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사태 장기화, K-바이오 임상으로 불똥 튄 까닭

(마리우폴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아동병원이 러시아 군의 포격을 받아 폐허로 변한 모습이 보이고 있다. (C) 로이터=뉴스1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이들 국가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거나 계획 중이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관련 기업들은 발빠르게 현지 임상 계획을 철회하거나, 제3국을 통해 임상 인력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선회하며 임상 차질을 최소화 한다는 계획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종근당과 알테오젠, 티움바이오, 브릿지바이오 등 러시아 또는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해외국가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기업들은 임상국가를 이미 수정했거나, 수정을 고려하고 있다. 양국 사태 장기화에 현지 임상이 차질을 빚으며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낮은 규제 문턱과 비용 등에 국내외 제약사들에게 선호받는 해외 임상국가 중 하나로 꼽혀왔다. 전세계 80여개 다국적제약사들이 러시아에 진출해 투자 활동을 펼치거나 임상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국제 정세상 현지 투자나 사업을 철회하는 움직임 등이 줄을 잇고 있다. 러시아산 코로나19(COVID-19) 백신 '스푸트니크V'의 위탁생산(CMO)을 추진해 온 휴온스글로벌이 최근 사업 중단을 결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지 임상 역시 타격은 마찬가지다. 원활한 환자 모집을 장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비우호국으로 지정된 국내 제약사들 입장에선 불확실성도 커졌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잇따른 교전이 발생하고 있어 환자 모집이 더욱 어렵고, 모집이 완료됐다 해도 당장 진행이 쉽지 않은 상태다. 이에 국내 제약사들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고 대응에 나선 상태다. 일찌감치 임상 국가 목록에서 제외하거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른 국가에서의 환자 모집 또는 임상 진행에 무게를 싣는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의 임상 3상 대상자를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8개국에서 모집 중인 종근당 (100,300원 ▲700 +0.70%)은 아직 우크라이나를 임상국가에서 빼진 않았지만, 현지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다만 해당 임상의 경우 경쟁임상 방식으로 임상 차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우크라이나에서 반드시 특정인원을 채워야 하는 것이 아닌 전체 8개국에서 총 모집 인원 586명을 채우기만 되는 방식이다. 굳이 우크라이나를 임상국가에서 제외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티움바이오 (6,870원 ▼300 -4.18%)는 자궁내막증 치료제 후보물질(TU2670)의 글로벌 임상 2상 지역 가운데 우크라이나 환자 모집을 중단한 상태다. 당초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러시아, 이탈리아, 체코 등 5개국에서 80명을 모집하기로 했지만 현지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다만 티움바이오 역시 종근당과 같은 경쟁임상 방식으로 다른 국가에서 충분히 임상 환자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티움바이오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거주 인종이 유사한 지역으로 당초 코로나19로 인한 환자 모집 어려움 등을 고려해 경쟁임상 방식으로 계획했다"며 "임상에 전혀 지장이 없다고 할순 없지만 중단 또는 지연을 고려할 만큼 문제가 있진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습성황반변성 치료제 후보물질 'ALT-L9'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추진 중인 알테오젠 (168,400원 ▼2,900 -1.69%)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일단 배제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당초 국내와 러시아,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총 20여개국 100여개 임상기관에서 임상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만큼 다른 국가를 우선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임상국가들이 많은 만큼 완전히 배제하기 보단 우선순위 국가들 위주로 진행한 뒤, 상황에 맞춰 추가 전략수정에 나서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중심의 임상을 진행 중인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5,680원 ▼170 -2.91%)는 현지 임상기관과의 연락을 지속하며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후보물질(BBT-401)의 임상 2a상을 진행 중인 회사에 우크라이나는 전체 5개국 36명의 모집환자 가운데 25명이 모집됐을 정도로 핵심 지역이다. 특히 이미 환자 모집이 완료된데다, 일부 환자에 대한 투약도 시작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일단 지속해서 현지 임상 참여가 가능할지는 긴밀하게 모니터링하며 보고 있으며 아직까지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는 상태"라며 "현지 임상기관과의 연락을 지속해 새로운 내용들을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