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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소주'는 시작일뿐…"부어라 마셔라 싫다"

머니투데이
  • 서울, 영월(강원)=최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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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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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터뷰 : ZZINTERVIEW]11-①전통주를 만들고 파는 MZ세대들

[편집자주] '찐'한 삶을 살고 있는 '찐'한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유명한 사람이든, 무명의 사람이든 누구든 '찐'하게 만나겠습니다.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가수 박재범(Jay Park)이 론칭한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브랜드 원소주(WONSOJU) 팝업 스토어 오픈 행사가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에서 열린 가운데 모델이 원소주를 소개하고 있다.  ‘원소주’는 100% 국내산 쌀을 사용하고 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로, 주정을 원료로 희석하고 감미료를 첨가한 희석식 소주와는 달리 감압증류 방식을 통해 깨끗하고 부드러운 맛과 풍미가 특징이다. 2022.2.25/뉴스1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가수 박재범(Jay Park)이 론칭한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브랜드 원소주(WONSOJU) 팝업 스토어 오픈 행사가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에서 열린 가운데 모델이 원소주를 소개하고 있다. ‘원소주’는 100% 국내산 쌀을 사용하고 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로, 주정을 원료로 희석하고 감미료를 첨가한 희석식 소주와는 달리 감압증류 방식을 통해 깨끗하고 부드러운 맛과 풍미가 특징이다. 2022.2.25/뉴스1
소주를 줄을 서서 사고, 홈파티를 위해 막걸리를 주문해 먹으며, 매달 새로운 전통주를 배달해주는 '구독 서비스'에 지갑을 연다.

최근 보이고 있는 MZ세대의 전통주 소비 방식이다. 마치 '힙'한 제품과 '힙'한 서비스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던 것 같은 태도. 이렇게 '초록병 희석식 소주'와 '반투명 플라스틱병 막걸리'에 박제됐던 전통주의 이미지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제 '힙한 전통주'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찐터뷰'는 지난달 28일부터 전통주 업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MZ세대 4명과 대면 혹은 통화로 인터뷰를 가졌다. 김희준 원스피리츠 프로젝트매니저(PM, 39세), 방용준 동강주조 대표(39세), 이재욱 술담화 대표(29세), 그리고 김영우 전통주 소믈리에(슬로푸드문화원, 32세). 그들에게 던진 공통된 질문은 "왜 전통주가 힙해지고 있는가" 였다.


"그냥 부어라 마셔라는 싫다"


"소주는 소주 다워야 하지만, 또 소주는 소주 답지 않아야 한다."

원스피리츠의 김희준 PM은 '원소주'의 브랜딩 철학을 이같이 설명했다. 가수 박재범이 만든 '원소주'는 '힙 전통주'의 대표주자다. 100% 국내산 쌀을 사용한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로 △옹기 숙성을 거친 깔끔한 맛 △독창적 라벨 등 디자인이 호평을 받고 있다. 주정을 희석해 합성감미료를 첨가한 '초록병 소주'와는 기본 콘셉트부터 맛까지 완전히 다르다. 1만4900원의 가격에 매일 2000병씩의 물량을 풀고 있지만, 없어서 못판다. 줄을 서도 살 수가 없다.

그런 '완판 소주'를 만드는 과정을 주도한 김 PM의 말이 한 번에 이해가지 않았다. 그래서 추가 질문을 더 던져봤다.
김희준 원스피리츠 PM(프로젝트매니저)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김희준 원스피리츠 PM(프로젝트매니저)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소주 다우면서 소주 답지 않아야 한다'는 게 무슨 말인가.
▷"일단 소주라는 건 일상에서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술이어야 한다. 그리고 음식과도 잘 어울려야 한다. 이런 소주가 가진 본질을 가져가는 것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

- 그러면서 '소주 답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기존의 증류식 소주들이 해온 방식들이 조금 올드했다. 라벨만 봐도 캘리그래피로 술 이름이 써져있고 그렇지 않나. '원소주'는 힙하면서도 전통이 강한, 그런 느낌이 나오길 원했다. 그런 소주 답지 않은 부분들도 많이 보여드리려 했다."

- 그런 브랜딩이 '원소주'의 인기로 이어진 것일까.
▷"본질에 충실했다. 술의 맛과 전통주에 진심인 모습들을 제품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단 한번도 '원소주'를 술이라 생각하고 만들지 않았다. 문화를 만든다라고 생각했다."

- 문화를 만든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박재범 대표의 워딩을 전하면 '그냥 부어라 마셔라 하는 술이 되기는 싫다. 직장인이 퇴근을 했을 때 나의 하루를 위로하고, 미래의 파이팅을 외칠 수 있는 술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슬로건을 '미래를 원(won)하여'라고 한 이유다. 미래를 이미 이기고(won) 간다라는 뜻이 있다. 그래서 미래를 이기는 느낌으로 우리 술을 마셨으면 좋겠다."


취하는 게 목적인 사회에서…"한 병을 마셔도 제대로"


동강주조의 '얼떨결에'/사진=동강주조 인스타그램
동강주조의 '얼떨결에'/사진=동강주조 인스타그램
'부어라 마셔라'와 차별화되는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술. 이는 다른 '힙 전통주'에서도 발견되는 콘셉트였다.

