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뉴타운삼호 조합원 88% "현산 안돼"…계약해지로 이어질까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의 모습. /사진=뉴스1

HDC현대산업개발 (16,570원 ▲410 +2.54%)(이하 현산)이 5000억원 규모의 경기 안양 뉴타운삼호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시공권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전체 조합원 88%가 현산과의 시공사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면서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전날 안양 뉴타운맨션·삼호아파트지구 재건축 조합은 정기총회를 열고 현산·코오롱글로벌 컨소시엄과 맺은 시공계약 해지 안건을 표결에 부친 결과 압도적인 찬성표로 통과시켰다.


이날 조합은 계약해지 안건을 2건으로 나눠 처리했다. 우선 첫번째 안건은 건설산업기본법상 현산이 서울시로부터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은 일을 근거로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이다. 두번째는 민법상 조합원들의 찬반 투표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는 방안이다.

두 안건 모두 80%가 넘는 높은 찬성률로 통과됐다. 사전투표를 포함해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총 1864명은 첫번째 안건에 1650표(88%), 두번째 안건에는 1646표(88%)를 던지며 계약해지 안건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현산과의 시공사 계약해지 안건이 압도적인 찬성률을 얻은 건 조합원들이 현산에 대한 반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광주 학동과 화정동 아파트 사고 이후 시공사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주원준 뉴타운삼호 조합장은 "올해 착공을 앞두고 있어 조합과 시공사 사이의 분위기가 좋았는데 광주 사고 이후 급변했다"며 "안전을 이유로 시공사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요구가 빗발쳤다"고 말했다.

뉴타운삼호맨션 재건축 /사진=조한송

그러나 당장 계약 해지 수순이 진행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계약해지 안건에는 '현산이 받은 행정처분 효력이 발동하면 계약을 해지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어서다.

현산은 서울시로부터 광주 학동 사고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총 1년6개월을 내렸고, 화정동 사고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 요청 사항에 따라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처분을 검토 중이다. 학동 사고 관련 현산은 건설산업기본법상 총 2개 혐의(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부실시공)에 대해 각각 영업정지 8개월을 처분했으나 하수급인 관리의무 혐의는 법원으로부터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행정처분이 일시 중단됐다. 부실시공 혐의에 대해서는 과징금 처분이 가능해 시는 4억623만4000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조합은 현산이 최종 영업정지 처분이 결정되면 계약해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총회를 거쳐 조합이 시공사와 계약해지를 진행할 경우 추후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소송전에 휘말릴 위험이 있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현산은 추후 논의 과정에서 조합원이 만족할 만한 조건을 제시해 계약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설득할 예정이다. 현산 관계자는 "건산법에 따른 계약해지 요건은 가처분 인용으로 성립되지 않을 여지가 있으며 민법에 따른 계약해지도 추가 총회에 앞서 조합과 협상할 시간이 주어진다"라며 "이번 총회 결과와 별개로 일단 지위는 유지될 것으로 보고있다"라고 말했다.

뉴타운삼호 재건축은 사업비 약 5165억원 규모로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354번지 일대 11만8751㎡에 지하 3층~지상31층, 아파트 28개동, 2681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신축하는 사업이다. 2016년 HDC현대산업개발·코오롱글로벌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해 올해 착공을 앞두고 있었다.

이와 별개로 현산은 시공에서 손을 떼기로 한 광주 운암3단지 재건축 사업과 관련해 컨소시엄 지분율을 대폭 낮췄다고 공시했다. 당초 현산 몫의 공사비는 약 2510억원이었는데 717억원으로 줄었다. 당초 현산은 GS건설, 한화건설과 컨소시엄을 꾸려 시공 주관사를 맡았는데 지분이 줄어들면서 그 다음으로 지분이 많은 GS건설로 주관사가 바뀌었다.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 재건축 조합도 오는 24일 총회를 열어 현산과의 계약해지 안건을 논의하기로 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