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가격"…전세계 車 회사들이 '광산'으로 달려가는 이유

희토류광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전기차 원자잿값이 폭등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광산 사냥에 나섰다.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한 GM·포드는 이미 현지 광산업체들과 직접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테슬라도 광산사업에 눈독들인다. 국내 배터리 회사와 전기차 동맹을 맺은 현대차그룹은 리스크가 적은 편이지만 무기화될 수 있는 핵심 부품은 내재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코발트·니켈·리튬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대대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니켈은 러시아가 최대 생산국이다. 니켈이 최근 급상승하면서 전기차 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모양새다.

톤 당 코발트 가격은 이달 8만1800달러(약 1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배 가까이 올랐다. 니켈은 3만3300달러(약 4100만원), 리튬은 5배 이상 올라 7만2600달러(약 9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전쟁이 장기화되자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한 기업들이 아예 광산업체를 직접 찾는 상황에 이르렀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은 지난 12일(현지시간) 호주 광산업체 글렌코어와 코발트 공급 계약에 합의했다. GM은 글렌코어의 호주 머린 광산에서 생산되는 코발트를 공급받을 예정이다.

(디트로이트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GM 전기차 팩토리 제로를 방문해 허머 전기차를 운전하기 위해 타고 있다. (C) AFP=뉴스1

정확한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GM은 이번에 확보한 코발트를 쉐보레 실버라도·GMC 허머·캐딜락 리릭 등에 탑재될 얼티엄 배터리에 사용할 예정이다. GM은 2025년까지 30종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북미지역에서 1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는 게 목표다.

GM 관계자는 "이미 글로벌에서는 원자재 관련 업체와 직접 손을 잡는 방향으로 대응하기로 했다"며 "비슷한 사례는 완성차 업계에서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보다 하루 앞서 포드도 리튬 공급 계약을 광물기업과 맺었다. 이번 계약을 통해 포드는 호주 회사 레이크리소스가 아르헨티나 시설에서 생산하는 리튬을 먼저 사들일 수 있게 됐다.

포드 역시 자사가 생산하는 전기차에 확보한 원자재를 쓸 예정이다. 짐 팔리 포드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2월 "리튬·니켈과 같은 배터리 핵심 원자재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니켈 등 배터리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기차 가격도 오르고 있다. 테슬라코리아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모델3 롱레인지와 모델Y 퍼포먼스 가격은 연초 대비 100만원, 모델Y 롱레인지는 200만원 인상했다. 사진은 14일 오후 서울 시내 도로에서 테슬라 차량이 주행중인 모습. 2022.03.14.

전기차 글로벌 1위 테슬라도 광산 사업 진출 카드를 만지작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CEO는 이달 초 트위터를 통해 "리튬 가격이 미친 수준"이라며 "가격이 진정되지 않으면 직접 광산·제련업에 진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완성차 업체들이 광산 사냥에 나선 건 끝없이 치솟는 원자재 가격에 선제대응해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다. 각 브랜드마다 발표한 전동화 계획을 맞추기 위해선 웃돈을 얹어서라도 배터리 원자재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배터리 공급업체들이 가격을 줄인상하면서 전기차 가격 상승 압박이 한계치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 등 국산 완성차 제조사들은 세계적 수준의 국내 배터리 제조사와 전기차 동맹을 맺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평가다. 다만 무기화될 수 있는 핵심 소재·부품에 대해선 범정부차원에서 국산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부 교수는 "국내 기업은 K-배터리 회사들과 전략적 동맹관계에 있기 때문에 원자재 공급 리스크는 적은 편이나 JV(합작법인) 확대 등을 통해 투자를 늘릴 필요는 있다"며 "무기화될 수 있는 핵심 소재·부품 국산화 문제는 한 회사가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범정부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