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디지털 투자, 제때 보다 과감하게 늘려야

김창훈 대표

경제매거진 포춘이 발표한 '글로벌 100대' 기업의 2021년 총매출은 11조3177억달러고 이중 순익은 6850억달러다. 매출 대비 순이익률은 6.1%. 국내 매출 100대 기업의 2021년 총매출은 8047억달러고 이중 순이익은 921억달러다. 매출 대비 이익률은 11.5%로 글로벌 기업에 비해 수익성은 좋은 편이다. 국내 매출 100대 기업의 매출총액 비중은 글로벌 100대 기업의 7.1% 를 차지하고 순익은 13.5%에 달한다. 국내 기업들의 위상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 화두가 된 요즘 국내외 기업들이 디지털을 포함, ICT에 투자하는 예산규모는 어느 수준일까. KRG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매출 대비 ICT 예산은 평균 0.8% 수준으로 연간 ICT예산은 대략 64억달러에 달한다.


이에 비해 컨설팅회사인 딜로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의 매출 대비 ICT예산 비중은 3.6%다. 이 비율을 글로벌 100대 기업에 적용하면 연간 ICT예산은 4074억달러 수준이다. 국내 100대 기업의 ICT예산은 글로벌 100대 기업에 비해 약 1.6%다. 우리나라 100대 기업의 총매출액은 글로벌 100대 기업의 7.1% 수준이지만 ICT예산 비중은 겨우 1.7%다. 질적인 수준은 차치하고라도 양적 수준에서 글로벌 기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클라우드가 차세대 IT인프라의 보편적인 모델로 부상하면서 기업마다 클라우드 투자를 확대한다. 하지만 클라우드부문 역시 국내 기업들은 투자에 인색한 편이다. KRG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클라우드 관련 투자예산은 전체 ICT예산에서 2019년 9.0%, 2020년 10.9%, 2021년 11.9%를 차지했다. 반면 포브스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의 ICT예산 대비 클라우드예산은 2021년 기준으로 32%에 달했다. 전체 예산의 3분의1을 클라우드부문에 투자한다는 것은 디지털화를 위한 기반 인프라로 기존 레거시 시스템에서 빠르게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디지털 관련 투자는 세계적 기업들에 비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디지털 투자가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IT제품이나 솔루션을 공급하는 IT기업들의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익성이 별로인데 앞으로 제품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부문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면 시장을 주도할 획기적인 제품을 개발할 수 없다. 전통산업 분야에서 나름 강점이 있는 우리나라지만 아직까지 세계적 디지털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는 드물다.

실제 나스닥에 상장된 83개 IT업체의 수익성을 조사한 결과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매출은 평균 14.8%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8.3% 늘었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2020년 기준으로 29.3%에 달했다. 반면 국내 코스닥에 상장된 160개 기업의 실적을 조사했더니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연간 매출 성장률은 4.0%, 영업이익 성장률은 11.9%로 나타났다. 2020년 기준으로 매출 대비 이익률은 나스닥 기업의 3분의1 수준인 12.4%였다. 게임회사를 제외하고 IT서비스업체의 이익률은 7.4%, 패키지 SW업체는 10%대 초반에 불과하다. 국내 IT기업의 수익률이 낮은 게 최종 사용자인 기업들의 IT투자가 미미했기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다.

디지털이 미래 성장동력의 핵심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점엔 모두가 수긍한다. 하지만 실제 구체적인 행동보다 선언적 구호에 그친다면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투자는 때를 놓치면 몇 년 후 따라갈 수 없는 초격차로 벌어진다. 보다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