동을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홍보대사는 스케줄 바쁜 연예인들이 무료로 봉사하는 활동"이라며 "경찰이 부탁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헨리는 스케줄이 바쁜데도 스스로 적극적인 의사 표시를 했다"고 밝혔다.

헨리는 "학교에 직접 방문하고 싶다", "영상은 제 SNS 계정에도 올리겠다"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반발 여론에 부딪혔다. 과거 '친중 행보'가 문제였다. 일부 누리꾼은 마포경찰서 홈페이지를 찾아가 "중국의 문화약탈과 역사왜곡을 묵인한 사람을 홍보대사로 쓰는 게 맞냐" "친중 연예인에 세금으로 돈 줘도 되느냐"고 비판했다. 트래픽이 과부하돼 홈페이지 접속이 불가능해지기도 했다.


헨리는 그간 여러 차례 친중 논란을 빚었다. △2019년 홍콩 시위대 무력 진압의 이념 근거였던 '하나의 중국'을 간접적으로 지지한 점 △중국 국경절에 SNS 축하 글을 올린 점 △오성홍기가 그려진 마스크를 착용한 점 등이 문제시됐다.

최근에는 중국 예능 프로그램 '저취시가무 시즌4'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방송에서는 중국인들이 한복을 입고 흥보가를 배경으로 춘 춤이 조선족 전통춤으로 소개됐다.

일각에선 '헨리 옹호론'도 나온다. 친중 행동이 불가피한 '비즈니스'였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연예인들은 중국 이념에 관한 입장 표명을 강요받는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쯔위는 2016년 방송 중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중화권 팬들에 사과하기도 했다.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기술코치를 지낸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도 부인 우나리씨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회원가입 화면의 국적 선택 항목에 '대만'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광고모델 계약이 해지되고 퇴출 위기에 처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전문가는 "'하나의 중국' 이념은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중국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며 "친중 의사표시를 한 것만으로 특정 인물을 '친중' '돈만 쫓는다'고 낙인 찍는 데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마포경찰서는 헨리에 대한 홍보대사 위촉을 철회할지 검토 중이다.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향후 국민 여론을 감안해서 (철회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