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 효과' 받은 제네시스, 美에 첫 단독 매장…"위상 달라졌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라파예트시에 위치한 제네시스 단독 매장 전경./사진제공=제네시스

현대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미국 시장 진출 6년만에 첫 단독 매장을 낸다. 타이거 우즈 효과에 힘입어 브랜드 역사상 최대 판매량 신기록을 경신하면서다.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시작했다는 현지 평가도 나온다.

3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전날(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라파예트시에 위치한 독립 영업점 '제네시스 오브 라파예트(Genesis of Lafayette)'의 영업을 시작했다. 제네시스는 올해 미국에서만 20곳의 단독 대리점을 여는 게 목표다. 캘리포니아의 산타모니카, 세리토스, 코로나에도 오픈할 예정이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라파예트시에 위치한 제네시스 단독 매장/사진제공=제네시스

산타모니카 딜러사 엘에이카가이(LAcarGuy) 그룹은 이미 제네시스 차량을 판매 중이지만 연말에 제네시스 단독 매장을 열기로 했다. 이 딜러사는 단 한 번도 현대차를 판매해본적이 없는 곳이다.

한국을 제외한 해외에서는 제조사들이 대부분 딜러사를 통해 차량을 판매한다. 따라서 대형 딜러사와 계약을 하는게 차량 판매에 매우 중요하다.

현대차와 계약관계에 없는 딜러사들도 단독 매장을 원하는 건, 제네시스가 미국 시장 내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걸 방증한다는 게 현지 평가다. 딜러사는 팔리지 않는 브랜드를 위해서 절대 매장을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라파예트시에 위치한 제네시스 단독 매장 전경./사진제공=제네시스

그간 제네시스 차량은 미국서 현대차 매장에서 함께 판매됐다. 제네시스는 현대차에서 나온 프리미엄 브랜드지만, 토요타의 렉서스·GM의 캐딜락 같이 독립 매장을 운영해야 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았다. 이번 사례는 현대차 매장과 분리해 제네시스만의 독립적인 공간을 확보하면서 대중 브랜드인 현대차와 거리를 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클라우디아 마르케즈 제네시스 미국판매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025년까지 미국 전역에 150개의 독립 매장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타이거 우즈' 효과 받은 제네시스, 지난해 판매 전년 대비 3배↑…美에 GV60, G80·GV70 전동화 모델 출시 예정제네시스는 2015년 말에 독립 브랜드로 출범했다. 제네시스 로고를 부착한 준대형 세단 G80이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건 2016년 8월부터다. 그 전엔 현대차의 '제네시스'와 '에쿠스'만 판매됐다.

제네시스가 미국에 진출을 선언했을 당시만하더라도 기대보다는 비판과 조롱이 잇따랐다. 이미 미국 시장에서는 토요타 산하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와 유럽차들이 주름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사성이 중요한 프리미엄 브랜드에 신생인 제네시스가 낄 자리는 없다는 것.

(AFP=뉴스1) =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탄 차량이 2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의 란초 팔로스 베르데스 인근에서 전복된 뒤 산비탈에 옆으로 쓰러져 있다. 우즈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다리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C) AFP=뉴스1

현대차그룹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제네시스도 점차 시장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해 2월 골프 대회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후원한 타이거 우즈의 차량 GV80이 사고가 나면서였다.

우즈가 타고 있던 GV80은 절벽에서 굴러떨어져 완파됐다. 하지만 사고 당시 우즈의 의식은 선명했고 생명에도 지장이 없었다. 자칫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현지 언론들이 제네시스 차량의 안전성에 주목하며 이는 미국 전역에 알려졌다.

사고 현장을 조사한 LA 경찰은 "차량 앞면, 범퍼는 완파됐지만 내부는 대체로 손상되지 않아 일종의 쿠션 역할을 했다. 자칫하면 치명적인 사고가 될 뻔 했지만, 이 쿠션 덕분에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우즈는 그의 아들과 함께 사고 직후 대회에 출전해 무리 없이 경기를 소화했다.


타이거 우즈 효과로 연 판매 1만~2만대 수준에 머물던 제네시스는 지난해 5만대 가까운 판매고를 올렸다. 4만9621대로 전년 대비 약 3배 늘어난 수준이다.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GV80과 GV70이 실적을 견인했다.

제네시스는 미국 시장에 브랜드 첫 전용 플랫폼 기반 전기차 GV60과 G80·GV70의 전동화 모델을 차례로 출시할 예정이다. 올 연말에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GV70 전동화 모델을 생산하기도 하는 등 투자도 확대한다.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기차만 내놓을 예정인데, 이는 경쟁 브랜드 대비 가장 빠른 편에 속한다.

제네시스 미국 법인 관계자는 "단독 매장을 갖는 건 매우 중요하다"며 "진정한 럭셔리 경험과 지역 고객들만을 위한 지속적인 공간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