방용준 동강주조 대표가 강원도 영월에서 만든 막걸리 '얼떨결에'도 마찬가지. 동네에서 친구 및 가족들과 수다를 떨면서 기분좋게 한 잔 하는 '문화'를 염두에 두고 만든 술이라고 방 대표는 설명했다. 지난해 출시된 '얼떨결에'는 7000원을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월 7000~8000병 정도의 판매 실적을 올리는 중이다. 방 대표의 말을 한 번 들어보자.

"연거푸 안 마시고 한 병을 마시더라도 뭔가 좀 제대로 된 술을 드시려는 분들이 주 고객이다. '가족 모임을 하려고 한다', '홈파티 할 때 쓰려고 한다' 등 이런 주문전화가 많이 온다. 온라인 판매를 할 때에도 '홈파티' 이런 키워드로 유입이 많이 되더라. 보통 막걸리하면 걸쭉텁텁, 찌그러진 주전자 같은 이미지가 있잖나. 지금 젊은 사람들이 만들고 있는 막걸리 대부분이 그런 콘셉트를 타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방 대표는 실제 맥주의 저온 발효 방법을 접목해 필스너나 하이볼과 같은 청량함을 극대화한 막걸리를 만들었다. 인공 감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햅쌀의 단맛을 강조한 것 역시 특징. 자신이 선호하는 음주문화에 맞는 막걸리를 개발한 것이다. 삼성전자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고향 영월로 돌아와 막걸리 사업에 뛰어든 그는 "회사원 시절에 2차, 3차 술자리 그런 게 너무 싫었었다. 1차에서 깔끔하게 끝내는 걸 제일 좋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통주 구독' 스타트업인 술담화의 이재욱 대표도 "창업을 하게 된 이유 중에는 '음주문화 개선'이라는 생각이 가장 컸다. 희석식 소주를 안 좋은 술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한다고 하기에는 스토리와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술담화는 월 3만9000원에 전통주 3개 가량을 매달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1만4000명 정도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구독자의 80% 이상이 MZ세대다. 2개월 연속 재구독율도 85%를 넘을 정도로 인기다.

이 대표는 과거 정부가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20조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던 점을 거론하면서 "우리나라는 그동안 술을 즐기는 게 아니라 취하기 위한 기능성에 더 초점을 둔 문화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사 이름을 '술담화'로 한 것도 술을 마시며 담화를 풍요롭게 나누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재욱 술담화 대표/사진=술담화 제공
이재욱 술담화 대표/사진=술담화 제공
그는 "전통주가 MZ세대에게 '힙' 해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지금은 제품들이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지는 시대"라며 "대량생산으로 만들어진 희석식 소주와 맥주는 이런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한다. 2500여종 이상 다양한 맛을 가진 전통주 시장은 이런 소비자들의 취향을 맞출 수 있는 준비가 된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신토불이' 앞세우는 순간 끝…"술의 본질에 충실해야"


'새로운 음주 문화'를 앞세운 전통주와 서비스가 각광을 받기 시작한 상황. 변화의 중심에는 '새로운 음주 문화에 대한 갈증'이 존재했던 것이다. 그게 MZ세대가 1000~2000원 이면 살 수 있는 희석식 소주와 기존 막걸리 대신 수천~수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전통주에 주목하는 이유다. MZ세대는 자신이 만족할 수 있다면 그 정도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영우 전통주 소믈리에는 "희석식 소주로 소맥을 만들어 먹어도 몇 천원이면 된다. 그런데 전통주를 마시려면 그것의 몇 배는 줘야 한다"며 "같은 돈을 쓰더라도 내 색깔이 담겨있는 소비를 하고 싶다는 게 MZ세대 소비자의 생각이다. 내 입맛에 맞는 술을 찾고 싶지, 무분별하게 퍼먹고 싶지 않다는 심리"라고 분석했다.
김영우 전통주 소믈리에(슬로푸드문화원)
김영우 전통주 소믈리에(슬로푸드문화원)
김 소믈리에는 아직 '힙'의 단계에 있는 전통주가 '술의 본질'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전통주가 관심을 받고는 있지만 아직 시장 점유율 등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내진 못한 상황"이라며 "전통주는 안 그래도 맛이 오락가락한다는 평가가 있다. 주질 관리가 안 된다는 말을 들을 수 있기에 품질 관리를 일정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MZ세대 전통주 업계 종사자들은 이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재욱 대표는 "우리가 전통주를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며 "신토불이다, 우리 술이 최고다, 이러면서 객관성을 잃는 순간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희준 PM 역시 가장 중요한 게 '원소주'의 품질이라고 힘을 줬다. 현재 일 공급물량(2000개)을 갑자기 늘리지 못하는 것도 '옹기 숙성'을 거쳐 부드러운 맛을 극대화시켜야 하는 '원소주'의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갑자기 물량을 늘리면 품질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 김 PM은 "대량생산해서 돈을 많이 벌자, 이런 생각으로 '원소주'를 만들지 않았다"며 "술의 본질에 충실하고,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면 점점 사람들이 많이 마셔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용준 대표는 "병의 디자인이나 색감 같은 것들은 마케팅 방법으로 생각해야지, 그게 주가 돼 버리면 안 된다. 주질이 안정화가 안 돼 있으면 사업이 꾸준히 못가더라. 보통 1년 안에 매출이 줄어드는 경우는 거의 그렇다"며 "발효 데이터 5~6년치를 쌓은 후 사업을 시작했다. 작년 여름부터 품질이 안정화됐고, 지금은 주질이 꾸준히 좋게 나오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술담화의 지난 3월 구독 박스/사진=술담화
술담화의 지난 3월 구독 박스/사진=술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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