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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억 '꿈의 항암제'도 건보…희귀질환은 넘었지만 '현실의 벽'

머니투데이
  • 안정준 기자
  • 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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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1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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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5억 주사' 건보 시대②

[편집자주] 말기 혈액암 환자들에게 그림의 떡이었던 치료제 '킴리아'가 손에 잡히는 희망이 됐다. 건강보험 급여 적용으로 환자가 부담할 비용이 5억원에서 600만원 아래로 뚝 떨어져서다. 연간 200여명으로 파악된 말기 혈액암 환자 대부분이 킴리아 처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킴리아 이후로도 건보 적용을 앞둔 초고가 의약품들이 즐비하다. 당연히 인구 고령화로 적신호가 들어온 건보 재정에 장기적 부담이 된다. 죽음을 앞둔 소수의 생명이냐, 다수의 건보료가 투입된 재정이냐 사이에서 솔로몬의 해법이 필요하다. 중증·희귀질환치료제 건보 적용 확대를 약속한 새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5억 주사' 건보 시대, 건보의 역할과 실현 가능한 보장 범위를 짚어볼 때다.

 안기종 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가 지난해 10월 1일 여의도 한국노바티스사 앞에서 "200여명의 말기 백혈병·림프종 환자들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 멈추도록 킴리아의 신속한 건강보험 등재를 위한 적극적인 재정분담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며 1인시위를 하고있다./사진=한국백혈병환우회
안기종 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가 지난해 10월 1일 여의도 한국노바티스사 앞에서 "200여명의 말기 백혈병·림프종 환자들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 멈추도록 킴리아의 신속한 건강보험 등재를 위한 적극적인 재정분담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며 1인시위를 하고있다./사진=한국백혈병환우회
킴리아가 초고가 의약품 건강보험 시대 개막의 신호탄을 쐈다. 약값때문에 목숨을 잃어야 하는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희망의 길이 열렸다. 하지만 앞으로 제2, 제3의 킴리아가 쌓이면 국민 건보료로 유지되는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간다. 그렇다고 제약사들에 무조건 약값 인하를 강제하기도 어렵다. 지나치게 약값을 내리면 제약사들이 생명을 살릴 약을 개발할 동력을 잃는다. 초고가 의약품 건강보험 시대는 그래서 환자, 재정, 산업 각각의 이해관계가 얽힌 고차방정식이기도 하다. 솔로몬의 해법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건보 외 기금 마련이 대안 중 하나로 제시된다.

19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킴리아 건강보험 적용에 따른 연간 급여 예상 청구액은 709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확정된 킴리아의 약가는 3억6000만원. 정부가 킴리아 건강보험 적용으로 청구될 연간 총 급여를 709억원으로 예상했다는 것은 한 번 투여에 3억6000만원인 이 약을 연간 190명 이상 처방받을 것으로 추정했다는 의미다.

다른 치료방법이 통하지 않는 말기 혈액암 환자들은 연간 200명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건강보험 적용을 통해 거의 대부분의 말기 혈액암 환자들이 킴리아 처방을 받을 것으로 내다본 셈이기도 하다. 건강보험이 연간 709억원을 들여 200여명에게 생명을 이어갈 희망을 준 것.

그렇다면 709억원은 국민 건보료가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에 어떤 의미일까. 2021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97.1%인 5141만명이었고 이들의 진료 등으로 청구돼 건강보험이 부담한 급여는 총 74조6066억원이었다. 지난해 급여 청구 기준으로 709억원은 전체 급여청구의 0.001%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올해 709억원이 실제로 청구돼도 건보 재정에 당장 줄 영향은 미미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작은 금액은 아니다. 지난해 과천시에서 약 7만명으로부터 청구된 급여는 771억원으로 올해 200명 정도로부터 청구될 것으로 예상된 킴리아 급여와 비슷하다. 과천시 7만명의 진료에는 감기 등 단순질환도 모두 포함돼 있어 생명이 경각에 달린 킴리아 진료자들과 경중을 따질수 없지만, 킴리아 급여는 수도권 시 단위 전체 급여와 맞먹는 규모인 셈이다.

문제는 제2, 제3의 킴리아가 앞으로도 건강보험 적용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7일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국정감사장에서 척수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13개월 아이의 엄마인 남 모씨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치료제인 졸겐스마가 국내 허가됐지만 돈이 없어 아이가 죽거나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졸겐스마의 빠른 건강보험 청구를 촉구했다. 이 약값은 해외 기준 1회 투여에 25억원이다.

킴리아를 시작으로 초고가 의약품이 연이어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면 재정에도 충격이 갈수 있는 셈이다. 일단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은 2조8229억원으로 대규모 흑자를 냈다. 누적 적립금도 20조원을 다시 넘겼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 국면 심화로 국민 병원 방문 횟수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올해 일상회복과 함께 의료이용이 정상화되면 2018~2020년과 같은 연속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까지 감안하면 건강보험 적립금 고갈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3.6억 '꿈의 항암제'도 건보…희귀질환은 넘었지만 '현실의 벽'
지난 1일 킴리아 급여 적용 결정까지 무려 1년이 걸렸던 배경도 본질적으로 '재정'이었다. 재정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급여적용 약가를 내려야하는 정부와 최대한 더 올려야하는 제약사간 합의점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결국 미국에서 5억원인 킴리아의 약값은 3억6000만원으로 정해졌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가격을 받아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뒤집어 보면 이는 국가가 지켜야 할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증거다.

그렇다고 약값을 마냥 깎기도 어렵다. 지난 10년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신약 평균 개발비용은 1조5000억원이다. 킴리아 같은 의약품 개발비는 더 비싸다. 희귀질환 치료제여서 약품 처방 인원도 매우 적다. 이윤을 내야하는 제약사로서도 지켜야 할 가격 마지노선이 있는 셈이다. 이 마지노선을 넘으면 해당 국가에서 의약품 출시 자체를 포기하게 되고 이는 이 의약품이 꼭 필요한 환자들의 건강권에 영향을 주게 된다. 생명을 살릴 의약품을 개발중인 국내 제약사들의 개발 동력도 떨어질 수 있다. 양측의 약가 협상이 길어질수록 환자의 고통이 더 커진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상이 제주대 의대 교수는 "최대한 가격을 높여서 보험에 등재하는게 제약사 목표이고 여기에 환자의 절박함이 결합돼 정치적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솔로몬의 해법이 필요한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장기적으로 초고가 희귀질환 의약품에 대한 별도 기금 마련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금 사례는 해외에도 있다. 영국의 항암제기금(CDF)은 건강보험 급여적용이 되지 않는 항암제 지원을 위해 2011년 도입된 제도다. 정부와 제약사, 민간의료재단 등의 출자로 비용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사회적 요구가 높은 고가 항암제를 보장한다.

윤석열 캠프 정책총괄본부 내 보건바이오의료정책분과 위원장을 맡았던 박은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건보 재정 외 기금을 마련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캠프 내에서도 계속 논의했지만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기금에 대해 더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말했다.

박 교수는 "기금은 건강보험과 따로 마련하는게 좋으며 어느쪽에서 기금을 끌고올건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건강보험 재정 중에 일부를 적립해 두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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