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러시아 때문에" 현대차, 1분기 이익성장 0%대 그칠 듯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4일 회장으로 선임되며 현대차그룹의 3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으로 새 한마리가 날고 있다. 정 신임 회장은 2018년 9월 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2년 1개월 만에, 올해 3월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오른지 7개월 만에 명실상부한 그룹의 수장이 됐다. 2020.10.14/뉴스1

현대차의 올해 1분기 이익 규모가 전년 동기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침략 등 각종 악재가 겹쳐 자동차 생산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기아는 EV6 등 신차 판매에 힘입어 선방했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65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0.0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매출액 컨센은 10.3% 증가한 30조2188억원이다.


기아는 비교적 선방했다. 기아 1분기 영업익 컨센은 지난해에 비해 15% 증가한 1조2388억원이다. 매출 컨센은 9.8% 늘어난 18조2158억원이다.


현대차 1분기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건 현대차의 인기가 떨어진 것보다 차를 만들지 못한 탓이 크다. 증권계가 기아 영업익 성장률을 두자릿수 이상으로 보는 것도 차를 더 많이 생산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올해 1~3월 국내와 해외 모두 판매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했다. 반면 기아는 국내에서는 6.5% 감소한 12만1664대를 기록했지만, 해외시장에서는 0.7% 늘어난 56만3394대를 판매했다.


글로벌(국내+해외) 판매가 10% 가까이 후퇴한 현대차와 달리 기아는 0.7% 감소한 수준으로 선방했다. 주력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스포티지, 텔루라이드가 판매 호조를 보였고 전용 전기차 EV6도 실적을 견인했다.

車 반도체·러시아-우크라 전쟁에 생산량↓…"공급난 2024년까지 이어질 것" 암울한 전망도

(화성=뉴스1) 인수위사진기자단 = 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분과 인수위원들이 8일 오후 경기 화성시 현대자동차·기아 기술연구소를 방문해 아이오닉5 전기차 로보택시를 살펴보고 있다. 2022.4.8/뉴스1

현대차와 기아 모두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을 동시에 받았다. 특히 현대차는 전쟁 여파로 러시아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게 타격이 컸다.

유럽기업인협회(AEB)에 따르면 러시아 시장 점유율 2위인 기아의 판매량은 지난해 3월 2만57대에서 지난달 6336대로 급감했다. 3위 현대차 판매량도 1만5332대에서 4909대로 크게 줄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3분기 공급난이 완전히 해소될 것이라고 예측했다.그러나 이듬해까지 반도체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속속 나온다. 아르노 안틀리츠 폭스바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현지시간)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2024년에도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산업 수요를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구조적인 문제가 이때(2024년)서야 해결될 것 같다"고 답했다.

앞서 서강현 현대차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지난 1월 25일 열린 '2021년 4분기 및 연간 실적 발표회' 컨퍼런스콜에서 "(올해)2분기에는 점진적으로 개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3분기에 반도체 제조사들의 생산용량(Capacity)이 회복돼 공급난이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테슬라는 앞서가는데…경쟁사 대비 느린 현대차의 전기차 전환 속도

(그루엔하이드 로이터=뉴스1) 노선웅 기자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8월 독일 베를린 인근 그루엔하이드에 있는 테슬라 기가팩토리 건설현장을 방문하며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C) 로이터=뉴스1

중국 내 코로나19(COVID-19) 재확산도 현대차·기아 발목을 잡았다. 자동차 필수 부품인 와이어링 하네스를 대부분 중국에서 조달하는데, 오미크론 확산으로 현지 공장들이 가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자동차의 여러 전기·전자 장치를 연결하는 전선을 종류별로 묶어 결속한 부품이다. 이 전선 뭉치가 없으면 차량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생산 라인 자체를 돌릴 수 없다. 지난달 현대차 팰리세이드·제네시스 GV60·GV70·GV80와 기아 레이·쏘렌토·모하비 등 인기 차종들이 생산에 차질을 겪었다.

업계에서는 내달부터 생산량이 다시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전기차 생산 속도가 더뎌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품질은 좋지만, 대량생산 단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

경쟁업체 테슬라는 기가팩토리 베를린·텍사스 등 공장을 연이어 신설하면서 전기차 연 생산량 100만대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대차·기아는 기존 내연기관차 위주 공장의 전기차 전환이 여전히 더디다는 지적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전기차 경쟁력이 상품성에서 생산능력으로 바뀌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현대차는 미국 전기차 투자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가운데 기존 공장의 전기차 전환 속도도 경쟁사 대비 빠르지 않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