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에 '빚투' 이자율도 '쑥쑥'…"주식거래 감소 불가피"

국내 증권사들이 금리 인상 탓에 '빚투'(빚내서 투자한다)로 불리는 신용거래융자의 이자율을 줄줄이 올리고 있다. 이자율이 최고 9.9%인 증권사도 나왔다. 이자율이 높아지고, 증시 환경도 나빠지면서 신용거래 융자잔고는 물론 일평균 거래대금까지 쪼그라들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증권사들은 지난 2월부터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신용거래융자란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주식매수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거래를 뜻한다. 증권사는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데 이자율은 고객 등급과 사용기간에 따라 다르다.


교보증권은 오는 18일부터 일부 구간의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인상한다. 융자기간 61∼90일의 이자율을 연 8.4%에서 8.6%로 0.2%p(포인트) 올린다. 융자기간이 91∼180일인 경우와 180일 초과일 때 금리도 각각 8.6%에서 8.8%로 0.2%p씩 인상한다. 그 외 기간 금리는 기존과 동일하다.

미래에셋증권도 같은날부터 금리 산정방식을 '체차법'에서 '소급법'으로 바꾼다. 체차법은 사용 기간별로 이자율을 달리 적용해 합산하는 방식이고, 소급법은 결제일자를 기준으로 신용매수 시점부터 상황시점까지 보유기간에 따른 최종이자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각 기간별 신용융자 금리도 0.9~0.17%p씩 올렸다. 단, 신용융자기간이 7일 이내인 경우는 금리가 6%에서 4.8%로 낮아졌다.


다올투자증권도 지난 11일부터 일부 구간에 대해 0.1∼0.6%p씩 이자율을 인상했다. IBK투자증권은 지난 2월에,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월에 일부 구간 이자율을 인상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월18일부터 15일 초과 30일 이내 신용융자 이자율을 기존 8.5%에서 9.0%로 0.5%p 올렸다. 30일 초과 이자율은 9.5%에서 9.9%로 인상했다. 15일 이내 단기 신용융자 이자율은 기존 수준을 유지했다.

증권사들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일제히 올린 것은 금리인상 시기에 접어들면서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뛰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증권사들은 양도성예금증서(CD)나 기업어음(CP) 금리 등을 기준금리로 설정하고 여기에 회사별 업무원가, 자본비용 등을 고려한 가산금리를 더해 신용융자 금리를 설정한다.

최근 CD와 CP 금리가 인상되면서 신용거래융자 이자율도 연쇄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CD 91일물 금리는 1.72%, CP 91일물은 1.84%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탓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신용거래융자 이자율도 더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이자율 10%에 육박하는 증권사도 나온 상황이다.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치솟고 미국 양적긴축(QT)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자 빚투 열풍도 확 꺾였다.

올해 초 23조원 수준이었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14일 기준 22조2345억원으로 감소했다. 일 평균 거래대금까지 감소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들어 지난 15일까지 일 평균 거래대금은 17조7271억원으로, 2020년 2월(14조2000억원)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당분간 유동성을 잡기 위한 금리인상과 이로인한 거래대금 감소세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COVID-19)로 지나치게 풀린 유동성 회수의 대가는 치르고 지나가야 한다"며 "미국 금리인상과 양적긴축 속도 추세에 따라 주식시장 상단은 당분간 지속 억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