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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욕 먹을 일 좀 해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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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2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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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부산=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반송큰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 2022.4.22/뉴스1
(부산=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반송큰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 2022.4.22/뉴스1
#1. 2012년 5월 서울, 퇴임 후 방한 중이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김황식 당시 국무총리의 집무실을 찾았다. 유럽에서 온 '선배 총리'에게 김 전 총리는 "정치인으로서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이라고 보느냐"고 물었다.

슈뢰더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하나의 정책이 당장은 인기가 없고, 그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에 선거가 치러지면 패배할 가능성이 크더라도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패배를 감내하는 것."('독일의 힘, 독일의 총리들1'-김황식 지음)

앞서 슈뢰더는 실제 그 말대로 했다. 진보 사회민주당(사민당) 출신이면서도 '노동개혁'이란 지지기반의 이해에 반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선거에서 패해 정권을 내줬다.

슈뢰더가 이끄는 사민당이 집권한 1998년 독일은 통일 후유증으로 실업난에 허덕이고 있었다. 보수 기독교민주연합(기민당)의 헬무트 콜 정권에서 독일은 통일을 이뤘지만, 저성장·고실업의 이른바 '독일병'은 날로 심해져갔다.

노동개혁이 필요했지만, 이전까진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않았다. 결국 슈뢰더가 그 십자가를 멨다. 2002년 노동시장 유연화를 골자로 한 '하르츠 개혁'에 착수했다.

개혁은 성공했고 실업률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유럽의 병자'라던 독일은 '유럽의 성장 엔진'으로 거듭났다. 오늘날 독일은 일자리보다 일손이 부족한 나라가 됐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DMZ 평화경제 국제포럼'에 참석해 개막식을 마치고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2019.8.29/뉴스1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DMZ 평화경제 국제포럼'에 참석해 개막식을 마치고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2019.8.29/뉴스1

#2. '20세기 가장 위대한 중앙은행장'으로 불리는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2미터가 넘는 거구였다. 그럼에도 신변 위협 때문에 허리 춤에 권총을 차고 다녔다. 기준금리 인상 때문에 앙심을 품은 이들이 워낙 많아서다.

그가 연준 의장에 오른 1979년은 제2차 오일쇼크(유가폭등)가 전 세계를 강타한 때였다. 원자재값이 치솟으면서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연 10% 넘게 폭등했다.

기대인플레이션(물가상승 심리)을 꺾기 위해 볼커는 욕먹을 각오로 기준금리를 21%까지 끌어올렸다. "살인적 고금리"라는 아우성에도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볼커의 '극약처방' 덕에 결국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1983년 3%대까지 떨어졌다. 미국의 장기호황은 이렇게 시작됐다. 볼커가 '미국 역사상 최강의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불리는 이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물가안정책이 인기가 없어도 물가가 더 크게 올라가지 않는 데 전념하겠다"고 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라면 볼커처럼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돈줄을 죄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단 상견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4.25.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단 상견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4.25.

#3. 국회의원은 민심을 보면서 가고, 대통령은 역사를 보면서 간다. 적어도 대한민국은 그렇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중임이 불가능하다. 미국과 달리 재선을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 지지율보다 훗날 역사책에 어떻게 남는냐가 더 중요하다. 쉽게 말해 '레거시'(업적)가 '인기'보다 먼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 문화 개방을 결단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토끼'(지지층)를 잃을 각오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밀어붙였다. 박근혜정부도 당사자들의 반발이 뻔한 공공·노동·금융·교육 4대 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았고, 공무원연금 개혁은 실제로 성공시켰다. 모두 당대엔 우군들의 비난을 받았지만, 국가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들이었다.

문재인정부는 어땠나. 현 정부가 국가를 위해 스스로 지지층의 사랑을 포기한 적이 있었던가. 고갈을 앞둔 '시한폭탄'이라는 국민연금 문제를 비롯해 인기 없는 현안은 늘 후순위였다. '포퓰리즘 정권'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덕분에 총선에서 압승했지만, 대선까지 이기기엔 '부동산 민심'이 너무 거셌다.

연금개혁, 노동개혁, 산업 구조조정, 국가재정 확충 등 인기 없지만 꼭 필요한 과제들이 5년간 방치됐다. 윤석열정부에겐 이 뜨거운 감자들을 집어들 용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대통령님, 욕 먹을 일 좀 해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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