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첫 전기차 bZ4X 나왔다…평가는 "글쎄"

토요타 bZ4X/사진제공=토요타

토요타의 첫 전용전기차 bZ4X가 출시됐다. 미국에선 올 봄 안에 고객 인도가 시작될 예정이다. 성능·디자인이 전반적으로 무난하지만, 확실한 '강점'이 없다는 현지 평가가 나온다. 일본에서도 출시돼 최근 재진출한 현대차그룹엔 호재다. 세계 1위 토요타가 참전하면서 전기차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토요타는 첫 전기차 SUV(다목적스포츠차량) bZ4X를 미국 시장에서 공개했다. 토요타의 전용 플랫폼 e-TNGA 기반 첫 전기차다. bZ4X XLE 트림은 전륜구동 4만2000달러(약 5200만원)부터 시작한다. 사륜구동은 4만4080달러(약 5400만원)다.


전륜구동 모델은 파나소닉의 71.4kWh 배터리를 탑재했다. 사륜구동은 중국 CATL의 72.8kWh 배터리가 들어간다. 1회 충전 당 주행거리는 XLE 전륜구동 모델이 미국 EPA 기준 252마일(약 403.2㎞)이다. 사륜구동은 228마일(약 367㎞)이다. 전륜구동은 최대 150kW급, 사륜구동은 100kW급 충전을 지원한다.

미국 시장에는 올 봄이 지나기전에 차량이 입고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3일 출시한 일본에서는 월 사용료를 내고 계약 기간까지 탈 수 있는 구독 방식으로 판매될 계획이다. 월 사용료에는 보험료·자동차세·유지보수비 등이 포함됐다.
외신 "bZ4X 나쁘진 않지만, 놀랄만한 수준도 아냐"…경쟁 모델에 비해 주행거리·충전속도↓

토요타 bZ4X/사진제공=토요타

해외 반응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소비자가 글로벌 판매 1위 토요타에 갖는 신뢰도는 높지만, bZ4X 자체 상품성은 그리 혁신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토요타는 최근까지 하이브리드 차량을 고수했지만 뒤늦게 전동화 전략을 발표하고 신차를 내놨다.

bZ4X는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주행거리, 충전속도가 경쟁 모델을 압도할 수준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차그룹 E-GMP 기반 전기차 아이오닉5, EV6는 최대 350kW급 초급속 충전이 가능하다. 테슬라는 250kW, 폭스바겐그룹도 270kW급 충전을 지원한다.


주행거리도 마찬가지다. 현대차 아이오닉5 롱레인지 싱글모터 트림은 미국 기준 최대 303마일(약 488㎞), 기아 EV6는 최대 310마일(약 499㎞)이다. 토요타 bZ4X보다 약 5~6kWh의 배터리가 더 탑재되는 걸 감안하더라도 차이가 꽤 크다.

스테파니 브릴리 S&P 글로벌 모빌리티 수석연구원은 "bZ4X 자체만 놓고 보면 획기적인 전기차 성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올해의 크로스 오버'에 기아 EV6를 선정한 영국 유력 매체 탑기어는 bZ4X에 10점 만점에 7점을 줬다. 장점으로 좋은 디자인, 오프로드 성능 등을 꼽았지만 단점으로 '확실한 셀링포인트'가 없다고 평가했다.

탑기어는 "놀랄 만한 점이 딱히 없다"며 "배터리 용량은 나쁘지 않은 수준이고, 내부 공간도 넓지만 놀랄만한 수준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운동 성능도 나쁘지는 않다"며 "태양광 패널을 차량 지붕에 설치해 주행거리를 늘리는 옵션이 있기는 하지만, 영국을 비롯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곳이 많아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세계 1위 토요타 진출로 전기차 시장 '가속 페달'…日 진출한 현대차그룹에겐 호재현대차그룹 입장에선 토요타의 전기차 시장 진출이 좋은 소식이다. 세계 1위 기업이 참전해 전기차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 도입이 더뎠던 일본의 경우 토요타 bZ4X 출시로 시장이 급속도로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는 지난 2월 철수 12년만에 아이오닉5·넥쏘를 앞세워 일본 시장에 재진출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일본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건 자국 브랜드가 취약한 '전기차 시장'을 노리기 위해서다. 일본은 매년 약 500만대가 팔리는 세계적 규모의 시장이지만 전동화가 느린 토요타·혼다 등에 편중돼 전기차 시장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다.

토요타 관계자는 "향후 9년간 전기차에 700억달러(약 87조원) 이상을 투자, 2030년까지 35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