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 투자속도 빨라지나, '엔터프라이즈·산업' 합병 추진

동원그룹이 경영 효율성 향상을 목적으로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와 중간 지배회사인 동원산업 (37,050원 ▲600 +1.65%)의 합병을 추진한다. 합병을 통해 투자나 M&A(인수·합병) 같은 의사결정이 빨라지는 한편 중복된 경영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동원그룹은 7일 상장사인 동원산업과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을 추진하기 위한 '우회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합병 작업이 마무리되면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한 동원산업이 동원그룹의 사업지주회사가 된다. 또 2008년 인수한 미국의 참치회사 스타키스트(StarKist), 2016년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해 만든 동원로엑스 등 손자회사는 자회사로 지위가 바뀐다.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비율은 1대 0.77로 결정됐다. 또 동원산업은 합병을 통해 주식 액면 분할을 실시한다. 현재 액면가 5000원인 보통주는 1000원으로 분할된다. 주식 유통 물량이 확대돼 유동성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대표이사는 이명우 동원산업 사장과 박문서 동원엔터프라이즈 사장이 각각 사업부문과 지주부문의 각자 대표체제로 현직을 유지한다.

동원그룹은 이번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한편 투자 활성화를 통해 경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내부통제위원회가 설치되면서 준법감시(Compliance)를 강화하는 효과도 예상된다.

동원그룹은 그동안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산업을 비롯해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등 자회사 5개를 지배하고 중간 지배회사인 동원산업이 스타키스트, 동원로엑스 등 21개의 종속회사를 보유하는 다소 복잡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합병이 완료되면 지주회사인 동원산업은 동원F&B 등 17개 자회사를 거느리게 된다.


동원그룹은 1969년 김재철 명예회장이 창업한 원양회사인 동원산업이 모태다. 1982년 국내 처음으로 참치캔을 출시해 식품가공업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이후 수산, 식품, 포장재, 물류를 4대 중심축으로 사업을 확대해 해왔다. 2001년 동원엔터프라이즈 설립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으며 2003년에는 한국투자금융지주(전 동원금융지주)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금융그룹을 계열 분리했다.

동원그룹의 주요사업으로는 △참치 등 수산물 어획을 하는 수산사업부문 △통조림·냉장식품·햄·유제품 등의 제조 판매를 맡는 일반식품부문 △제3자 물류사업 △소스 제조·판매와 단체급식을 하는 조미·유통사업부문 △토목·건축 등의 용역을 하는 건설사업부문 △포장재와 유리용기를 만드는 포장사업부문 등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자산 6조6852억원, 매출 7조6030억원, 영업이익 5087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투명경영 강화 차원에서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김주원 카카오 이사회 의장, 전형혜 한국여자변호사협회 부회장, 김종필 법무법인 율우 대표변호사 등 3명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또 감사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보상위원회를 새로 설치했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이번에 중임된 윤종록 사외이사를 포함해 총 4명의 사외이사를 갖추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