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와도 멀쩡…'스마트팜' 사업 뛰어드는 유통업계

대형마트·슈퍼 등 유통업체들이 '스마트팜' 사업 확대에 나선다. 급격한 기후 변화로 신선식품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스마트팜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오는 14일 로메인, 미니 로메인, 스위트 로메인, 카이피라, 버터헤드, 프릴아이스, 파게로, 바타비아 등 채소 8종을 출시한다. 이른바 '스마트팜 채소'다. 모두 폭염과 추위에 약한 '유러피안 양상추'로 여름과 겨울에 보기 힘든 채소지만 스마트팜을 통해 기후에 상관없이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스마트팜을 활용하면 급격한 기후 변화에도 신선식품의 품질·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 최근 이상 기후가 잦아지면서 농작물 피해도 커지고 있는데, 스마트팜 재배는 내부 공간에서 공기 순환·기온 조절·습도 조절 등을 통해 재배해 균일한 품질로 재배할 수 있다.

이마트는 2020년 6월부터 스마트팜 기업 '엔씽'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스마트팜 사업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단순 지분 투자를 넘어 엔씽과 함께 경기도 이천 이마트 후레쉬 센터 옆에 직접 스마트팜을 세우기도 했다. 이를 통해 선보인 '뿌리가 살아있는 채소' 시리즈는 지난해에만 8만개 이상 팔렸다.

롯데슈퍼도 지난 11일 스마트팜 브랜드 '내일농장'을 선보이며 스마트팜 사업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이날 내놓은 '내가 처음 집는 무항생제 계란'은 스마트팜 기업 '가농 바이오'와 협업해 산란 이후 포장까지 전 과정을 '풀 콜드체인시스템(Full Cold-Chain System)'으로 만든 상품이다. 상품 구매 전까지 사람 손을 거치지 않는다. 신선하게 관리된다는 의미다. 롯데슈퍼는 '내가 처음 집는 무항생제 계란' 판매를 시작으로 버섯, 쌈채소, 방울토마토 등 스마트팜 먹거리를 순차적으로 시판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 2억3900만달러(2931억)였던 국내 스마트팜 시장 규모는 연평균 15.5%가량 성장해 2025년에는 4억9100만달러(6021억)로 2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스마트팜 시장 규모가 2025년까지 220억달러(27조)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에서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

국내 주요 유통업체들이 스마트팜 사업에 뛰어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스마트팜 시장을 선점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얻으려는 의도다. 스마트팜 사업과 유통업체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만큼 초기 지분 투자 등을 통해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정부가 올해 농가를 위한 주요 정책 중 하나로 스마트팜을 지정한 만큼 사업 추진도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들을 고려하면 유통업체 입장에서 스마트팜은 놓칠 수 없는 사업 중 하나"라며 "특히 기온이 갑자기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이상기후 현상이 종종 발생하고 있어 그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