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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태양 아래 새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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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1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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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출범한 지 한 달. '공정과 상식'을 뒷받침할 만한 아젠다(의제), 국정 과제 등은 아직이다. 인수위 이전까진 현 정부에 대한 '안티 테제'가 공정과 상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인수위 이후에도 그게 유효할 수는 없다.

특히 여건과 환경이 변한 시점이기에 요구되는 답안지 수준이 다르다. 예컨대 현 정부로부터 민심을 떠나게 한 부동산 정책을 보자. 수요·공급 억제, 세금 폭탄, 대출 억제 등 비정상적 흐름을 '정상화'하자는 데 이견은 많지 않다. 다만 환경의 변화 속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게 문제다.

부동산 가격 폭등 뿐 아니라 미분양 우려가 벌써 들려온다. 세금과 대출은 대화 주제에서 밀려났다. 그 자리를 고금리와 청약 여부가 대신한다. 새 정부가 정상화를 고민할 때 국민의 삶은 이미 또다른 걱정에 빠져 있다는 의미다.

# 새 정부는 익히 경험했지만, 꽤 오랜 기간 잊고 있던, 색다른 환경에서 출발한다. 고물가·고금리의 시대. 저금리·저물가에 익숙해진 삶은 물가·금리의 우상향 그래프가 낯설다 못해 두렵다.

이른바 '세금 폭탄'은 짜증, 분노 등을 유발하지만 공포를 불러오진 않는다. 거위의 털 뽑듯 가져가는 게 세금인데 그렇다고 아예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반면 인플레이션은 보이지 않는 도둑이다. 주머니에 있는 돈이 순간 사라진다. 그래서 더 공포스럽다. 금리 인상 처방이 당연하지만 그 고통 역시 무섭다. 코로나 팬더믹 이후 날아올 청구서에 고금리까지 붙으면 풀어야 할 방정식이 복잡해진다. 은행은 앉아서 돈 벌 수 있는 구조다. 시장 자율을 최우선에 둔 새 정부가 '개입'을 자제할 수 있을까.

# 정부부처가 인수위에 보고한 내용을 보면 거대 담론과 다양한 국정 과제의 나열이다. 민관합동위원회를 만들어 국정 과제의 우선순위를 정리한 뒤 추진하겠다는 구상은 항상, 언제나 옳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시기)'과 '디테일'이다. 제때 필요한 약을 처방하지 않으면 효과는 전무하다.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뛸 때 "글로벌 환경 변화에 따른 흐름"이라고 진단하고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과도한 부담이 없도록 할 것"이라는 원론적 답만으론 새 정부의 '공정과 상식'을 채우기 부족하다. 사실 공정과 상식의 과제와 답은 이미 쌓여 있다. 각 부처 사무관의 책상 서랍 속이나 의안정보 시스템에 즐비하다. 정치적 쟁점, 밥그릇 싸움 등의 이유로 묻혀 있을 뿐이다.

#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0년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 전면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 법안 명칭을 '소비자 신용에 관한 법률(소비자신용법)'로 바꿀 만큼 심혈을 기울인 대작업이다. 입법예고된 지 2년이 다 돼 가는 이 법안은 아직 국회에 가지도 못했다.

모두 중요한 내용이지만 그중 눈에 띄는 게 연체 이자 계산법 변경이다. 연체 이자를 원금 전체에 부과하는 게 아니라 당초 계약에서 정한 상환 기간을 넘긴 원금에만 부과하는 식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예컨대 1000만원을 매월 100만원씩 갚겠다고 했을 때 현재는 첫 연체때 연체이자 대상이 원금 1000만원이 된다. 하지만 법이 바뀌면 첫 달 갚지 못한 대상인 100만원에 연체 이자를 부과한다. 첫 달 연체로 모든 원금을 갚지 못할 것이란 비상식적 추측을 공정하게 바로 잡는 셈이다.

이자 유예 등의 편법이 아닌 상식적·제도적 개입이다. 이런 내용이 부처별로 수두룩하다. 생활 밀착형 과제를 부처별로 10개씩만 찾아 '핀셋 개정'만 해도 삶은 개선된다.

조항 하나 바꾸려고 법 개정을 하는 게 맞냐는 반론은 한가한 지적이다. 법 조항 하나 바꿔서 삶의 고통이 줄 수 있다면 지금 해야 한다.

현 정부와 20대 상반기 국회의 마무리, 인수위의 정리와 새 정부의 출범을 '사람이 먼저'인 '상식 과제 법안' 처리로 하는 것은 어떨까. 새롭게 특별한 과제를 찾아봤자 소용없다. 태양 아래 새 것은 없다.

[광화문]태양 아래 새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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