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로 차 판매한 테슬라의 놀라운 실적...현대차도 따라갈까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차량 가격 인상에도 1분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달성했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해 차량 가격 인상 압력이 큰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테슬라의 공식을 따라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2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1분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이 187억 6000만 달러(23조 1600억 원)로 전년 동기(103억 9000만 달러) 대비 81% 늘어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178억달러)를 상회했다. 순이익은 33억 2000만 달러(4조 1000억 원)로, 전년 동기보다 7배 넘게 늘었다.

차량 가격 대폭 올렸지만 판매는 더 잘돼...매출총익률 32.9%

테슬라는 전기차 가격을 주기적으로 인상해왔다. 지난 3월에만 자동차 가격이 두번 인상됐는데, 모델3와 모델y 가격을 100만~200만원 올린데 이어 3월 중순에 모델3 롱레인지 가격을 350만 원, 모델Y 롱레인지는 310만 원 올렸다. 지난해 2월 출시 당시 6999만 원이던 모델Y는 8499만 원이 되면서 지난 1년간 가격이 30% 이상 인상됐다.

차량이 출시된 이후 테슬라처럼 가격을 올리는 회사는 없다. 보통 신차나 연식변경 모델이 나올 때에 한정에 가격을 올리는데 테슬라는 원자재값 상승을 이유로 수차례 가격을 인상한 것이다. '테슬라가 자동차를 시가에 판다'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그러나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의 차량 판매는 크게 늘었다. 테슬라의 1분기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 동기에 비해 68% 급증한 31만48대에 달하면서 분기 사상 최고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이익률도 덩달아 상승했는데, 매출액에서 원가를 뺀 전기차 부문의 매출총이익은 55억4000만달러(6조8912억원)였고, 매출총이익률은 32.9%로 뛰어올랐다. 현대자동차의 2021년 4분기 매출총이익률은 19.1%였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시장, 특히 전기차 시장이 공급자 우위에 있기 때문에 테슬라가 차량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호실적을 달성했다고 본다.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차를 인도받기 어려운 상황이 길어지면서 소비자보다 공급자의 결정이 더 중요한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차 시장 주도권은 생산 쪽이 가지고 있다"며 "반도체난이 이어지면 이같은 현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완성차 업계에서 테슬라처럼 차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차 가격 인상 요인 충분...다른 업체도 "고려하고 있다"

사실 차 가격을 인상할만한 원가 상승 요인이 많다. 러시아가 광범위한 경제 제재를 받으며 전 세계 니켈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데, 니켈은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셀의 핵심 소재다. 또 철광석 값도 크게 올라 철강 회사들은 가격인상을 놓고 완성차 업체들과 협의 중이다.

여기에 러시아 경제제재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 러시아 육상 운송 제한에 따른 물류비용 증가 등이 자동차를 포함한 제조업 전반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미 연식변경 모델이나 신차를 출고할 때 가격을 조금씩 인상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같은 현상이 계속되면 차 가격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테슬라처럼 갑자기 차 가격을 올리는 일은 기존 업체들이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면서도 "가격 인상이 필요하게 되면 테슬라와 같은 방식을 고민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차종은 설자리를 잃어가는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대당 이익률이 낮은 소형 세단·해치백 생산을 줄이고 대신 수익성이 높은 SUV나 픽업트럭, 프리미엄 차종의 비중을 확대해가는 추세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자동차 반도체 공급난에 맞서 수익성이 높은 차종을 보다 많이 생산함으로써 판매대수 감소에 따른 실적 하락을 상쇄하려는 경향을 보였다"며 "전기차 생산비용 저감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기업들은 프리미엄 전기차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 강화 및 수익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