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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수십조 적자, 누구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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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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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22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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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위원
최준영 위원
적자라는 단어는 지출이 수입보다 많은 것을 의미하지만 색깔을 의미하기도 한다. 손실을 장부에 기록할 때 붉은색으로 기입한 데서 유래했다. 어느 기업 장부의 붉은색은 올해 숫자가 14자리에 이를 것이 확실하다. 2022년 한전이 기록할 적자의 규모는 14자리, 대략 20조원 내외로 추정된다.

이익을 내는 것이 존립의 이유인 민간기업과 달리 공기업은 적자를 감내해야만 할 때가 종종 있다. 국가와 사회적으로 감당해야 할 비용이 너무 크거나 일시적 충격이 있을 경우 공기업이 적자를 감내하면서 충격과 비용을 줄이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방파제 역할은 계속될 수 없다. 적자를 충당하기 위한 이자비용이 계속 커질 뿐만 아니라 채권시장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공기업이 수행해야만 하는 필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더 큰 비용을 치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아직도 잘못 알고 있지만 한전은 전력을 생산하지 않는다. 생산된 전력에 대한 비용을 치르고 전기를 사와서 한전이 보유한 송전 및 배전망을 통해 판매하는 역할만 한다. 전기를 생산하는 비용은 가스와 석탄 등의 가격이 오르면 상승할 수밖에 없다. 사오는 가격은 오르고 파는 가격은 그대로면 적자가 난다. 전기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가스와 석탄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전력구매가격 상승이 계속된다. 원자력발전 비중, 재생에너지 구매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지만 지속적인 화석연료가격 인상이라는 확실한 원인 앞에서는 부차적인 설명에 불과하다.

한전의 대규모 적자는 단순히 이자부담 확대, 그리고 금융시장에서 채권금리 인상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송전망 확대를 위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결정적 시기를 놓침으로써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 있다. 수도권의 경우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데이터센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전력 다소비 시설인 반도체라인 역시 단계적으로 증설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력수요를 감당할 송전망은 확충되지 못하고 있다. 조만간 가동을 시작할 동해안 지역의 화력발전소들은 송전망 용량 부족으로 발전능력의 절반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태양광 및 풍력발전이 증가하는 전남지역의 경우 넘치는 전력을 수요처로 보낼 수 있는 송전망이 부족해 전력과잉으로 인한 전력망 붕괴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한전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 일이지만 대규모 적자를 기록 중인 한전이 이러한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부담을 우려해 전력요금 조정이 지연됐고 당분간 그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당장 코앞의 문제를 회피함으로써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순간이 점점 다가온다. 그러한 사태가 발생한다면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누구일까. 쓴 약을 한꺼번에 먹을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안 먹고 쌓아놓을 수도 없다. 누구도 환영하지 않지만 해야만 하는 일을 하도록 결정하는 것은 결국 권한을 가지고 있는 측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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