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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가 '픽'한 현대사진 거장, 팬데믹 위기는 이렇게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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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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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3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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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미술관, 오는 31일부터 안그레아스 거스키 기획전 개최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파리, 몽파르나스'(1993)을 가까이에서 찍은 모습. /사진=유승목 기자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파리, 몽파르나스'(1993)을 가까이에서 찍은 모습. /사진=유승목 기자
'파리, 몽파르나스'(1993) 앞에 서면 대개 뒷걸음치게 된다. 가로 5m·세로 2m에 이르는 압도적인 크기의 사진을 한 눈에 담으려면 어쩔 수 없다. 정확한 수평을 유지하면서 정교하게 반복되는 네모난 아파트의 선과 격자구조는 마치 회화의 본질에 접근하는 미술작품 같다. 절묘한 이미지 조작을 통해 사실성을 극대화한 사진 한 장이 예술의 영역으로 발을 들인 순간이다.

잠시 눈을 감고 발걸음을 앞으로 옮겨 코 앞에서 사진을 들여다보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수 백개가 똑같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였던 사각형이 사실은 단 하나도 닮은 구석이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다. 아파트 안에 거주하며 서로 다른 삶의 양식을 만든 사람들이 그려낸 풍경이다. 우주적 관점에서 먼지 한 톨에 불과한 인간이 현대문명을 만들어나가는 주인공이란 점을 깨달으며 또 다른 예술세계에 닿을 수 있다.

독일 사진작가 안드레아스 거스키(Andreas Gurstky)의 작품이 한국에 상륙했다.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102,000원 ▼3,500 -3.32%)미술관(APMA)에서 오는 31일부터 국내 첫 개인전을 연다. 준비 기간만 3년이 걸린 기획전이다. 지난 40여년 간 거스키가 쌓은 사진예술 명성을 생각하면 이제서야 열리는 전시가 다소 늦은 감도 적잖이 있지만, 그만큼 내실있게 전시를 꾸몄다는 설명이다.
얼음 위를 걷는 사람 Eislaufer, 2021, ⓒ안드레아스 거스키, 스푸르스 마거스 제공
얼음 위를 걷는 사람 Eislaufer, 2021, ⓒ안드레아스 거스키, 스푸르스 마거스 제공
전시 개막에 앞서 29일 찾은 APMA에는 거스키가 40여년 간 만들어낸 주요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APMA는 미술관 내 7개 전시실을 모두 활용해 '조작된 이미지'·'미술사 참조'·'숭고한 열망'으로 분류한 40여점의 작품을 선보였는데, 곳곳에서 '99센트'(1991), 'F1 피트 스톱'(2007) 같은 걸작들이 눈에 띄었다.

우혜수 APMA 부관장은 "작품활동을 시작한 1980년대(3점)부터 1990년대(4점), 2000년대(8점), 2010년대(17점), 2020년대(8점) 등 각 시기별로 작품이 고르게 분포돼 있어서 작품 발전 방향을 볼 수 있다"며 "모두 대표작이고, 전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두 점의 신작도 있어서 향후 그의 작품세계가 어떻게 전개될 지도 가늠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태생인 거스키는 예술과 다른 영역에 있던 사진을 현대미술과 동등한 관계로 올려놓은 거장이다. 현대문명을 상징하는 거대한 장소들의 스펙타클한 모습을 포착하고, 이 곳에 존재하는 사람을 조명해 인류와 문명에 대한 통찰을 제시하며 각광 받았다. 특히 추상회화나 미니멀리즘 조각의 특성을 담아내는 경계를 허문 실험을 통해 1990년대 이후 현대사진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평가받는다.
무제 XIX Ohne Titel XIX, 2015, ⓒ안드레아스 거스키, 스푸르스 마거스 제공(왼쪽)과 안드레아스 거스키, 평양 VI Pyongyang VI, 2017(2007),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
무제 XIX Ohne Titel XIX, 2015, ⓒ안드레아스 거스키, 스푸르스 마거스 제공(왼쪽)과 안드레아스 거스키, 평양 VI Pyongyang VI, 2017(2007),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
'파리, 몽파르나스'를 비롯해 수백만 송이의 튤립으로 가득찬 들판을 기하적 추상화처럼 만들어낸 '무제 XIX'(2015), APMA가 소장하고 있는 '평양 VI'2017(2007) 등이 대표적이다. 작가가 평양을 방문해 찍은 작품인 '평양 VI'의 경우 북한의 아리랑 축제에서 진행된 매스게임 장면을 추상화처럼 담았는데, 10만 명이 넘는 공연자가 이뤄낸 시각적 장관과 이를 통해 드러나는 북한의 집단성·특수성이 두드러진다.

가장 관심이 쏠린 지점은 전 세계에 첫 공개하는 신작 '크루즈'(2020)와 '얼음 위를 걷는 사람'(2021)이다. 작가가 작품에서 환경문제와 자본주의의 폐해 등 현대문명이 잉태한 문제들을 메시지로 다뤄왔단 점에서다. 21세기 가장 큰 재해인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속에서 나온 신작인 만큼, 색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크루즈의 경우 여행과 모험을 상상하고 만들었지만, 작품이 나온 시점이 일본에서 코로나 집단감염으로 격리 정박했던 대형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를 연상케 한다. 일정의 크기의 창문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구조가 연결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동시에 단절된 모습도 보이기 때문이다.
크루즈 Kreuzfahrt, 2020, ⓒ안드레아스 거스키, 스푸르스 마거스 제공
크루즈 Kreuzfahrt, 2020, ⓒ안드레아스 거스키, 스푸르스 마거스 제공
얼음 위를 걷는 사람은 기존 작가의 작품이 사람이나 사물로 빽빽이 들어차고 자유로웠던 것과 달리 사람들 마저 '거리두기'하고 있단 점에서 색다르다. 뒤셀도르프 근처의 라인강변 목초지 얼음 위를 걷는 사람들은 저마다 규칙적인 간격을 두고 있고, 작품 중간의 경찰차에선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를 요청하고 있어 코로나19로 달라진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우혜수 부관장은 "우리 현대문명이 이룩한 단면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삶에 대한 통찰을 사진으로 담아낸다는 점에서 인류가 걸어온 길을 보고 나름의 방향을 찾는게 중요하다"며 "첫 눈엔 구조와 선 등이 강조되지만 가까이 가면 사람이 보이는 등 구성요소가 굉장히 다른 만큼, 작품의 디테일을 거시적, 미시적 측면에서 감상하는 것도 포인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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